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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남 만들기’ 가슴 뜨거운 모성애

프랑스 ‘누가 내 아들과…’ 프로그램 다섯 엄마 사연 시청자 관심 폭발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품절남 만들기’ 가슴 뜨거운 모성애

‘품절남 만들기’ 가슴 뜨거운 모성애
한 지붕 아래 살며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던 아들이 결혼해서 떠나면 한국의 많은 엄마는 허전함에 시달린다. 그러나 프랑스는 조금 다르다. 프랑스 젊은이 중 85%는 25세 이전에 부모의 집을 떠나 독립한다. 보통 결혼해야만 부모 품을 떠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프랑스에서는 어색하다.

프랑스식 가치관을 잘 반영한 프로그램이 이번 겨울 개편 때 TF1 채널에 편성된 ‘누가 내 아들과 결혼하고 싶나(Qui veut epouser mon fils)’다. 다섯 엄마가 독립을 원하지 않는 아들을 결혼시켜 집에서 내보내기 위해 며느릿감을 찾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다. 이 프로그램은 TF1이 각 남성 후보자의 조건과 이상형에 근접한 20여 명의 여성을 사전 선발한 뒤, 엄마와 아들이 직접 1차에서 선택한 5명의 여성과 생활해본 후 매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연 골칫덩이 아들들은 제대로 짝을 찾아 독립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골칫덩이 두 얼굴의 아들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비난을 함께 받고 있지만, 다섯 모자에겐 출연을 결심한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하지만 아들에게 적당한 짝을 찾아주려 출연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아들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출연을 후회한 엄마들도 있다.

알린은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훌륭하게 아들 알렉산드르를 키워왔지만 퇴직한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알린의 걸림돌은 일찍 독립한 다른 아들과 달리 여전히 집에 남은 알렉산드르. 버스 운전사인 27세의 그는 큰 키에 흰 피부, 자상한 성격을 지녔지만 혼자서는 달걀프라이 하나 못한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낄까 걱정돼 원하는 것은 다 해주다 보니 마마보이가 돼버린 것.



모든 선택을 어머니에게 맡겨왔던 알렉산드르는 방송 6주차에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에도 후보자 샬럿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와의 전쟁을 선포한 그는 “엄마 말을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엄마의 결정에만 따랐던 무능한 나를 바꿔보고 싶다. 자기 맘대로 해온 엄마에 대한 반항심이자 일종의 복수”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몰래 지켜본 알린은 충격에 빠져 매회 눈물을 보이고 있다.

부르고뉴 지방의 유명 스타일리스트 벤저민(25)의 어머니 오딜도 충격에 빠졌다. 늘 자식을 예의 바르게 키웠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분노에 휩싸였다. 오딜은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18세 때 벤저민은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했지만, 오딜 부부는 아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그들은 아들의 성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아들에게 최고의 남자친구를 찾아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방송에 참여했다.

하지만 벤저민은 자신과 남성 후보자들이 함께하는 파티에서 여러 남자와 스스럼없이 키스했고, 이 장면을 몰래 지켜본 오딜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모습이 그간 믿음을 줬던 올바른 이미지와 전혀 달랐기 때문. 오딜 부부는 “방송에서 하차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얼마 남지 않은 최종 선택을 앞두고 초조해하고 있다.

부드러운 남자가 대세인 오늘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화제를 모으는 아들도 있다. 파리 출신인 알방(30)은 클럽 DJ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알방은 직업 특성상 정오가 지나야 일어나기 때문에 그의 식사와 방청소, 빨래는 모두 어머니 샹탈이 책임져왔다. 샹탈은 “이제라도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며 방송 참여를 결심했다. 하지만 모자는 방송 초부터 대립구도에 들어갔다.

알방은 스트립댄서인 신디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 사실이 못마땅한 샹탈은 신디를 알방에게서 떼어내려고 방해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아들이 쉽게 단념하지 않자 아들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했다. 신디와 오랜 대화를 통해 그가 의외로 진실하고 여리다는 것을 알게 된 샹탈은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로써 샹탈이 가장 먼저 며느릿감을 찾는 듯 보였으나, 이번엔 아들 알방이 문제였다. 늘 짙은 화장을 하고 지나치게 완벽한 몸매를 가진 신디의 ‘성별’에 의문을 품은 것. 알방은 “솔직히 너 남자 아니냐” “성형 안 한 데가 없는 것 같다” “성형을 한 이유가 뭐냐” 등 모욕적인 말을 한 뒤 신디를 탈락시켜 수많은 시청자의 비난을 받았다.

알방만큼 무례한 태도로 여성들의 집중 공격을 받는 아들은 주세페다. 이탈리아 출신인 주세페(39)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수입 자동차 마케팅 직원으로 파리의 아름다운 작은 성에 거주한다. 한 번도 다림질을 직접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왕자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는 주세페는 여성 후보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넌 여기 왜 왔는지 모르겠다” “잔말 말고 밥이나 먹고 꺼져라” “얼굴이 못났으면 말이라도 잘 들어라” 등 막말을 쏟아부었다.

어머니 마리 프랑스는 “아들을 변화시키겠다”며 방송에 참여했지만, 자신도 방송 첫 주부터 후보자들을 데리고 전문 스타일리스트 사무실을 방문해 수영복 심사를 할 정도로 며느릿감의 외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리 프랑스 역시 수십 차례의 성형으로 일흔에 가까운 나이를 숨기고 있었다. 결승에 오른 후보는 가슴확대 수술로 F컵을 자랑하는 클라라와 ‘리틀 마리 프랑스’라 불리는 성형미인 카린 등. 이런 기행으로 주세페와 마리 프랑스 모자는 프로그램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품절남 만들기’ 가슴 뜨거운 모성애
왕자님 차지하려고 몸싸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거주하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코린의 아들 플로랑은 큰 키와 근육질 몸매, 패션 센스까지 갖춘 그야말로 ‘왕자님’이다. 아들의 여자친구들이 성에 차지 않아 최고의 며느리를 찾으려고 나왔다는 코린은 아들의 수준에 맞는 여성을 찾는 데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해도 문제. 플로랑의 매력적인 외모와 탁월한 조건에 눈이 먼 여성 후보자들이 매주 욕설을 주고받고 몸싸움을 벌이며 ‘왕자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달려들고 있기 때문. 코린은 격렬한 쟁탈전을 보고는 “공격적인 여자는 내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며 아들에게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것을 강요했다. 한편 최종 후보인 제시카와 가까워진 플로랑은 냉철한 엄마의 선택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아들의 반항에 눈물을 흘리는 알린, 이제껏 얌전하다고 믿었던 아들의 본모습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 오딜, 아들이 행복하다면 스트립댄서 며느리도 괜찮다는 샹탈, 마흔을 앞둔 아들을 일곱 살 난 아이처럼 보조하는 마리 프랑스 그리고 어떤 여자도 내 아들보다 못하다는 코린.

최고의 며느릿감을 찾겠다며 비밀스러운 가정사와 속내를 전국에 공개한 용감한 프랑스 엄마들의 모습은 한국 엄마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아들에게 신부를 찾아주고 독립시키고 싶다지만, 떠나갈 아들에 대한 두려움과 미련을 느끼는 모정은 프랑스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누가 내 아들과 결혼하고 싶나’. 과연 그들의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결말이 궁금해진다.



주간동아 2011.01.03 769호 (p54~55)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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