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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의 It-Week | 열한 번째 쇼핑

반소매 털코트의 딜레마

  • 김민경 holden@donga.com

반소매 털코트의 딜레마

반소매 털코트의 딜레마

오옷! 2년 전만 해도 겨울 털코트의 소매를 싹둑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오래된 모피가 있다면 트렌드에 맞게 리폼해보세요. 아래 사진은 ‘마누슈’의 2008년 신상으로 라운드넥에 5부 소매, 니트와의 콤비 등 올해 퍼 트렌드를 잘 보여줍니다.

눈을 감고 숨을 멈춘 채 얼음으로 가득 찬 대기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날짜변경선을 지나듯 가을에서 한 걸음 내딛고 보니 그곳이 깊은 겨울이었어요. 쓸쓸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데 북슬북슬 모피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쇼퍼홀릭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여성들에게요. 모피가 여성들에게 ‘궁극의 선물’이자 ‘선물의 로망’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요.

겨울이 오면 ‘동물을 도덕적으로 다루는 사람들’(PETA) 같은 단체에선 반대 시위를 하고, 선량한 몸매의 모델들은 ‘모피를 입느니 벗겠다(I’d rather go naked than wear fur)’며 옷을 벗습니다(그런데 왜 그들은 모피만 벗지 않고 다 벗어버리는 거지?).

하지만 겨울이 되면 동물도 좋아하지만, 모피도 사랑하는 평범한 쇼퍼홀릭으로서 모피 트렌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의 트렌드는 두말할 것 없이 ‘베스트’, 즉 조끼입니다. 반소매도 인기랍니다. 또 뒷면을 천이나 가죽으로 처리한 ‘콤비’ 디자인도 많이 나와 있더군요. 한마디로 최소한의 모피를 사용한 디자인이 모피 트렌드입니다.

그 첫째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랍니다. 모피의 보온력이 좀 과하게 느껴지는 거죠. 또 한 가지 이유는 가격에 있어요. 소매는 없고 등판은 천으로 댄 모피 베스트는 코트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거든요.

반소매 털코트의 딜레마
또 한 가지 기쁜 소식!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모피를 ‘리폼’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트렌드는 없다는 거죠. 천으로 만든 옷과 달리 모피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모양을 바꿔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아 리폼을 많이 해요. 하지만 모양을 바꾸려면 아무래도 재료가 더 필요해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소매를 자르거나 한쪽 면을 다른 소재로 바꾸면 옷의 길이를 늘릴 수도 있고, 모피 한 벌로 두 벌을 만들 수도 있답니다.



“올해는 베스트가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은 링스, 세이블, 친칠라 같은 고가 소재를 사용하시고요. 또 망토나 케이프 스타일도 인기가 있답니다. 게다가 트렌드 컬러는 ‘내추럴’입니다. 구식 밤색 밍크코트가 있다면 리폼하기에 참 좋은 때죠. 모피 염색은 입은 사람에게 매우 유해할 수 있으니 하지 않는 게 좋아요.”(이유형, ‘퓨어리’ 디자이너실장)

올 봄만 해도 러시아 특수를 노리고 있던 각 브랜드들이 2008~2009년의 모피 트렌드로 아르누보와 히피 스타일을 제시하며 고가의 화려한 제품들을 일제히 선보이긴 했지만, 급격한 경제상황 악화로 소비자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게 모피브랜드 관계자들의 설명이군요. 새 제품 구입보다 리폼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고 하고요. ‘코쿤’이란 스타일까지 나와 뚱뚱해 보이더라도―정말 놀라운 결단이죠―럭셔리하게 연출하던 사람들이 그저 배만 따스해도 만족하는 분위기인 거죠. 저도 오래된 코트 소매를 잘라서 목의 칼라로 리폼할 생각인데요, 갑자기 닥친 추위에 곱은 손을 말아 잡아 늘린 스웨터 소매 안에 넣고 보니 약간 두렵긴 하네요. 걱정하다 보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죠. 일단 코트 소매를 잘라보세요!



주간동아 2008.12.02 663호 (p49~49)

김민경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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