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4

2008.12.09

자전거 음주운전족 “나 잡아봐라”

호주 애주가들 단속 피하려 승용차 대신 애용 사고 위험 크지만 처벌 방법 없어 골치

  • 애들레이드 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

    입력2008-12-01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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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음주운전족 “나 잡아봐라”

    호주 북부의 자리한 도시 다윈의 자전거 대여소. 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에 취해 자전거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한국보다 자전거를 오래전부터 애용해온 이들이 호주 사람들이다. 또 알려졌다시피 호주인들은 어느 나라보다 술을 즐긴다. 그래서 최근 이 둘을 결합한 사회문제가 불거졌으니, 바로 자전거 음주운전이다.

    기름값을 절약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즐겨 타던 자전거가, 파티가 많은 연말연시가 되자 음주운전 단속을 피하기 위한 도구로 ‘둔갑’했다.

    빅토리아주 정부는 아예 “연말이 되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자전거 음주운전을 시도하는 시민이 많아졌다”며 공개적으로 경계경보를 내렸다.

    호주 전역에서 200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자전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37명. 2007년 한 해 동안 자전거 사고로 상해를 입은 이는 500여 명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사망 및 상해보다는 적은 게 사실.

    지난해 자전거 사고로 500여 명 상해



    그러나 호주 경찰은“자동차보다 자전거 음주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사고가 날 때 운전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운전할 때 알코올의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기 때문에 운전자 생명이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호주의 한 의학연구소는 “자전거 운전자가 단 한 잔의 술을 마셨을 때 운전 중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평소보다 5배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섯 잔을 마셨을 경우 사망 확률은 20배나 높아진다.

    “문제는 자신만 위험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전거 음주운전자는 그의 옆을 지나가는 다른 자전거 운전자들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비틀거리는 자전거를 피하려다 크게 다칠 수 있는 겁니다.”

    자전거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방송 인터뷰에 나선 빅토리아주 경찰청 경관 아지 라모스 씨의 말이다.

    자전거 음주운전자들은 쉽게 ‘상습범’이 된다. 아직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경찰에게 음주 단속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악용해 호주의 10대 젊은이들은 파티가 끝난 후 술에 취한 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호주의 한 청소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택시나 버스를 타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 게 돈도 안 들고 재미있어 많은 친구들이 술을 마신 다음 자전거로 집에 간다”고 말했다.

    ‘음주 자전거 운전사고’를 막기 위해 호주 경찰들은 하루빨리 관련 법규가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자전거는 물론 음주를 좋아하는 한국도 곧 마주치게 될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호주에서 음주 자전거족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 몸에서 술병이 발견됐거나 술 취한 정도가 심할 경우 최고 두 달간의 감옥살이와 1134호주달러(약 108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단속을 피해 술에 취한 호주 젊은이들은 골목이나 인도를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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