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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아파트의 놀라운 ‘쌩얼’ 04

“아파트는 싫다 싫어!”

정원 갖추고 저층 여유로운 한옥과 타운하우스 각광

  •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아파트는 싫다 싫어!”

“아파트는 싫다 싫어!”

1 전통 한옥의 멋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거실. 2 현대식 싱크대 등으로 리모델링된 주방. 옛것과 새것이 다소 부조화스럽게 보이지만 일상생활에는 편리하다. 3 거실 문턱에 앉아 앞마당을 바라보는 집주인 권재혁 씨.

전통 한옥

“친구들이 ‘늘 MT 온 기분으로 사는 것 같아 좋겠다’며 부러워합니다. 가족과 앞마당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도 들고요.”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아담한 카페를 운영하는 권재혁(35) 씨는 한옥 예찬론자다. 90여 년 전 지어진 효자동 82.5㎡(25평) 한옥에 사는 그는 앞마당에서 고추도 키우고 카페 음식에 쓸 허브도 재배하며 아기자기한 삶을 꾸려간다.

결혼 후 4년 정도 아파트 생활을 했지만, 갑갑한 아파트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는 데다 층간 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이만저만 받은 게 아니다.

“아이가 걸을 때마다 아랫집에서 올라와 항의를 하는 통에 너무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런데 항의하는 아랫집에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 있다는 겁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이니 이해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답답했죠.”



이후 한옥 생활을 결심했다. 마침 아내도 같은 생각이어서 한옥으로 옮기는 것은 별 어려움 없이 진행됐다.

“지난해 4월 이 집으로 이사 왔는데,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처럼 아랫집과 트러블 날까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마음도 편해졌고요. 집도 조용해요. 전세로 들어왔는데 주변 시세보다 싸게 들어와 그것도 좋았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권씨의 아들은 처음 한옥에 왔을 때 ‘할아버지 같은 집’이라며 낯설어했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서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는 잔소리를 들을 일 없어졌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앞마당도 생겨 성격이 더 밝고 활기차졌다고 한다. 우리 전통 한옥은 재료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자연친화적이다.

특히 옛날식 한옥은 천연나무와 흙벽(짚 등을 섞어 만든) 등으로 기둥을 세우고 전반적인 집의 틀을 만들다 보니 새집증후군, 헌집증후군 등을 일으킬 유해화학물질이 전혀 없다. 이뿐 아니라 지붕의 선과 담, 그리고 문살의 무늬 등에서 고향에 돌아온 듯한 포근함과 은은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전통 한옥은 시원한 여름, 따뜻한 겨울

권씨의 한옥은 원래 165㎡(50평) 규모의 ‘ㅁ’자 한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82.5㎡(25평)씩 두 곳으로 나뉘어 ‘ㄷ’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권씨는 가끔 친구들과 앞마당에서 고기 구워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친구들은 “반으로 나뉜 곳에 살고 있는 옆집사람들은 이사 갈 생각이 없나? 그곳으로 이사해 한옥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권씨의 집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지만 한옥 특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 때문에 전원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옥이라고 해서 시설이 낙후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와, 처마, 기둥 등은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지만, 생활공간인 내부는 모두 현대식으로 리모델링돼 도시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아파트는 싫다 싫어!”

4 심플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주방. 5 1, 2, 3층을 관통하는 ‘중정’. 화단과 툇마루가 있어 친근한 느낌을 준다. 6 널찍한 안방과 중정이 통유리로 연결돼 답답함이 덜하다. 7 각각의 트리플렉스 하우스는 조그만 복도를 따라 연결돼 있다.

트리플렉스 하우스

단독주택 + 콘도 흥미로운 주거공간 ‘트리플렉스’

복잡한 아파트를 대용할 수 있는 주거 형태로 최근 각광받는 것이 타운하우스다. 영국의 교외주택에서 비롯돼 발전한 타운하우스는 공동정원(common space)에 연속저층(低層)으로 건축된 주택을 말한다.

쉽게 말해 단독주택과 콘도미니엄의 장점을 살려 같은 모양의 단독주택을 여러 개 이어 지은 것이다. 지난 10월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한 타운하우스 한 곳을 찾았다. 트리플렉스 하우스 ‘메조트론II’(이하 트리플하우스)라는 긴 이름을 가진 곳이다.

3대가 한 집에 모여 살 수 있는, 그러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3층 구조로 설계된 트리플하우스는 꽤나 흥미로운 주택이다. 일반적으로 주택건축 대지는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을 최고로 치는 데 반해, 트리플하우스의 대지는 꼬불꼬불한 모양의 자투리땅이다.

그러나 휘어진 물음표 모양의 입지적 약점을 서울시내 골목길처럼 주택을 배열하는 데 활용해 오히려 친근감을 높였다. 이 같은 자투리땅의 활용과 참신한 디자인을 인정받아 트리플하우스는 2008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본상을 차지했다.

전반적인 특징은 내부 가운데에 중정(中庭)을 두고 한쪽 복도를 연결지점으로 삼아 각 세대가 3개 층을 이루는 트리플렉스(Triplex)의 구조를 이루는 점.

“도심 속에서도 집에 작은 앞마당을 갖고 땅을 밟으며 생활하는 전통적인 주거형태를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부분도 강조하고 싶었고요. 이곳은 겉보기에는 현대식 주택 같지만 공간구조 등은 상당 부분 한옥의 구조를 따랐습니다.”

주택을 설계한 연경흠 건축사(48·건축사사무소 ‘연’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곳 트리플하우스는 전통 한옥에서 많이 봐온, 한쪽이 터진 ㅁ자 구조, 툇마루, 우물을 닮은 수변 공간 등을 갖춰 친근한 느낌을 준다. 3층 구조이다 보니 문을 열면서 시작되는 공간이 1층일 거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2층 거실에서부터 공간이 시작된다.

그곳에서부터 공용 공간인 주방이 중정을 지나 정면에 자리하고, 계단을 통해 1층과 3층으로 각각 독립된 세대가 펼쳐진다. 이곳의 특징적인 공간 중 하나는 1층 툇마루. 중정 노릇을 하는 수변 공간 한쪽에 자리한 툇마루는 아파트의 답답함과 차별화되는 여유로움을 안겨주며, 트리플하우스의 한옥적인 특징을 가장 잘 살린 곳이다.

일반적으로 타운하우스의 입지는 대규모 택지지구 내 블록형 단독주택지, 연립주택지, 전원형 민간택지 등으로 나뉘며 최근에는 경기도 용인 동백, 성남 분당, 파주, 동탄신도시 등에 고급형 타운하우스가 많이 지어지고 있다.

다만 타운하우스는 너무 고급형으로 지어지는 경향이 많고, 서울 도심에서 멀어 시내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아파트의 답답함을 벗어나 사생활을 보장받는 것은 좋지만 그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은 어쩔 수 없이 타운하우스를 ‘그림의 떡’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건축되는 타운하우스들은 대부분 150㎡(45평) 이상으로 웬만한 곳은 300㎡(90평)를 훌쩍 넘긴다. 트리플하우스도 약 200㎡(60평) 규모로 가격이 12억~13억원에 이른다. 평당 2000만원을 웃도는 수준. 하지만 서울시내에서 3가족 또는 3대가 함께 사는 공간임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은 아니다.



주간동아 2009.11.10 710호 (p28~29)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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