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2009.03.03

화는 입에서 나온다

  • 박광순 (사)한중문자교류협회 연수위원/시인

    입력2009-02-25 1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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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馬援曰 聞人之過失이거든 如聞父母之名하여 (마원왈 문인지과실 여문부모지명)

    耳可得聞이언정 口不可言也니라 (이가득문 구불가언야)

    마원이 말하기를 “남의 허물을 들으면 부모의 이름을 듣는 것과 같이 하여, 귀로는 가히 들을지언정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되느니라”고 하였다.

    ‘흐지부지하다’란 말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뭔가를 시작하고 나서 시원하게 끝맺음을 하지 못하고 얼렁뚱땅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용어는 ‘휘지비지(諱之秘之)’에서 왔다고 한다. ‘휘(諱)’자는 돌아가신 부모(혹은 손윗사람)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르는 것은 불경하다 하여 휘로 한 데서 유래돼 ‘휘지비지’는 입에 올리길 꺼려하고 감춘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비슷한 말로 ‘어영부영’이란 말도 있다. 이것도 ‘어영비영(御營非營)’이란 한자에서 비롯된바 허울 좋은 모양새를 빗대서 하는 말인데 실제로는 대충 하는 것을 일컫는다.

    남이 잘못한 것을 들었을 때 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그릇 혹은 인격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통상 세 부류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같이 동조(同調)하면서 자신이 겪었거나 본 잘못을 예로 들며 한술 더 뜨는 형, 둘째는 잘못 보았거나 뭔가 오해(誤解)가 있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살펴보라고 적극적으로 옹호(擁護)하는 형, 마지막은 가타부타 말없이 침묵(沈默)하는 형이다. 당신은 어느 형에 속하는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요 반면교사(反面敎師)라. 남의 허물을 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성장하느냐, 아니면 똑같은 부류로 합류하느냐, 이도저도 아닌 지금 그대로 살아가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남의 잘못을 헐뜯거나 과대 포장해 남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불화(不和)와 불신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내가 남을 미워하면 남도 나를 미워하여 서로 반목(反目)하게 되고, 그런 일이 지속되면 그 시간이 바로 지옥이 아니겠는가. 무슨 말을 하려 할 때는 세 번 생각하고, 분하고 원통하거나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도 ‘참을 인(忍)’을 세 번만 새기면 살인도 막는다고 했다.

    ‘화는 입에서 나온다’며 말 한마디 하는 데도 신중을 기한 옛 선인들의 교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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