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4

2008.12.09

재수는 기본, 삼수도 필수?

  • 김소희 nancysohee@hanmail.net

    입력2008-12-01 1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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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 동네 고등학교별로 대학입학 축하 플래카드가 붙기 시작한다. 아이가 아직 고등학생은 아니지만 어느 대학에 몇 명이나 붙었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 초보 학부모 시절에는 그 통계가 그해 졸업을 앞둔 재학생 숫자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재수생이라도 그 학교를 졸업했다면 통계에 합산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재학생은 몇 명이나 대학에 입학할까?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한 반에 몇 명이 대학에 진학하는지 부모들은 궁금해한다. 고등학교 한 학급의 수는 보통 35명. 이 중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잘 가야 다섯 명 남짓이다. 강남권 학교 실적이 이 정도라면 타 지역은 보나 마나다. 재학생보다 재수생, 삼수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다. 의대 같은 인기학과는 입학하면 삼수생이 평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요즘에는 고등학교 입학 초부터 재수를 결심하는 아이들이 있다. 재수를 결심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학교 수업은 생기를 잃게 된다. 내신성적 반영률이 재수, 삼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학교 내신에도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심지어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차피 학원을 다니며 대학 입시를 준비할 심산이니 빨리 대학 입학 자격을 얻는 것이 유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학교 입학이 어려워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들어가고 싶어한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 ‘반수’하는 경우도 많다. 학과생들이 반수를 하거나 고시 공부를 하는 분위기라면 그 학과의 면학 분위기는 생각해보나 마나다.

    재수는 기본, 삼수도 필수?
    이렇게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1년 정도 다니다가 군에 입대한다. 복학하고 대학 3학년 정도 되면 취직 준비를 위해 1년쯤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이 과정을 모두 생각한다면 대학을 졸업하는 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하다. 대부분 학자로서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니 취직해서 사회인으로 활동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



    학과나 대학을 한 번의 입학시험을 통해 정하는 시스템은 수정돼야 한다. 대학 간 이수과목 교류 수강, 편입 기회 확대, 복수전공 실시를 통해 대학 학과별 선호도를 충족해줘야 한다. 또 선진국처럼 학과별 우수대학 평가를 실시하고, 이러한 학과 출신 학생들이 인정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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