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를 다루는 통일부 출입 기자들은 스스로의 처지를 비하해 “우리의 하루는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정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지난해 이후, 하루 종일 기삿거리가 없다가도 북한이 대남, 대미 공세조치를 내놓으면 대부분의 기자들이 자정까지 기자실을 지키며 ‘판갈이’(기사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가족과 쉴 수 있을지 여부도 ‘장군님’이 결정한다. 북한은 지난해 이후 유난히 주말에 각종 공세조치를 쏟아내 아예 휴일 나들이를 포기한 기자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통일부 기자들에게 6월14일 이후 약 2주일은 매우 예외적인 휴식 시간이었다. 북한은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이용한 핵개발 카드를 꺼내들며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해 핵 위협의 공세를 높였다. 하지만 그 후 2주일이 지나도록 특별한 추가 공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은 4월5일 장거리 로켓(ICBM) 발사, 25일 폐연료봉 재처리 시작 발표(외무성 대변인 문답), 29일 핵과 ICBM 시험 예고(외무성 대변인 성명), 5월25일 2차 핵실험 실시, 6월13일 UEP ‘커밍아웃’ 등으로 대미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2주간 국제사회 반응 보며 침묵
지난 1월20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북한은 핵개발 문제를 놓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장군 멍군’ 식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북한이 핵탄두 운반용으로 사용할 것이 확실한 ICBM을 시험 발사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제재에 나섰고, 이에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했다. 여기에 유엔 안보리가 새 제재조치를 결의한 것이 6월12일이며, 북한의 UEP 개발 선언은 이에 대한 준비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은 국제사회로 넘어간 셈이고, 북한은 2주간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향후 추가 공세 마련에 시간을 보냈으리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지난 2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반격 기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월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채택하고 기존의 북한 핵보유 불허 방침과 함께 한국에 대한 ‘확장된 억지력’을 약속했다. 공동비전은 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어 17일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무기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깨는 물자를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 강남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같은 우방국들마저 유엔 안보리 제재에 참여한 상황에서 미국이 강남호를 실제로 정선시키고 검색할지, 미국이 실력 행사에 나설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해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핵카드 가운데 핵무기 공개와 실전배치 등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극단적 방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를 이미 다 썼기 때문에 마땅히 내놓을 카드가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은 6월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던 UEP의 실체를 7년 만에 인정했다. 기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까지 공개함으로써 핵개발이 미국과의 협상용이 아닌, 실제 보유용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성명은 특히 “(우리는)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 자체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북한의 여느 발표문과 마찬가지로 시점, 성격, 정도 등에 따른 다양한 해석 여지를 남겼다. 먼저 최근 UEP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인지, 한미 정보당국의 추정대로 1990년대부터 개발을 해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UEP도 경수로 발전을 위한 저농축인지, 핵폭탄 제조용 고농축인지 불명확하다. 또 ‘시험단계’가 어느 정도인지도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2차 핵실험에 이어 아직 설익은 UEP 카드를 성급하게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 실전배치라는 목표를 드러냈다. 성명은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한다. 현재 폐연료봉은 총량의 3분의 1 이상이 재처리됐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가 조만간 시작되지 않으리라는 전제하에 북한은 실제 핵무기 또는 핵기술 이전 관련 카드를 ‘준비되는 대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수는 핵기술 이전 위협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서훈 초빙교수(전 국가정보원 3차장)는 저서 ‘북한의 선군외교’에서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북한이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 관련 카드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핵시설, 핵물질, 핵무기의 증설 및 증대 ②핵무기(폭발장치) 실물 공개 ③우라늄농축 관련 기술, 장치, 물질 시위 ④핵탄두(미사일) 공개 및 실험 ⑤핵무기 실전배치 ⑥핵무기, 핵물질, 핵기술 이전 위협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북한은 5월25일 2차 핵실험을 통해 ①번 카드를 사용했다. 6월13일 밝힌 UEP 공개는 ③번 카드의 일부다. 북한은 앞으로 추가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하고 경수로발전용 저농축우라늄이 아닌,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두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4개 카드는 모두 실전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 이전과 관련된 내용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 이후 나름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먼저 △핵무기(폭발장치) 실물 공개 △핵탄두(미사일) 공개 및 실험 △핵무기 실전배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 특히 ‘핵 능력 부풀리기’를 위해 조작된 사진 등을 이용한 핵무기 공개라는 속임수 카드를 먼저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을 이전한 사실을 시인하거나 미래에 이를 이전하겠다고 협박하는 ⑥번 카드는 북한이 최후의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다른 불량국가나 테러 세력으로 핵이 확산되는 것만은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통일부 기자들에게 6월14일 이후 약 2주일은 매우 예외적인 휴식 시간이었다. 북한은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이용한 핵개발 카드를 꺼내들며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해 핵 위협의 공세를 높였다. 하지만 그 후 2주일이 지나도록 특별한 추가 공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은 4월5일 장거리 로켓(ICBM) 발사, 25일 폐연료봉 재처리 시작 발표(외무성 대변인 문답), 29일 핵과 ICBM 시험 예고(외무성 대변인 성명), 5월25일 2차 핵실험 실시, 6월13일 UEP ‘커밍아웃’ 등으로 대미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2주간 국제사회 반응 보며 침묵
지난 1월20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북한은 핵개발 문제를 놓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장군 멍군’ 식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북한이 핵탄두 운반용으로 사용할 것이 확실한 ICBM을 시험 발사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제재에 나섰고, 이에 북한은 2차 핵실험으로 맞대응했다. 여기에 유엔 안보리가 새 제재조치를 결의한 것이 6월12일이며, 북한의 UEP 개발 선언은 이에 대한 준비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은 국제사회로 넘어간 셈이고, 북한은 2주간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향후 추가 공세 마련에 시간을 보냈으리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지난 2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반격 기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월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채택하고 기존의 북한 핵보유 불허 방침과 함께 한국에 대한 ‘확장된 억지력’을 약속했다. 공동비전은 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어 17일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무기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깨는 물자를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선박 강남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같은 우방국들마저 유엔 안보리 제재에 참여한 상황에서 미국이 강남호를 실제로 정선시키고 검색할지, 미국이 실력 행사에 나설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해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핵카드 가운데 핵무기 공개와 실전배치 등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극단적 방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를 이미 다 썼기 때문에 마땅히 내놓을 카드가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북한은 6월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던 UEP의 실체를 7년 만에 인정했다. 기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까지 공개함으로써 핵개발이 미국과의 협상용이 아닌, 실제 보유용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성명은 특히 “(우리는)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한다. 자체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북한의 여느 발표문과 마찬가지로 시점, 성격, 정도 등에 따른 다양한 해석 여지를 남겼다. 먼저 최근 UEP 개발을 시작했다는 것인지, 한미 정보당국의 추정대로 1990년대부터 개발을 해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UEP도 경수로 발전을 위한 저농축인지, 핵폭탄 제조용 고농축인지 불명확하다. 또 ‘시험단계’가 어느 정도인지도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해 2차 핵실험에 이어 아직 설익은 UEP 카드를 성급하게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 실전배치라는 목표를 드러냈다. 성명은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한다. 현재 폐연료봉은 총량의 3분의 1 이상이 재처리됐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가 조만간 시작되지 않으리라는 전제하에 북한은 실제 핵무기 또는 핵기술 이전 관련 카드를 ‘준비되는 대로’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수는 핵기술 이전 위협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서훈 초빙교수(전 국가정보원 3차장)는 저서 ‘북한의 선군외교’에서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북한이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 관련 카드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핵시설, 핵물질, 핵무기의 증설 및 증대 ②핵무기(폭발장치) 실물 공개 ③우라늄농축 관련 기술, 장치, 물질 시위 ④핵탄두(미사일) 공개 및 실험 ⑤핵무기 실전배치 ⑥핵무기, 핵물질, 핵기술 이전 위협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북한은 5월25일 2차 핵실험을 통해 ①번 카드를 사용했다. 6월13일 밝힌 UEP 공개는 ③번 카드의 일부다. 북한은 앞으로 추가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하고 경수로발전용 저농축우라늄이 아닌,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두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4개 카드는 모두 실전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 이전과 관련된 내용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 이후 나름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먼저 △핵무기(폭발장치) 실물 공개 △핵탄두(미사일) 공개 및 실험 △핵무기 실전배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 특히 ‘핵 능력 부풀리기’를 위해 조작된 사진 등을 이용한 핵무기 공개라는 속임수 카드를 먼저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 핵무기, 핵물질, 핵기술을 이전한 사실을 시인하거나 미래에 이를 이전하겠다고 협박하는 ⑥번 카드는 북한이 최후의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다른 불량국가나 테러 세력으로 핵이 확산되는 것만은 막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