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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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조루 아내들과 조루 남편들 솔직 화끈한 토크

  • 입력2009-07-03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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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같고 또 달랐다. 남편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자책에, 아내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 ‘오버 격려’하다 결국 부부 사이도 시들해지는 사이클. ‘급발사’를 피하려 정공법 대신 수구(手口), 혹은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2%’ 목마르다. 남편은 침실에서 아내를, 아내는 지긋지긋한 남편의 조루를 ‘죽여주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되는 현실.

    6월23일 오후 조루 남편을 둔 아내 3명과 ‘조루남’ 3명을 만났다. 여성 3명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리서치 사무실에서, 남성 3명은 서울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나 ‘그룹 토크’를 진행했다. 이들은 한국리서치의 조루 설문조사와 좌담회에 참석한 바 있다.

    모두 서로를 몰랐지만, (그들 표현대로) ‘마마 호환보다 무서운’ 조루 얘기를 하다 보니 동포애가 따로 없었다. 1시간 반으로 예정한 인터뷰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듯 대화 도중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었다. ‘고참 환자’ 혹은 ‘고참 아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며 후배를 격려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앞서 ‘그룹 인터뷰’를 제의했을 땐 ‘함께 만나려니 민망하다’ ‘×팔린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사진 촬영도 오랜 설득 끝에 뒷모습만 가능했고, 그마저도 ‘사전 검열’을 거쳐야 했다. 일부 참석자는 자신들의 기사가 실리는 ‘주간동아’를 현 거주지가 아닌 다른 주소지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조루는, 여전히 말하기 ‘거시기’하고 숨겨야 할, 그리고 혼자 풀어야 할 힘겨운 숙제인 듯했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그들의 수치심을 건드릴까봐 기자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고, 공론의 장(場)을 찾는 그들도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조루 아내들의 이야기



    인터뷰에 참여한 주부들은 30대 후반 A씨(결혼 15년차), 40대 초반 B씨(13년차), 40대 후반 C씨(24년차). 남편의 직업은 순서대로 의사,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부족할 게 없는 ‘상류층 사모님’들이지만, 말 못할 고민 때문인지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세 주부는 남편의 조루를 불러온 주범은 ‘스트레스’라고 입을 모았다. 3명 모두 ‘후천적’ 조루였다. 먼저 잠자리 횟수 얘기부터 시작했다.

    “요즘은 4계절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한 번씩. 1년 총 성관계 횟수가 4, 5회뿐이죠. 그것도 1분이면 끝나요.” 결혼 13년차 주부 B씨는 남편과의 잠자리가 처음부터 ‘포시즌’은 아니었다고 했다.

    “신혼 때는 ‘지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관계가 오래 지속됐어요. 그런데 남편이 교수로 임용되기 전 시간강사로 있으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어요. 퇴근 후에도 (교수 임용을 위해) 논문을 써야 했고 책과 씨름했어요. 머릿속이 복잡해 (섹스)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요. 저도 아이 둘을 낳으니 셋째를 가질까봐 잠자리에 소극적이었고. 그러는 사이 급격히 조루 증세를 보이더라고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면 끝나요”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조루로 인한 ‘섹스리스 부부’의 상당수는 욕구불만과 우울증으로 가정불화를 겪는다고 입을 모았다.

    눈에선 어느새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저는 애국가 첫 소절을 제대로 불러봤으면 좋겠어요. 관계를 할 때 속으로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고 부르다 보면 끝나요. 10초나 될까? 아예 (관계를) 하지를 말아야지. 샤워만 또 해야 하고….”

    한 회사에서만 20년 넘게 일했다는 C씨 남편은 직급이 올라가면서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성관계 도중 회사 일을 떠올릴 만큼 스트레스가 심한 남편이 딱하기도 했는데, 5년 전부터는 발기부전까지 찾아왔다고 털어놓았다. A씨 남편 역시 수련의 시절 병원 격무에 시달리더니 증상이 찾아왔다고.

    “애 아빠를 달달 볶았어요. 저는 관계를 갖고 싶은데 남편은 자꾸 피하니까요. 결국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라고 쏘아붙였다가 2, 3년 세월만 흘렀어요.”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남편과 2년 별거생활을 해야 했다.

    이날 처음 본 3명의 아내들은 남편 얘기를 하다가 각자 ‘조루 남편’의 말과 행동 양상이 비슷한 점을 발견하곤 무릎을 쳤다. ‘미안하다 → 피곤하다 → (섹스리스가) 바람피우는 것보다 낫다’는 분석이었다. 처음 알게 됐을 때는 당황하며 미안해하다 시간이 지나면 피곤하다면서 잠자리를 피하더니, 결국 바람피우는 것보다 낫다며 아예 잠자리를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조루 환자가 성관계할 때마다 불만이 쌓인다는 지난 5월 대한남성과학회의 전국 성인남자 2073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34쪽 참조).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섹스리스로 욕구불만과 우울증이 찾아온 아내는 역정을 냈고, 남편은 또 다른 안식처를 찾아 밖으로 떠돌았다. 자연히 가정생활은 멍들었다.

    “조루가 왔다는 걸 알게 된 남편은 처음엔 ‘내가 왜 이러지’라며 당황해하더라고요. 부끄럽다며, 제게 미안하다고 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뻔뻔’해지더군요. 불만을 얘기하면 ‘그래도 (성관계를 안 하는 게) 바람피우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며 되레 역정을 내요.”

    A씨는 “징그러울 정도로 싸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때론 남편에게 차라리 바람을 피워보라며 화를 내기도 했고, 영화 속 근육질 배우와 비교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더욱 멀어진 남편. 신혼 초 ‘개원하면 1, 2층엔 병원, 3층엔 살림집을 차려 점심때마다 올라오겠다던’ 남편이 그립다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여자는 여러 번 오르가슴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시간이 지속돼야 하는데, 남편이 일방적으로 일을 끝내고 샤워하러 가면 정말 ‘죽이고’ 싶어요. 저는 이제 시작인데…. 의사도 어쩔 수 없나봐요.”(쓴웃음)

    “10년 전에 남편이 3년간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는 미혼 여자였는데 차장 때부터 마음이 있어 의도적으로 남편에게 접근했더라고요.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야사시’한 팬티도 샀더라고요. 다 찢어버렸죠. 집에 있는 술 다 마시고 아이들 학교 마치고 올 때쯤 찬물로 샤워하며 멀쩡한 척하고….”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 욕구불만에 우울증

    평소 자녀교육을 위해 남편에게 존댓말을 썼다는 C씨는 그때부터 말을 놓았다고 했다. “나름대로 남편의 병을 고쳐보려 노력했는데, 결국 다른 여자 좋은 일 시켰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남편과의 잠자리가 식자 이들에겐 욕구불만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C씨의 말이다.

    “각자 샤워하고 나는 서재에서, 남편은 안방에서 인터넷을 하는 때가 올 줄 생각도 못했어요. 40대 초반에는 정말 너무 (성관계를) 하고 싶었어요. ‘당신 손길만 닿아도 좋아’라고 했더니 ‘이 여자가 왜 이래’라며 면박을 주더라고요. 자기가 ‘직무유기’를 했으면서 뻔뻔하게….”

    외롭다는 생각에 예쁘게 차려입고 미술관에도 가고 뮤지컬도 보러 다녔다. 혼자 있는 ‘쓸쓸한 나’를 보고 말 걸어주는 남자 없나 하며 돌아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남자들 눈이 삐었는지 말 걸어오는 작자가 한 명도 없더라고요. 뚱뚱한 친구들도 다 애인 있는데 말이죠.”(일동 웃음)

    그는 친구들이 백화점에 가자고 하면 십중팔구 ‘애인 선물’을 사기 위해서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A씨가 거들었다.

    “저는 한동안 별거할 때 서로의 생활에 터치하지 말자고 남편과 합의했어요. 남편도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 같고 저도…. 최근 다시 합쳤지만 관계가 없다 보니 멀어지긴 마찬가지예요. 사모님(C씨)도 미술관 말고 ‘바’에 혼자 앉아 있어보세요. ‘작업남’이 다가올 거예요.”

    일부는 정 외로울 때면 ‘자위’를 한다고 털어놓았다.

    “사회 분위기상 이런 얘기는 하기 힘들잖아요. TV를 봐도 정치토론 프로그램은 많은데 이런 문제(조루)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없어요. 솔직하게 ‘오픈’하는 분위기가 아니니….”

    C씨의 말처럼 3명의 주부는 ‘무지의 상태’에서 갑자기 잠자리로 날아든 조루에 무방비로 당했다고 했다. 이후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며 함께 고쳐보려고 노력했지만 ‘초동 대응’ 미숙은 여전히 안타깝다. 그래도 부부는 부부. 마치 자신의 미숙한 대응으로 남편은 물론 황홀난측(恍惚難測)한 잠자리까지 잃어버린 듯한 마음이었다.

    “내 탓이오”…미숙한 초기 대응에 미안한 아내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조루 남편을 둔 아내들은 사진 촬영을 극도로 꺼렸다. 수차례 설득한 뒤에야 뒷모습 촬영이 가능했다.

    “남편이 관계를 피하자, 너무 남편을 (관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몰아붙인 것 같아요. ‘차라리 바람이나 피우라’고도 했고, 병원에 가라고 윽박질렀어요. 의사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화만 내더라고요. 남편이 피곤하다는 둥 여러 이유를 댔을 때 그냥 믿어주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여유를 줬어야 했는데….”

    A씨는 그래도 가끔 ‘야동’을 보고는 달려드는 남편을 보면 ‘당신도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C씨는 “노력이 갸륵하다”며 ‘노력상’이라도 주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신혼 초 남편은 적극적이었어요. 반대로 저는 ‘성관계는 좋아하는 사람끼리의 형식’이란 생각에 신랑이 원하면 받아주는 정도였죠. 둘째 낳고는 셋째가 생길까봐 (남편의 요구를) ‘탁탁’ 끊었어요. 그때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남편도 수동적이 되면서 둘 사이가 소원해졌고, 남편 몸도 말을 안 듣게 된 거 같아요. 지금은 남매 같아요. ‘남편이 원했을 때 잘 받아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가 돼요.”

    B씨는 최근에야 남편과 함께 한의사를 찾아 상담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약을 먹고 있는데 효과는 그다지 없지만 남편 스스로 위안을 얻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는 ‘마른 장작이 더 잘 탄다’는 말에 혹여 조루 치료에 도움이 될까 남편에게 다이어트를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저는 남편이 자신감을 가지라고 ‘오버액션’도 많이 했어요. 잠자리 시간이 좀 길어진 것 같아 아예 까무러친 척한 적도 있어요. 연기도 필요한 거 같더라고요. 분위기도 바꾸려고 해외여행도 자주 가려 해요.”

    C씨의 남편은 현재 비뇨기과 치료와 함께 아내의 ‘오버액션 연기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사실 조루는 특별한 사람만이 겪는 질환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부부는 ‘잠재적인 조루 부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세 주부는 “남편의 조루 사실을 알았다면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남편과 얘기하라”고 조언했다. 민망하다고, 남편 감정 상한다고 미뤘다가는 ‘장기전’이 되고,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였다.

    동시에 주부 스스로도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 무언가를 찾고 육체적으로 극복이 되지 않는다면 ‘자위’ 등의 방법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루 아내들의 말은 한국성과학연구소의 ‘결혼생활 만족도’ 조사를 떠올리게 한다. 연구소가 2005년 5월 5대 도시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결혼생활 만족도’ 조사를 보면, ‘성생활에 만족한다’는 여성 중 ‘결혼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여성은 82.6%에 달했지만 ‘성생활에 불만족한다’는 여성 중 ‘결혼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사람은 11.3%에 불과했다. 그만큼 성생활의 만족도가 결혼생활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조루 남편들의 이야기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젊은 ‘조루남’들에게도 조루는 꼭꼭 숨겨야 할 것이었다. 그들은 “환자들이 ‘잃어버린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조루증을 이해해주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할 때) 머릿속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펼쳐지고 그 위로 순백색의 양들이 뛰어놉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어봅니다. 열 마리쯤 세다 보면….”

    모두 훤칠한 외모에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그들은 별로 걱정할 게 없어 보였다. 조루 질환에 대한 남모를 고통을 알기 전까지는.

    6월23일 오후 동아일보 사옥을 찾은 ‘조루남’은 여행사 직원 A씨(40대 중반·결혼 13년차), 대기업 직원 B씨(30대 중반·5년차), 건축설계사 C씨(30대 후반·미혼) 3명.

    그들은 아내와 여자친구가 겪은 ‘고통’에 대해 얘기할 때는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자책하면서도 ‘성적 자유’를 잃어버린 조루남들의 심정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제대로 성관계가 되지 않을 때 밀려드는 자책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말도 하지 말라’는 어투였다.

    “와이프 바람날까 밀착 감시 … 정말 비참”

    그들이 조루인임을 알게 된 시점은 각기 달랐다. B씨와 C씨는 20대 초반에 처음 성경험을 했을 때, A씨는 외환위기 시절 경제적,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후천적’으로 ‘조루남’이 됐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선천적 조루’임을 알았죠. 사정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횟수가 늘어도 똑같았죠. 삽입 후 30~60초?”(B씨)

    “전 ‘피스톤 운동’ 횟수를 셉니다. 보통 30~50회 왕복하다 보면 끝나죠. 시간으로 치면 1분이 채 안 될 거예요. ‘신호’가 오면 피스톤 운동을 잠시 쉬고 ‘테크닉’을 구사하지만 재삽입 후 15회 정도 지속하다 보면 끝나죠.”(C씨)

    “결혼해서 아이 낳을 때만 해도 괜찮았어요. 하루에 3, 4회 관계를 하기도 했죠. 그런데 전에 다니던 회사 사정도 어려워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했는데 어느 날 조루가 됐더라고요.”(A씨)

    “애국가 1절 좀 불러보자” vs “죽여줄 수 없어 왕비참”

    ‘조루남’들은 삽입 후 사정을 늦추려 여러 가지 ‘딴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A씨가 “기타 장비의 도움 없이 3분 정도 해봤다”고 말하자 B, C씨는 “워`~” 하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사실 조루증을 시간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조루증은 삽입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 △사정조절 능력 △조루가 개인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심각하게 짧고, 사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이런 문제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초래할 때 조루라고 진단한다.

    이들 ‘조루남’이 느끼는 성관계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앞서 주부들이 이해하는 그것보다 훨씬 강했다. 그들은 ‘짧은 사랑’을 하면 상대(아내나 여자친구)도 허탈하겠지만, 정작 당사자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비할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성경험이 많은 ‘여친’을 사귀었는데, 관계 도중에 ‘싸면 안 돼!’를 세 번이나 외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안 되니까 나중에는 ‘유사 성행위’를 요구했어요. 얼마나 비참한지 얼굴이 화끈거렸어요.”(C씨)

    ‘조루남’들의 ‘짧은 관계, 긴 스트레스’는 대한남성과학회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사정 시간이 1분 미만인 남성이 받는 스트레스 지수는 8점(10점 만점), 1~2분인 남성의 지수는 6.41점이었다. 반면 5분 이상의 경우 6점대로 나타났다. 파트너의 스트레스 강도도 마찬가지였다.

    “30분간 페팅만 하다 끝나는 기분 모를 겁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처음엔 하느님 원망 많이 했어요. 왜 나만 이런 몸을 주셨냐고. 안 되는 걸 어떻게 합니까.”(A씨)

    “처음엔 ‘성감대가 남들보다 민감한 거 같다’고 얼버무렸죠. 집사람은 ‘좋았다, 괜찮다’고 말하지만 얼굴을 보면 정반대입니다. 저도 정상위를 넘어 측배위, 후배위 등 다양한 체위를 구사하고 싶은데….”(B씨)

    그들은 자신의 조루에 대해 당황해하고 미안해했지만 정작 부부간에 진지한 대화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젊은 그들은 운동을 하면서 몸무게를 줄이기도 했고, ‘민간요법’과 ‘대증요법’을 기웃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정공법 대신 다양한 전희(前戱) 기술도 익히며. 그것은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잃어버린 유토피아를 찾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에로 비디오를 보며 ‘이태리타월’로 (귀두) 앞부분을 수도 없이 문질렀죠. ‘칙칙이’(국소마취제)도 써보고 삽입 후에는 끔찍한 상상도 해봤어요. 그런데 (귀두에) 염증만 생겼고, ‘칙칙이’는 효과가 있다가 없다가 종잡을 수 없더라고요.”(C씨)

    “‘마취 콘돔’을 사용하거나 자위 후 관계를 가지면 조금 시간이 오래가더라고요. 약간의 술도 도움이 되고. 하지만 그건 상대를 위한 거지 저를 위한 건 아니거든요. 슬프기도 해요.”(B씨)

    “적극적으로 치료, 나도 자유롭고 싶다”

    그들은 잠자리 자신감 결여는 일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뜨리는 등 사회생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A씨는 ‘욕구불만에 빠진 아내가 혹여 외도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낮에 일이 없어도 집에 전화를 했고, 때로는 밀착 감시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아내를 믿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바람날 거 같아 옷이나 명품 핸드백 사주면서 최대한 가정생활에 만족하도록 노력했어요. 요즘은 아로마 향을 피워놓고 올리브 마사지도 해주고 와인을 함께 마시며 성 트러블을 극복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들은 아직 병원 치료는 받지 않는다. 배뇨 중단법, 괄약근 수축법, SS요법(질내 삽입 후 피스톤 운동을 행했다 멈췄다 반복하는 요법) 등 민간행동 요법과 함께 국소마취제 등을 활용하고 있었다. 나이가 젊은 탓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말 꺼내기 부끄러운 통념 때문이었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극복하려는 마음과 마땅히 상담할 곳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조루를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저 부끄럽다고 치부하지 말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양지로 끌고 와야 해요. 저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10년 넘게 끌어온 게 후회되기도 해요.”(B씨)

    그들은 후배 ‘조루남’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섹스의 즐거움은 궁극적으로 자기를 위한 것이고 느껴야 해요. 자기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뺏기지 말고 뭐든 다 해보세요.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치료법을 골라 조루에 빼앗긴 자유를 찾으면 행복하지 않을까요.”(C씨)

    “언젠가는 포경 수술할 때 조루인지 알 수 있는 시대가 올 거예요.(웃음) 한꺼번에 수술할 수 있도록 말이죠.”(A씨)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행복을 간단히 정의한다.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다고. 직장에서도 물론이거니와 동네 어귀를 손잡고 산책하거나 아내와 팔짱을 끼고 외출하는 것도 행복이요, 혼자서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행복이다.

    이날 조루 남편과 아내들은 인터뷰에서 수십 번 ‘행복’이라는 단어를 말했지만 저마다 행복의 정의는 달랐다. ‘화끈한 잠자리’가 주로 행복의 정의였지만, 카네만 교수의 정의처럼 여행이나 취미생활, 자녀양육 등 배우자와 ‘기분 좋은 시간’을 길게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서 남편, 혹은 자신의 조루증을 배우자와 함께 치료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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