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이행해나가기가 나로서는 불가능하다고 깨달았으며….”
1936년 12월11일 밤 대영제국의 국왕 에드워드 8세가 국영방송 BBC 라디오를 통해 발표한 ‘퇴위의 변’ 중 한 구절이다. 이 방송을 마지막으로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리고 미국 출신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고자 호주로 갔다.
왕위에 오른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에드워드 8세는 매우 심한 조루증에 시달렸는데, 그로 인한 열등감을 감싸준 이가 바로 심슨 부인이었다. 그녀는 이전의 두 남편이 “침대에 묶어놓고 싶어 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인기가 많았다. 에드워드 8세는 한 나라의 왕으로 사는 대신 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만일 에드워드 8세가 요즘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혹 다른 길을 가지 않았을까. 최근 그의 대륙 유럽(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먹는 조루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시판됐다.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가 그것.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현재 국내에서도 시판을 위한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안에 국내 조루증 환자들에게도 모습을 선보일 예정인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선 한국이 최초.
세계 최초의 먹는 조루 치료제인 다폭세틴은 국내 환자의 조루 치료에 양적, 질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 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 전체 성인 남성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조루 환자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 치료법에 헛돈을 뿌릴 일이 없을뿐더러 비싸고 부작용이 두려운 수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터. 남편의 조루 때문에 늘 찌푸려 있던 아내의 눈살도 펴질 수 있을 듯하다. 발기부전 환자처럼 동네 비뇨기과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 먹으면 지긋지긋한 조루와 작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로토닌 농도 높여 사정 지연 ‘위대한 탄생’
다폭세틴의 출현은 제2의 성혁명을 일으킨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먹는(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탄생과 여러모로 비견된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도 경구용 약품이 시판되기 이전에는 온갖 근거 없는 치료법이 난무했다. 다폭세틴은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성관계 몇 시간 전에 복용하면 된다. 복용법이 간편하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닮은꼴.
하지만 다폭세틴이 일으킬 경제적 파장은 발기부전 치료제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 분석. 발기부전 환자는 성인 남성의 12~15%에 그치지만 조루는 30%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매출규모는 지난해 기준 770억원 정도. 업계에선 고혈압 치료제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약품(연 1000억원 이상 매출)이 성 관련 약품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다폭세틴은 무엇보다 조루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조루의 원인은 말초 성기(귀두)의 과민성과 사정(射精) 중추신경의 이상, 정신적 원인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 또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이 사정 중추신경의 이상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조루 치료는 말초 성기의 과민성을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됐다. 그 결과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증상 완화에 그쳤다. 게다가 음경 통증과 귀두 무감각, 재발 등의 부작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다폭세틴의 탄생은 정신적 요인이나 말초 성기의 과민성이 조루의 근본원인이 아니라 사정 중추신경계의 이상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가능해졌다. 다폭세틴은 사정 현상을 관장하는 중추에 작용해 ‘세로토닌’이라는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
세로토닌은 성적 흥분이나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일종. 이 때문에 ‘행복전달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심신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많이 분비되며, 부족한 경우 우울증이나 수면장애가 생기고 식욕이 증가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세로토닌 양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남성보다 여성이 우울증이나 비만에 빠지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조루는 바로 이 세로토닌이 고갈될 때 생긴다. 반면 세로토닌이 지나치게 많으면 도리어 성욕이 떨어지고 사정이 잘 안 되는 ‘지루증’이 오기 쉽다. 다폭세틴은 이 점에 착안해 개발된 약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해 사정이 빨리 이뤄지려는 순간, 부족한 혈중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성관계 1~3시간 전 복용, 7시간 효과 지속
그렇다면 다폭세틴의 실제 조루 해결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다폭세틴의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국내는 한국얀센)은 2005~2006년 한국을 포함, 전 세계 6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루 차단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조루 치료제의 효과는 단순히 시간의 연장만이 아니라 조루를 진단하는 기준 전체와 연관시켜 검증해야 한다. 즉 질내 삽입 후 사정까지의 시간, 사정조절 능력, 그리고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의 개선 효과, 이 세 가지 모두를 측정해야 한다. 임상에 참가한 의료진은 “다폭세틴은 다른 치료법과 달리 이들 조건 모두에서 효과를 보이는, 유일하게 검증된 치료제라 할 수 있다”고 평한다.
임상 결과, 평소 평균 36초에 그치던 환자의 사정시간이 다폭세틴 복용 후 2분30초로 연장되는 등 사정시간이 평균 3~4배, 최대 7배까지 늘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시간’은 질내 삽입 순간부터 사정까지 시간을 여성 파트너가 스톱워치로 측정해 기록한 것(IELT)으로, 당사자의 주관적 지각 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사정시간이 1분 미만이던 환자군은 2분30초까지 증가, 최대 4배 넘게 늘었는데 1분 이상이던 환자군의 약 3배 증가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정상인이라면 “겨우 1분 정도의 변화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대다수는 “1분 미만의 변화에도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조루 환자와 그 파트너의 절박함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루의 진단기준 중 시간만큼 중요한 사정조절 능력에 대한 임상에서도 다폭세틴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매우 좋다’ 혹은 ‘좋다’로 답한 비율이 평소 0.4%에서 복용 후 20~30%로 증가했다. 반대로 ‘매우 나쁘다’ ‘나쁘다’라고 답한 사람은 93.6%에서 40%대로 감소해 다폭세틴이 사정조절 능력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다폭세틴은 스트레스 증가와 만족감 저하 등 정서적인 문제의 개선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복용 결과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와 파트너 등 대인과의 관계 어려움은 감소했고, 성관계 때 환자 스스로의 만족감과 여성 파트너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다폭세틴이 다른 치료제와 차별되는 특장점 중 하나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 체내에 흡수된 뒤 다시 배출되기까지의 시간이 짧아 부작용이 일어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일부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설사, 두통, 어지러움 등이 있는데, 대부분 경도(輕度) 내지 중(中)등도이며 그것도 보통 복용 초기에 발현됐다가 사라졌다. 또한 다폭세틴은 매일 복용하지 않아 더욱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처럼 성관계 1~3시간 전에만 복용하면 효과가 7시간 정도 지속된다.
다폭세틴의 국내 임상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낳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 10개국 이상에서 동시에 진행된 세계 임상에서 다른 나라는 대부분 임상 참가자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의 2.5배가 넘는 환자가 몰려든 것.
2005년 4월 다폭세틴 국내 임상을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에 할당된 임상시험 대상자 정원은 총 200명. 그런데 이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문의와 참가 신청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자 임상 당국은 임상 대상자 정원을 같은 해
6월 240명, 7월에 3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신청자가 밀려들자 급기야 다른 나라에 배정된 환자 수를 한국으로 돌려 정원을 최종 520명으로 늘렸다. 그만큼 우리나라 조루 환자들의 성에 대한 관심과 조루 치료제의 기대감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초의 다폭세틴 발매 국가가 우리나라로 결정된 것도 이런 임상 호응도와 무관하지 않다.
조루의 극복 … 여성이 더 절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성 파트너들이 임상 참여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한 임상 참여 교수는 “신청자 커플 중 대다수는 파트너인 아내가 남성을 설득해 데려온 경우였다”고 말한다. 그만큼 여성의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이었다. 이 약이 과연 누구를 위한 약인지 알게 하는 대목.
사실 다폭세틴 임상연구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 이 임상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여성 파트너와 직접 병원을 방문해 동의서를 작성해야 할 뿐 아니라, 여성은 성관계를 하면서 남성이 성기를 질내에 삽입한 시점에 스톱워치를 눌렀다가 사정 순간 정지한 뒤 사정에 소요된 시간을 정확히 기록해야 했다. 임상 참여 교수들에 따르면 이처럼 민망하고 번거로운 절차에도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실험에 임했다고 한다.
임상이 끝난 뒤 각 임상 병원에는 한동안 “임상을 더 진행할 수 없느냐”는 요청이 쇄도했다. 다폭세틴의 효과를 경험한 참가자들이 계속 약을 먹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다폭세틴의 해외 발매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임상을 진행한 한국얀센에는 과거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그 약, 언제쯤 병·의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느냐”며.
1936년 12월11일 밤 대영제국의 국왕 에드워드 8세가 국영방송 BBC 라디오를 통해 발표한 ‘퇴위의 변’ 중 한 구절이다. 이 방송을 마지막으로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리고 미국 출신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고자 호주로 갔다.
왕위에 오른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에드워드 8세는 매우 심한 조루증에 시달렸는데, 그로 인한 열등감을 감싸준 이가 바로 심슨 부인이었다. 그녀는 이전의 두 남편이 “침대에 묶어놓고 싶어 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인기가 많았다. 에드워드 8세는 한 나라의 왕으로 사는 대신 성적 열등감에서 벗어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만일 에드워드 8세가 요즘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혹 다른 길을 가지 않았을까. 최근 그의 대륙 유럽(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먹는 조루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시판됐다.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가 그것.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현재 국내에서도 시판을 위한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안에 국내 조루증 환자들에게도 모습을 선보일 예정인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선 한국이 최초.
세계 최초의 먹는 조루 치료제인 다폭세틴은 국내 환자의 조루 치료에 양적, 질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 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 전체 성인 남성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조루 환자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 치료법에 헛돈을 뿌릴 일이 없을뿐더러 비싸고 부작용이 두려운 수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터. 남편의 조루 때문에 늘 찌푸려 있던 아내의 눈살도 펴질 수 있을 듯하다. 발기부전 환자처럼 동네 비뇨기과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 먹으면 지긋지긋한 조루와 작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로토닌 농도 높여 사정 지연 ‘위대한 탄생’
다폭세틴의 출현은 제2의 성혁명을 일으킨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먹는(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탄생과 여러모로 비견된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도 경구용 약품이 시판되기 이전에는 온갖 근거 없는 치료법이 난무했다. 다폭세틴은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성관계 몇 시간 전에 복용하면 된다. 복용법이 간편하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닮은꼴.
하지만 다폭세틴이 일으킬 경제적 파장은 발기부전 치료제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 분석. 발기부전 환자는 성인 남성의 12~15%에 그치지만 조루는 30%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매출규모는 지난해 기준 770억원 정도. 업계에선 고혈압 치료제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약품(연 1000억원 이상 매출)이 성 관련 약품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다폭세틴은 무엇보다 조루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조루의 원인은 말초 성기(귀두)의 과민성과 사정(射精) 중추신경의 이상, 정신적 원인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 또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이 사정 중추신경의 이상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조루 치료는 말초 성기의 과민성을 누그러뜨리는 데 집중됐다. 그 결과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증상 완화에 그쳤다. 게다가 음경 통증과 귀두 무감각, 재발 등의 부작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다폭세틴의 탄생은 정신적 요인이나 말초 성기의 과민성이 조루의 근본원인이 아니라 사정 중추신경계의 이상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가능해졌다. 다폭세틴은 사정 현상을 관장하는 중추에 작용해 ‘세로토닌’이라는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
세로토닌은 성적 흥분이나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일종. 이 때문에 ‘행복전달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심신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많이 분비되며, 부족한 경우 우울증이나 수면장애가 생기고 식욕이 증가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여성은 세로토닌 양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남성보다 여성이 우울증이나 비만에 빠지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조루는 바로 이 세로토닌이 고갈될 때 생긴다. 반면 세로토닌이 지나치게 많으면 도리어 성욕이 떨어지고 사정이 잘 안 되는 ‘지루증’이 오기 쉽다. 다폭세틴은 이 점에 착안해 개발된 약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해 사정이 빨리 이뤄지려는 순간, 부족한 혈중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성관계 1~3시간 전 복용, 7시간 효과 지속
그렇다면 다폭세틴의 실제 조루 해결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다폭세틴의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국내는 한국얀센)은 2005~2006년 한국을 포함, 전 세계 60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루 차단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조루 치료제의 효과는 단순히 시간의 연장만이 아니라 조루를 진단하는 기준 전체와 연관시켜 검증해야 한다. 즉 질내 삽입 후 사정까지의 시간, 사정조절 능력, 그리고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의 개선 효과, 이 세 가지 모두를 측정해야 한다. 임상에 참가한 의료진은 “다폭세틴은 다른 치료법과 달리 이들 조건 모두에서 효과를 보이는, 유일하게 검증된 치료제라 할 수 있다”고 평한다.
임상 결과, 평소 평균 36초에 그치던 환자의 사정시간이 다폭세틴 복용 후 2분30초로 연장되는 등 사정시간이 평균 3~4배, 최대 7배까지 늘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시간’은 질내 삽입 순간부터 사정까지 시간을 여성 파트너가 스톱워치로 측정해 기록한 것(IELT)으로, 당사자의 주관적 지각 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사정시간이 1분 미만이던 환자군은 2분30초까지 증가, 최대 4배 넘게 늘었는데 1분 이상이던 환자군의 약 3배 증가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정상인이라면 “겨우 1분 정도의 변화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대다수는 “1분 미만의 변화에도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조루 환자와 그 파트너의 절박함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루의 진단기준 중 시간만큼 중요한 사정조절 능력에 대한 임상에서도 다폭세틴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매우 좋다’ 혹은 ‘좋다’로 답한 비율이 평소 0.4%에서 복용 후 20~30%로 증가했다. 반대로 ‘매우 나쁘다’ ‘나쁘다’라고 답한 사람은 93.6%에서 40%대로 감소해 다폭세틴이 사정조절 능력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다폭세틴은 스트레스 증가와 만족감 저하 등 정서적인 문제의 개선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복용 결과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와 파트너 등 대인과의 관계 어려움은 감소했고, 성관계 때 환자 스스로의 만족감과 여성 파트너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다폭세틴이 다른 치료제와 차별되는 특장점 중 하나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 체내에 흡수된 뒤 다시 배출되기까지의 시간이 짧아 부작용이 일어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일부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설사, 두통, 어지러움 등이 있는데, 대부분 경도(輕度) 내지 중(中)등도이며 그것도 보통 복용 초기에 발현됐다가 사라졌다. 또한 다폭세틴은 매일 복용하지 않아 더욱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처럼 성관계 1~3시간 전에만 복용하면 효과가 7시간 정도 지속된다.
다폭세틴의 국내 임상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낳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 10개국 이상에서 동시에 진행된 세계 임상에서 다른 나라는 대부분 임상 참가자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의 2.5배가 넘는 환자가 몰려든 것.
2005년 4월 다폭세틴 국내 임상을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에 할당된 임상시험 대상자 정원은 총 200명. 그런데 이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문의와 참가 신청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자 임상 당국은 임상 대상자 정원을 같은 해
6월 240명, 7월에 3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신청자가 밀려들자 급기야 다른 나라에 배정된 환자 수를 한국으로 돌려 정원을 최종 520명으로 늘렸다. 그만큼 우리나라 조루 환자들의 성에 대한 관심과 조루 치료제의 기대감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최초의 다폭세틴 발매 국가가 우리나라로 결정된 것도 이런 임상 호응도와 무관하지 않다.
조루의 극복 … 여성이 더 절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성 파트너들이 임상 참여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한 임상 참여 교수는 “신청자 커플 중 대다수는 파트너인 아내가 남성을 설득해 데려온 경우였다”고 말한다. 그만큼 여성의 관심과 참여가 폭발적이었다. 이 약이 과연 누구를 위한 약인지 알게 하는 대목.
사실 다폭세틴 임상연구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은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 이 임상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여성 파트너와 직접 병원을 방문해 동의서를 작성해야 할 뿐 아니라, 여성은 성관계를 하면서 남성이 성기를 질내에 삽입한 시점에 스톱워치를 눌렀다가 사정 순간 정지한 뒤 사정에 소요된 시간을 정확히 기록해야 했다. 임상 참여 교수들에 따르면 이처럼 민망하고 번거로운 절차에도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실험에 임했다고 한다.
임상이 끝난 뒤 각 임상 병원에는 한동안 “임상을 더 진행할 수 없느냐”는 요청이 쇄도했다. 다폭세틴의 효과를 경험한 참가자들이 계속 약을 먹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다폭세틴의 해외 발매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임상을 진행한 한국얀센에는 과거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그 약, 언제쯤 병·의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느냐”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