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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실용주의 조화 추락하는 경제 살리기 총력

‘버락 오바마’경제팀 윤곽 … 재무장관 가이스너 등 내정, 시장에선 긍정적 반응

  • 안병억 연세대 대학원 겸임교수·국제정치학 박사 anpye@hanmail.net

경험과 실용주의 조화 추락하는 경제 살리기 총력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팀이 11월25일 윤곽을 드러냈다. 언론이 사전에 보도한 대로 재무장관에 티머시 가이스너(47)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장(National Economic Council : NEC)에는 로런스 서머스(54) 하버드대 교수가 내정됐다. 외교안보 라인을 먼저 발표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경제 라인을 우선 발표한 것은 그만큼 오바마 당선인이 경제위기 대처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오바마 경제팀의 특징은 무엇보다 폭넓은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무장관과 NEC 위원장이 현재의 경제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견해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가이스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미국 경제위기 해결 과정에서 소방수 구실을 해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월가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에 중재 역할을 수행했고, 거대 보험회사 AIG 구제금융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경제팀 내정 사실을 보도하면서, 오바마가 경제위기 대처에 직접 관여해온 인물을 재무장관에 발탁함으로써 경제문제 해결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국가경제위원장엔 로런스 서머스

가이스너는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특히 1997년 말 재무부 근무 때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얻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월 우리나라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00억 달러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가에서는 그를 ‘해결사(fixer)’라고 부른다.



서머스 NEC 위원장은 클린턴 정부 2기에서 재무장관(재임 기간 1999~2000년)을 지낸 인물이다. 1997년 태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때는 재무차관으로서 가이스너의 상관이었고 둘은 국제금융위기 대처에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퇴임 이후 2001~2006년 6월까지 하버드대 총장으로 재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서머스 위원장을 소개하면서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서머스와 가이스너는 일종의 ‘특수 관계’다. 서머스가 재무장관으로 재직했을 때 가이스너를 차관으로 승진시켰다. 또 두 사람 모두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던 루빈의 정책을 추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루비노믹스(Rubinomics)라 불리는 루빈 경제정책의 골자인 자유무역을 옹호하면서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

가이스너와 서머스는 국제 금융위기 대처 경험을 바탕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이라는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공황 연구로 유명한 크리스티나 로머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자문회의(Council of Economic Advisors : CEA) 의장에 내정된 점도 경제위기 극복이 오바마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NEC는 미국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사령탑이다. 재무부와 상무부, 농무부 등 경제장관들이 참여해 국가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결정하고 국내외 경제정책을 조정한다. 1993년 빌 클린턴 재임 시 대통령이 처음 이 조직을 만들었으나 조지 부시 집권 동안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오바마 재임 기간에는 NEC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상관(서머스)과 부하직원(가이스너)의 위치에서 일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미국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는 셈이다.

경제팀 인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자 보도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이번 경제팀 인선의 초점을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감세가 경제철학이 아닌 위기대처 차원에서 필요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경험과 관록이 있는 인물을 뽑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경제팀에 대해 ‘친(親)시장적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가이스너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WSJ는 24일자 사설에서 가이스너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부위원장으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벤 버냉키 위원장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주택 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금리인하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급증했고 부동산 거품을 유발했으며, 이것이 결국 경제위기의 실마리가 됐다는 견해다.

경험과 실용주의 조화 추락하는 경제 살리기 총력

힐러리 클린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자주 등장할 오바마 내각 인물이다.

라이벌 힐러리는 국무장관에 기용

FOMC는 미국 FRB의 금리결정 기구다. WSJ는 가이스너가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나아가 그를 ‘구제금융 장관(Secretary of Bailout)’이라고 비판했다. 서머스도 재무장관 재직 시 의회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간 장벽을 허무는 규제 완화법을 묵인해 결과적으로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 도산에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유력하다고 주요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자신과 격한 비난까지 서슴지 않으며 경쟁했던 라이벌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오바마가 대선 승리연설에서 밝혔던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힐러리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의 북한에 대한 견해는 오바마와 달랐다. 오바마 당선인은 북한과의 대화에 더 무게를 두는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힐러리는 대북 강경책을 주장한 바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제임스 존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도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WP나 WSJ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힐러리는 오바마에게서 국무부 내 인사권을 약속받았고, ‘클린턴 사단’에 속하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의 차관 기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 김 북핵 대사는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연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부양책 선물 보따리에 관심 집중

상무장관에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AP통신은 25일 오바마 정권인수위원회 소속 익명 관료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당선인이 리처드슨의 상무장관 내정 사실을 추수감사절인 11월27일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리처드슨은 클린턴 행정부 때 에너지 장관과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으며, 1월 대선 예비경선을 포기한 후 오바마를 지지해왔다. 그가 상무장관에 오르면 오바마 정부에서 최고(最高)의 히스패닉계 인물이 된다.

리처드슨이 주지사로 있는 뉴멕시코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리처드슨은 1992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는 멕시코가 NAFTA에 규정된 환경과 노동 관련 규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즉 리처드슨은 자유무역에는 찬성하지만 공정무역(fair trade)을 강조한다. 그는 국제적인 환경·노동규제의 준수를 중시하며 자유무역협정(FTA)에 관련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 FTA에서 자동차와 쇠고기 협상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리처드슨이 상무장관으로 취임하면 한미 FTA에서 자동차 협상 등의 문제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험과 실용주의 조화 추락하는 경제 살리기 총력

상무장관으로 물망에 오르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오바마의 경제팀 인선에서 볼 수 있듯 최우선 과제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다. 그는 시카고 당선인 사무실에서 경제팀 인선을 발표하면서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아울러 그는 이번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지만 위기대처 능력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경제팀 인선은 월가를 비롯한 주요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제 핵심은 물러나는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책공백 없이 이른 시일 안에 경기부양책을 실행하는 일이다.

시장의 관심은 오바마 당선인이 제시할 경기부양책이라는 선물 보따리에 쏠려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는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규모만큼 재정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오바마의 부양책 규모가 부시 정부가 경제위기 대책으로 이미 실행 중인 7000억 달러, 혹은 이보다 많은 1조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2년 이내에 25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거액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

한편 오바마는 “의회와 FRB, 부시 정부와 상의해 부양책에 필요한 법안이 내년 취임에 맞춰 준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경제팀 인선 발표 직후 FRB는 8000억 달러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6000억 달러는 모기지 업체를 지원하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한 민주당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비상상황(경제공황)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취임 100일 만에 불황 극복을 위한 법안을 16개나 통과시키며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였다.

변화를 갈망한 미국인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과연 그는 70여 년 전 민주당 출신으로 대공황을 극복한 전임자를 따라 또 한 명의 ‘F.D.R’(루스벨트의 별칭)로 기록될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08.12.09 664호 (p62~64)

안병억 연세대 대학원 겸임교수·국제정치학 박사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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