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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불어라! 신바람 풀려라~ 2011 02

심각한 척 말아요, 즐거운 인생이잖아요!

신바람 도사 3인이 전하는 해피 캡슐 프로젝트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심각한 척 말아요, 즐거운 인생이잖아요!

10대에는 한번 터지면 멈추지 않아 탈이었다. 20대에는 그래도 간간이 터지던 웃음보. 30, 40대를 지나면서 조개처럼 입이 꽉 다물어져버렸다. 잘 웃기만 해도 만사형통(萬事亨通). 그러려면 일단 마음의 주름을 좍좍 다림질해야 한다. 신바람 도사 3인이 웃음보를 잃은 당신에게 극약처방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진작가·오디오 칼럼니스트 윤광준 씨 “사소한 물건이 삶을 풍성하게 한다”

심각한 척 말아요, 즐거운 인생이잖아요!
윤광준(52) 씨는 사진작가이자 오디오 칼럼니스트다. ‘잘 찍은 사진 한 장’ ‘윤광준의 생활명품’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12월 29일 그를 만나러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향했다. 부동산중개소와 복사 가게가 들어선 소박한 건물 앞에서 내비게이션이 도착을 알렸다. 어두침침한 계단을 내려가자 웅장한 음색이 가슴을 울린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작업실 ‘비원(B1)’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 오디오, 음반, 책, 사진, 빛 한 줌 없는 어두컴컴함…. 작업실 느낌이 묘하다. 아침인데 저녁 같다.

“여러 군데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찾은 둥지다. 벌써 7년째 이곳에서 생활한다. 햇빛이 들고 창밖 세상이 보이는 공간에서는 안정이 안 되더라.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만큼 혼자 작업하는 내가 외로워지니까. 이 공간은 낮밤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 무덤 같은 느낌으로 드나드는 곳이다.”



▼ 사진이 본업이지만 취미로 시작한 오디오가 본업을 넘어서는 지경이 됐다. 오디오를 모으느라 가계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당신에게 오디오는 어떤 의미인가.

“대학 때 오디오를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 오디오 잡지를 섭렵하며 욕망을 해소했다. 졸업하고 단칸방 전세금(550만 원)과 맞먹는 오디오를 샀다. 어려운 시절 모두 팔아서 지금은 다시 모았지만 음반도 1만 장 정도 모았다. 돈은 안 되지만 오디오와 음반에 들러붙은 추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행복이다.”

▼ 사람들은 뭔가를 모으곤 한다. 볼펜, 전단지, 젓가락 등 간혹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수집의 즐거움이란?

“수집은 애정이다. 처음에는 왜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차츰 모으다 보면 섭렵에서 오는 의미가 생긴다. 거기서 취미와 관심이 성장하게 된다. 물건이 주는 재미는 내밀한 부분이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세계다. 예컨대 기능과 별개로 감각의 카메라는 라이카가 최고다. 그건 손맛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실용의 세계로는 이해할 수 없어도 그 맛을 위해 어떠한 비용도 지불할 수 있는 행복이 있다.”

▼ 소소한 대상에서 재미를 찾으라는 것이 당신의 행복론인가.

“엄청난 꿈을 좇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이건희, 이명박, 빌 게이츠가 되겠다는 것은 극소수의 지향이지 범인(凡人)들과는 관계없는 얘기다. 나의 가장 큰 꿈은 ‘내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단계를 뛰어넘는 꿈은 허위라고 본다. 관심이 가고 기분 좋은 것을 사랑하고 즐기다 보면 섭렵과 탐구로 이어진다. 대상에 우열은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세계를 쌓게 되고, 실체가 있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 실천하려면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고, 대상에 따라 돈이 줄줄 샐 수도 있다.

“‘하고 싶다’라고 징징대면서도 못하는 것은 보편적 합리성 때문이다. 하지만 욕망은 절대 참아서 해소되지 않는다. 발산해야 없어진다. 일단 시범 케이스로 가장 강렬하고 큰 욕망을 해소할 것을 권한다. 조금 힘들지만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욕망을 해결하고 나면 자잘한 욕망은 사라진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실질적 행동으로 피드백을 얻다 보면 이런 패턴으로 살 수 있다. 나는 돈만 없고 다 가졌다. 좋아하는 것에 족족 써버리니까. 나는 허무주의자거든.”

허무주의자들은 미래를 미화하지 않는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오늘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인터뷰 도중 그가 실험실에서 볼 법한 신기한 물건을 꺼냈다. 커피 끓일 때 쓰는 사이펀(siphon)이다. 능숙한 솜씨로 유리관을 만지며 그가 말했다.

“이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면 맛이 깊고 구수해. 종이 필터를 쓰면 커피 지방까지 걸러내는데, 이건 구조상 천을 필터로 써서 지방 성분이 포함되거든. 이렇게 노는 거야, 그냥.”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김정운 교수 “나만의 ‘Fun 리스트’를 만들어라”

심각한 척 말아요, 즐거운 인생이잖아요!
“이거, 머리 오늘 엉망인데. 아아.” 파마머리를 한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김정운(50) 교수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진다. 경쾌하고 빠른 말투로 투덜거리는 모습이 아홉 살 소년 같다. 초면에 소탈하게 망가지는 모습, 중년 남자에게는 쉽지 않다. 즐겁게 사는 게 지상과제인 김 교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12월 28일 지구에서 가장 멋진 책장과 오디오와 커피향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여러가지문제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 ‘재미학 전도사’로 불린다. 재미있게 살고 있나?

“2011년 올해 쉰 살이 됐다. 백 살까지 살 거니까 딱 절반 살았다. 사실 그동안 그리 재미나게 못 살았다. 남들 이목, 사회적 명성, 경제적 여유 등에 신경 쓰면서 살았다. 쉰을 맞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랬더니 행복하다.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 것이다. 그간 교수 신분으로 프로젝트니 뭐니, 의지와 관계없이 많은 것을 해왔다. 관심 있는 공부를 하고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니 이제야 즐겁다.”

▼ 삶의 전환점을 맞은 건가.

“그렇다. 새해가 즐거운 것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분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정서적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2010년 고등학교 동문 30주년 행사에서 은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쉰이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그간 해온 것을 어떻게 가꿔나갈지 고민하라’고. 나는 글 쓰고 구라(이야기) 푸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도 내 이야기와 글을 재미있게 들어준다. 단,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글 쓰고 이야기할 것이다.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하면 보는 이들도 그 느낌을 알아채고 싫어한다.”

▼ 당신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나는 인간관계가 약점이었다. 난 연구비도 잘 따오고 프로젝트도 꼼꼼히 처리하는 등 일은 잘한다. 한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그게 지나면 나한테 상처로 돌아온다. ‘일이 잘돼야 먹고사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고마워하지 않고 내게 상처받은 것만 생각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배신감도 느끼고 그랬다. 그래서 여러가지문제연구소만 남기고 연구소들을 정리했다. 또 아들이 공부를 못해서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걸 인정하는 게 참 힘들었다. 다행히 이번에 대학에 갔다. 그러니 집에 들어가는 게 즐거워졌다.”

▼ 일상에서 재미를 찾으려면?

“한국 사람들은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 다들 사회적인 문제를 공격적으로 비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등한시한다. 자유·민주·평화 등은 수단적 가치다. ‘사회가 좋아지면 무엇을 할 건가’라는 고민이 빠져 있다. 궁극적 가치는 행복과 재미다. 사회문제만큼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다. 나를 웃게 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고민을 한 다음에는 뭘 해야 하나.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해진다. 거꾸로 말해 행복하려면 기분 좋은 시간을 늘리면 된다. 소박해도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봐라. 그리고 리스트를 죽 적어봐라. 좋아하는 물건, 장소, 원칙 등 뭐든지 좋다. 예컨대 회사 책상에 꽃을 두거나 하루 한 번 옥상 바람을 쐬는 것처럼. 그걸 실천하다 보면 주체적 삶에 대한 자신이 생긴다.”

▼ 당신의 리스트가 궁금하다.

“가슴 페티시가 있어서 이 그림(작업실에 걸린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별, 상황별로 듣는 음악 리스트도 있다. 향초 켜는 것도 즐긴다. 좋아하는 장소는 남산과 덕수궁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사라진다. 매일 출근하면서 ‘남의 돈 따먹기 힘들다’고 투덜거리면 행복할 수 없다. 그 조건 속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는 게 중요하다.”

여행 테라피스트 곽세라 씨 “행복 의지를 키우면 세상이 즐겁다”

심각한 척 말아요, 즐거운 인생이잖아요!
말 한마디마다 거침없이 ‘까르르르’ 소리가 따라붙는다. 최근 본 적 없는 시원한 웃음이다. 그림, 글, 강연을 넘나드는 21세기형 아티스트 곽세라(39) 씨. 3년간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로 떠났다. 그곳에서 힌두 철학과 요가를 공부한 뒤 지난 12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클럽메드의 요가 매니저로 활동했다. 12월 28일 온몸으로 신바람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를 만나 한 수 가르침을 청했다.

▼ 함께 웃으려 해도 어색한지 얼굴 근육에 경련이 난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가.

“언젠가부터 불행과 고민에 관심이 없어졌다. 그랬더니 불행과 고민도 나를 놓아주더라. 사람들은 불행만큼 행복을 두려워한다. ‘환자 의지(ill will)’라는 게 있는데, 간단히 말해 ‘나는 안 돼. 나 따위는 이거면 돼’라면서 자기 비하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적 같은 일을 보고 ‘나에게도 곧 저런 일이 일어날 거야’ 하다 보니 자꾸 웃게 되더라.

지금은 모든 게 즐겁다.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놓쳐도, 감기에 걸려도, 일주일 전에 해외 강연이 취소돼도 재미있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스트레스로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후배한테 이렇게 말했다. ‘잘됐다. 이 기회에 남편한테 수발받으면서 너 움직이느라고 못했던 거 다 하라’고. 처음에 어이없어하던 후배가 내 말대로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회복이 됐다.”

▼ 행불의 경계가 없는 건 득도의 경지인데, 신기하다. 마인드 컨트롤의 힘인가.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자기 마음을 접시에 담긴 물이라고 생각해보라. 그 물을 늘 잔잔하게 유지한다고 생각하면서 평정심을 연습할 것을 권한다. 인도에서 만난 스승님이 알려준 방법도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마다 그런 감정을 16초간 탈탈 털어내는 것이다. 화는 먼지처럼 몸에 붙는 것이다. 옷에 묻은 음식물 자국을 지우듯, 화나 우울도 털어낼 수 있다. 꼭 한번 시도해봐라.”

▼ 근심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을 팁이 있을까.

“불평불만만 하거나 싫은 사람과는 교류를 끊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돈 주는 사람이거나 하는 등)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게임처럼 임하면 된다. 나는 아바타가 여러 명 있다. 남자, 여자, 아이 등등 이름을 붙이고 곤란한 상황마다 그들을 부른다. 인내심을 갖고 연마하다 보면 물아일체 되는 날이 온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누구도 당신을 좌절시키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 남이 문제지, 당신은 괜찮다.”

▼ 카피라이터로 활동할 때는 어땠나.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려웠다. 카피라이팅은 어려운 작업이다. 대중보다 한발 앞서면 너무 전위적이고, 반보 뒤지면 구식이 된다. 딱 반보 앞서면서 그것을 대중의 구미에 맞게 표현해야 하는데, 숙제처럼 그 작업을 하려니 즐겁지 않았다. 누구나 이상과 현실의 갭이 있겠지만, 미디어의 화려한 세례를 받고 자란 세대일수록 그게 더 크다. 뒤처지는 게 싫어 열심히 일할수록 마음은 타들어가더라. 인정받아도 힘들다면,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인생의 경로를 바꿔서 잘 안 풀리는 경우도 있지 않나.

“나는 자연스럽게 풀린 케이스다. 진짜 원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는 사람들은 운명처럼 길이 열린다. 가정과 경제생활이 파탄 나는 것은 집중하지 않고 우물쭈물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기질을 타고난다. 우리 어머니처럼 살림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있는 반면, 육아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찾고 원하는 것을 다 하고 살면 즐거움이 따라온다. 사람을 가장 망치는 것은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다. 견딜 수 없는 불행이 닥치면 즉각 돌파구를 찾는다. 반면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쾌락적이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게 쌓이면 곪아터지게 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그가 권한 팁들을 머릿속으로 복습해봤다. 아침에 눈 뜬 순간 웃으면서 “행복하다. 좋다”라고 말하기, 분노가 치밀면 어깨와 가슴을 손으로 털어내기, 그릇에 담긴 물을 상상하기. 다음 날 3가지를 실천해봤다. 출근길 발걸음이 한결 경쾌해졌다. “전지전능(全知全能)이란 오감이 자유롭다는 뜻이에요. 얼마나 좋아요. 미남미녀(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지칭)에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까르르르.”



주간동아 2011.01.03 769호 (p18~21)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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