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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포항시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실체 불명의 국제기구와 MOU 체결 … 양측 연결 S씨 계약 다음날 전격 구속 의문 증폭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포항시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포항시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박승호 포항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실체 불명의 GCC 비즈니스포럼 회장, 국내외 합작법인 PSPG 대표 S씨 등과 함께 2010년 11월 25일 MOU를 체결했다. 오른쪽은 포항시청 건물 전경.

2011년 예산 심사에서 ‘형님예산’ 논란의 중심지였던 경북 포항시가 실체 불명의 국제기구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 체면을 구기게 됐다. 더욱이 문제의 MOU를 중재한 국내 정밀가공업체 M사 전 대표 S씨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 상태인 것이 뒤늦게 밝혀져 최근 검찰에 긴급 구속되면서 MOU 체결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순수한 투자유치가 아닌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의문의 핵심이다.

포항시가 MOU를 체결한 시점은 2010년 11월 25일이다. 문제의 MOU 체결 상대는 ‘걸프협력회의(GCC·Gulf Cooperation Council) 비즈니스포럼’. 포항시 박승호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GCC 비즈니스포럼 회장이라는 A씨와 MOU 서류를 주고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인사는 박 시장과 A씨를 포함해 S씨가 새로 설립을 추진한 국내외 합작법인인 PSPG 사장 M씨, 최영우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나주영 국제협력민간협의회 위원장 등이다.

코트라 두바이센터에선 “신중하라”

MOU 주요 골자는 GCC 비즈니스포럼이 아랍 지역의 투자자와 관광객을 포항에 적극 유치하면, 포항은 이를 위한 행정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막대한 자본을 갖춘 중동 산유국과 중동 부호들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수만 있다면 포항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나쁠 게 없는 일이다.

GCC는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 정상이 UAE 수도 아부다비에 모여 결성한 단체다. 회원국이 모두 아랍 주요 산유국이라는 점 때문에 이 단체는 많은 국가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이들 회원국은 경제는 물론 정치·군사적으로도 협력 및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회원국을 돌면서 회의를 연다.



포항시 한 관계자는 “GCC 비즈니스포럼은 GCC 산하조직으로 회원국의 경제 분야 전문가 모임이라 알고 있다”면서 “GCC 홈페이지는 물론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통해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간동아’ 확인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GCC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GCC 비즈니스포럼이라는 기구나 조직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코트라 두바이센터 현지 관계자도 GCC 비즈니스포럼의 존재 자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UAE의 주요 거점도시인 두바이는 GCC의 중심지다. 의아한 것은 코트라 두바이센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이미 포항시 측에 알렸다는 점이다. 코트라 두바이센터 현지 관계자의 이야기다.

“얼마 전 포항시로부터 GCC 비즈니스포럼에 대한 문의가 왔다. GCC는 들어봤어도 GCC 비즈니스포럼이라는 것은 그때 처음 들었다. 혹시 우리가 정보를 놓친 게 아닌가 싶어서 여기저기 확인을 했다. 웬만한 GCC 관련 모임이나 기구에 대한 정보는 항상 듣고 있다. 그런데 홈페이지도 없고 GCC 공식기구도 아니고,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 GCC 관련 지역에서 공식 행사를 연 적도 없다. 그래서 포항시 측에 (MOU를 체결할 때) 신중히 검토하라고 이야기했다.”

GCC 비즈니스포럼 회장으로 알려진 A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코트라 두바이센터 관계자는 “포항시 쪽에서 보내온 정보로는 예멘 사람이고 금융계 쪽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그 이상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설사 GCC 비즈니스포럼이라는 조직이나 기구가 있다 하더라도 예멘은 GCC 회원국이 아닌데 어떻게 예멘 사람이 포럼 회장이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코트라 두바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예멘은 주요 산유국도 아니고 중동에서도 변방 국가에 속한다. “예멘은 GCC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GCC 관련 기구나 조직의 회장을 그 나라 사람이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부연 설명이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실체 불명의 GCC 비즈니스포럼 측과 MOU를 체결했다. 양측을 연결해 준 당사자는 MOU 체결 바로 다음 날인 2010년 11월 26일 전격 구속된 M사 전 대표 S씨다.

S씨를 체포한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S씨는 경영상의 이유로 M사를 청산하면서 임금 체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사는 볼트와 너트, 항공기 부품, 조선 기자재 등 금구류 정밀 가공업을 목적으로 한 자본금 6억 원의 소규모 회사. 2003년 8월 설립 당시 주소지는 경남 김해였으며 2006년 12월 부산 사상구로 본점을 옮긴 후 현재는 폐업한 상태다.

포항시 “특별히 문제 될 건 없다”

S씨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CNG(압축천연가스) 농축 플랜트를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 컨설턴트를 통해 GCC 회원국으로부터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이라고 서울의 한 투자자로부터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S씨가 추진한 프로젝트 규모는 최소 3000억~4000억 원에 달한다. 포항시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100만㎡(약 30만 평) 규모의 공장용지에 최첨단 CNG 농축설비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는 것. 포항 산업단지 예정용지 1㎡당 제공 단가가 18만 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공장용지 매입비만 1800억 원 정도가 투자되는 셈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S씨는 이를 위해 국내외 합작법인인 PSPG사 설립을 추진했고, S씨가 이 회사 사장으로 영입한 말레이시아 출신 M씨는 총사업비의 40%를 GCC 6개 회원국의 투자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SPG는 ‘포항의 지속발전 가능한 그룹’이라는 의미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GCC 비즈니스포럼의 실체가 불명한 것은 물론 회장으로 알려진 A씨와 중개인 M씨에 대해서도 GCC 경제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S씨가 운영하다 폐업한 회사가 현재 추진하는 프로젝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했다는 점도 의문을 더한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청사 14층에 PSPG 사무실 공간을 내줬다. 규모는 165㎡(50평형) 정도. 사무실 공사비 1800만 원은 PSPG 측에서 부담했지만, 연간 임대계약금 3400만 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포항시가 PSPG 측에 사실상 무상으로 사무실을 내줬고, 그 배경에 정치권이 관여했을 소지가 높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 반박하면서 “포항시와 PSPG 측은 정상적인 임대계약을 체결했고 지금도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씨가 구속돼 당혹스럽지만 MOU 직접 당사자는 아니고 아직까지는 포항시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 게 없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포항시는 GCC 비즈니스포럼과 MOU를 체결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러나 MOU 중재자가 구속되고 GCC 비즈니스포럼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포항시의 공신력은 추락했다. 아주 사소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공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확인과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주간동아 2011.01.03 769호 (p38~39)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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