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9

2008.11.04

더 부풀어 오른 성적지상주의

  • nancysohee@hanmail.net

    입력2008-10-27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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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미국 대학에 입학해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이웃집 아이가 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아이가 12월 군에 입대하기 위해 귀국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귀국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갈수록 오르는 환율 때문에 유학을 미룬 것 같다. 필자도 아이들을 유학 보낼 계획이었지만 요즘은 국내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시작했다.

    요즘 같은 경제 위기에 가계 소비규모를 줄이려면 살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를 줄여야 한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 불만이던 학원부터 하나씩 정리한다. 물론 학원을 그만둬도 아이가 열심히 공부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큰아이에게 학원과 학교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다. 학원은 ‘자신의 성적을 걱정해주는’ 곳이고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고 했다. 학원에서 성적을 신경 쓰는 것은 영업상의 이유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학교는 바람직한 사람으로 교육하는 데 목표가 있어서인지 성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 수업은 기초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학교 시험감독을 하면 아이들의 수준을 금방 알 수 있다. 영어나 수학시험 시간에는 시험지를 받자마자 35명 남짓한 학생 중 5명 정도가 누워버린다. 강남 지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게다가 학교는 아이들이 평가받는 곳이다. 시험을 치르고 서술형 답안을 채점할 때면 부모와 아이 모두 화가 날 때가 있다. 객관식과 달리 서술형 답은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는 게 아닌지 의심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미리 제출한 정답을 기준으로 채점해야 하는 교사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올 만한 답을 다양하게 고려하지 않는 교사가 야속할 때도 있다.



    더 부풀어 오른 성적지상주의
    부모나 아이 처지에서는 성적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아이의 성적을 걱정해주지 않으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원 문을 두드리거나 부모가 직접 가르쳐야 한다. 경제도 어려워지고 가계 지출도 줄여야 하는 마당에 마음만 답답해진다. 얼마 전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됐다. 각 학교의 학급당 점수를 비교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가 궁금하다.

    사교육 점수인지 학교 성적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이 제도가 지속된다면 학교에서 아이들의 성적에 신경을 쓰게 될까. 성적지상주의를 부정해도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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