주간동아 790

2011.06.07

의심나면 다시 물어라, 그래야 通한다

의사소통과 반복 확인

  • 김한솔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hskim@igm.or.kr

    입력2011-06-07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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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나면 다시 물어라, 그래야 通한다
    “강 대리, 이게 뭐지?!”

    방 과장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 시간 후 본부장님께 보고해야 하는 자료를 만든 강 대리가 사고를 친 것!

    “핵심이 이게 아니지. 어떻게 이걸 우리 특장점으로 쓸 생각을 해?”

    “네? 그건 과장님께서 지난 미팅 때 저한테 설명해주신….”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이렇게 말했어?”



    “그때 분명히 우리 제품은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품질이라고….”

    “알았어. 그 얘긴 있다 하고 일단 보고서부터 다시 만들자. 앉아봐.”

    할 말이 많은 듯한 강 대리의 말을 자르고, 방 과장은 보고서 수정에 열을 올린다.

    방 과장 옆에 앉아 수정을 돕는 강 대리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하다. ‘지시한 대로 했는데 틀렸다니, 애초에 지시를 똑바로 하셨어야지’라는 표정이다. 방 과장도 마찬가지. ‘강 대리 이 친구 스마트한 줄 알았더니 이 정도밖에 못 하다니….’

    열심히 일했지만 헛발질한 강 대리, 뒷수습하느라 진이 빠지는 방 과장. 이 둘은 뭘 잘못한 걸까?

    많은 리더는 부하직원과 ‘동상이몽’하면서 ‘이심전심’한다고 착각한다. 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지만, 실제론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방 과장도 그랬다. 그는 업무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강 대리가 온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꽝. 강 대리는 방 과장의 지시에서 ‘차’ ‘포’를 떼버린 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렇다면 방 과장은 어떻게 했어야 할까. 답은 ‘질문’이다. 일방적으로 지시한 후 돌려보내지 말고 부하직원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물으란 뜻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리더들은 말한다.

    “난 질문을 꼭 해.” 그렇다. 질문을 하긴 한다. 아주 짧고 강한 질문 “알겠지?”라는 한 마디.

    자, 리더인 당신에게 묻겠다. 만약 당신이 ‘알겠지?’란 질문을 받는다면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할 수 있겠는가?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질문은 따로 있다. “내가 지시한 사항 중 어떤 부분에 추가 설명이 필요한가?” “당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은 뭔가?”라고 물어라. 그리고 이를 통해 부하직원 스스로의 입으로 상사의 지시사항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 “말씀하신 내용이 ○○○을 의미하는 건가요?” “제가 이해하기론 △△△하라는 말씀 같은데, 제대로 이해한 건가요?”라는 식으로. 이렇게 확인해야 동상이몽의 덫에 걸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귀찮게 여긴다. ‘당연한 얘긴데 꼭 확인해야 해?’라거나 ‘바빠 죽겠는데 뭘 확인까지 하나?’라는 등의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리더인 당신에겐 당연해도, 부하직원에겐 전혀 새로운 얘기다. 바쁘단 핑계로 지시사항을 확인하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앞에서 본 방 과장처럼 훨씬 더 많이 바빠진다.

    리더들은 소망한다. ‘바담 풍’이라 말해도 ‘바람 풍’이라고 알아듣는 부하직원과 함께 일하기를. 하지만 이건, 미안한 얘기지만 불가능하다. 아니, 만약 그런 부하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과 계속 일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바담’이라고 말했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바람’이라고 자기 맘대로 해석한단 말인가. ‘바람’이라고 정확히 말하는 리더, ‘바람’인지 ‘바담’인지 확인하는 부하직원, 이 둘의 짝이 진정한 의미의 좋은 상사와 부하직원이다. 과연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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