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웰다잉’ 주제 시의적절 죽음, 철학적 사색을

  • 조은주 배재대 강사

    입력2009-07-01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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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 주제 시의적절 죽음, 철학적 사색을
    대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당시 90세가 넘은 친할머니가 계셨다. 방에서 인사를 드릴 때면 호호백발을 뒤로 넘긴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단정한 모습으로 맞아주시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친구의 어머니가 평소와 다름없이 반주로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점심상을 할머니 방에 들여놓았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시 들어가 보니 할머니는 아주 평화로운 얼굴로 밥상 옆에 비스듬히 누워 계셨다. 불씨 사그라지듯 편안한 죽음, 그리고 복 받은 죽음이라고 얘기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명을 다해 자연사할 나이인데도 병원에서 고무호스를 매단 채 생명 연장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요즈음은 사는 것도 힘들지만, 죽는 것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음에도 자발 호흡으로 꿋꿋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김모(77) 할머니에 대한 뉴스가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존엄사와 안락사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시기에 ‘웰다잉’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간동아’ 692호를 보니 반가웠다.

    전체 30쪽 12꼭지로 구성된, 죽음과 관련된 다각도의 기사는 주간지의 장점을 잘 살렸다. 죽음준비교육의 실태, ‘유언장’ ‘사전의료지시서’ 구체적으로 쓰는 방법, 유산상속과 상속세 줄이는 비법, 노(老)테크와 장례서비스, 요양원 관련 기사까지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했다.



    ‘수목장’에 관한 기고문도 납골묘의 자연 훼손이 우려되는 현시점에 눈에 띄는 기사였다. 하지만 아직도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혹은 편하게) 말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시니어’들이 죽음을 아름다운 생애의 마감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철학적 사색, 또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강의 프로그램에 관한 심도 깊은 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부터 다잡아야 유언장도 구체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향수에 관한 내용만큼 매력적인 향이 나는 문체의 ‘사향노루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남성용 향수를 사야겠다는 마음도. 가족을 위해 수고하는 남편의 ‘웰빙’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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