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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참 깜깜한 국감

의혹 1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왜 줄었나 감사원 米스터리

국감 자료 2주 뒤 공개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엔 공무원 수 450명 감소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의혹 1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왜 줄었나 감사원 米스터리

의혹 1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왜 줄었나 감사원 米스터리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회원들이 10월16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이종범 씨 논에서 고위 공직자의 쌀 직불금 부당 신청에 항의하며 벼를 갈아엎고 있다.

‘메가톤급 후폭풍’이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후폭풍에 묻혔다. 국회에선 “(언론에 다른 내용의 국정감사 기사가) 실리는 게 없다”고 푸념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국회의원들도 올 하반기 정국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줄은 몰랐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감사원 감사에서 고위 공무원과 전문직 종사자가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쌀 직불금)을 받아갔거나 신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와 정치권은 물론, 전(前) 정권의 은폐 의혹으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이 문제로 사퇴했으며, 국회의원 3명이 해명해야 했다. 추수 시기와 겹치면서 실제 경작하면서도 직불금을 받지 못한 농심(農心)도, 이를 바라보는 국민감정도 심상치 않다. 3당 원내대표는 전 정권의 은폐 의혹과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정해걸 의원(한나라당)과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 두 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 측에 2006년 감사원이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명의 실경작 사실 및 타 직업 종사 여부 등을 감사한 내용을 국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9월 말경이다.

자료에는 17만3947명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직불금(1683억)을 받았고 그중 공무원이 4만421명, 공기업 임직원이 8442명이라는 내용, 그리고 농림수산식품부가 취해야 할 조치사항 등이 담겨 있었다.

“국정감사 자료 수집을 위해 감사 자료를 요청했고, 사무관이 자료(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들고 왔다. 당시에는 대외비라고 해서 의원실에서 열람하고 필사(베껴 씀)했다.”



정해걸 의원실 김보현 보좌관의 설명. 비슷한 시기 강기갑 의원실 이미자 보좌관도 같은 자료를 필사했다. 강 의원 측은 “부당 수령 의혹 공무원 가운데 1만700명이 본인, 2만9271명이 가족(피부양자)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가 확인한 결과 두 보좌관이 제시한 수치는 일치했다.

청와대 감사 개입 여부도 여전히 의혹

그런데 이 문제가 불거지자 감사원은 10월14일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공개했는데, 무슨 영문인지 공무원 수가 3만9971명으로 2주 사이 450명 줄었다. 그뿐 아니라 경작현황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고 직불금을 수령한 ‘서울 강남구 거주 관외경작자의 경작사실 확인 결과’도 강 의원 측이 필사했을 때의 내용과 달랐다. 전체 면적에서 △자경(16%→15%) △임대(49%→47%) △휴경(6%→9%)의 비율이 바뀌었다. 임대 면적 비율은 줄고 휴경 비율은 높았던 것이다. 유독 공무원 수만 준 데다, 특히 강남구 거주 경작자의 면적 비율이 바뀐 점은 공무원 수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강 의원 측은 “수차례 농림수산식품부와 감사원에 (왜 숫자가 다른지) 확인했다.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하지만 엑셀로 작업하는데 이런 실수가 생길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정창영 결산감사본부장도 10월23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감에서 강 의원의 숫자 조작 의혹 주장에 대해 “단순 실수였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당시 청와대의 감사 개입 여부도 미스터리다. 이 문제는 10월17일 감사원 감사에서 주성영 의원(한나라당)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주 의원 측은 감사원에 ‘감사결과 중 대통령 보고 및 면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2004년 10건, 2005년 8건, 2006년 4건이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2007년에는 ‘쌀 소득보전 등 직접 지불제도 운영실태’만 유일하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고받은 건 지난해 6월15일과 6월2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농정관계장관회의 등 두 차례. 이호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지난해 6월 감사원 보고 당시에는 부당 수령 의혹자 명단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지만 정황이 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2006년도 직불금 수령자 명단(105만명)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였고, 같은 해 5월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으로부터 직불금 수령자들의 직업과 소득 등을 파악한 자료를 건네받았다. 그해 6월15일 감사원이 이 실장에게 감사결과를 보고할 땐 이미 부당 수령 의혹자(17만4000명)가 확인된 상태. 감사원이 명단의 존재조차 청와대에 알리지 않았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농림부 식량정책국장이었던 최도일 씨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2007년 6월20일) 회의 당시 (지금은 작고한) 박홍수 전 장관이 참석했다. 부당 수령 사례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여권은 “감사원이 명단 작성에 나서고, 감사결과 전 정권의 치부가 드러나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료를 폐기했을 것”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한편 쌀 직불금 국정조사는 11월10일~12월5일 26일간 실시하기로 원내 3당이 합의했으며, 정치인과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명단을 먼저 공개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Tips

쌀 소득보전 직불금제 : 2005년 7월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에 따라 시장개방에 대비해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됐다. 고정직불금은 매년 10월쯤 경작 면적에 따라 고정적으로 지급되고, 변동직불금은 그해 쌀값이 목표 가격보다 떨어졌을 경우 차액의 85%를 지급(2007년 1ha당 99만9000원)한다. 목표 가격은 2004년 쌀 재협상 이전 3년간 쌀값 등을 기준으로 정했다. 2005년 1조5044억원, 2006년 1조1539억원, 2007년 9912억원이 지급됐다.


인터뷰·최도일 전 농림부 식량정책국장

“쌀 직불금 파문은 이봉화 차관發 해프닝”


의혹 1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왜 줄었나 감사원 米스터리
2007년 당시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이하 쌀 직불금)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최도일(56·사진) 전 식량정책국장은 “쌀 직불금 문제는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때문에 불거진 ‘해프닝’”이라며 “정치적으로 바라보거나 지금의 잣대로 당시를 재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전 국장은 2006년 10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식량정책국장을 지낸 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을 끝으로 지난 9월 명예퇴직했다.

-당시 농림부에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를 파악하지 않았나.

“2006년부터 일부 신문에 부당 수령자 문제가 보도되면서 2007년 초 개선방안을 만들려고 했지만 감사원 감사가 시작돼 중단했다. 자체적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2006년 말 대통령 비서실에 ‘임차인 의사에 반한 임대인의 일방적 직불금 수령은 없다’고 보고했는데.

“그렇다. 우리는 한두 건 정도라고 생각했다. 지금 정부에서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전수 조사를 한다는데 100명도 안 될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2007년 7월 감사원 감사결과 후 조치가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감사결과는 개선 방안을 만들라는 처분이었다. 2007년 말 각 기초자치단체에 쌀 직불금 수령자 가운데 경작지와 거주지가 다른 사람을 통보했다. 과장 전결로 내려보냈다. 개선안도 마련했고 그해 12월에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부당 수령자’를 확인했을 수도 있었겠는데….

“각 시·군·구청장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었다. 조치사항을 보고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부당 수령자 색출 작업은) 이장에게 확인해야 하고 현장에도 나가봐야 해서 복잡하다. 또 선거를 의식한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구민을 귀찮게 하겠나. 농민단체도 구체적으로 밝히길 꺼린다. ‘지주 압박’을 받으면 (임차농이) 불리하니까.”

-지주 압박?

“약 100만명의 수령자 가운데 47~48%가 임차농이다. 50만명이라고 하면 ‘똑똑한 농민’ 33만명은 수령했다. 부당 수령 의혹자인 17만명의 지주가 문제다. 물론 조사해보면 그 수는 훨씬 줄 것이다. 부당 수령자 등을 밝히면 지주 입장에선 임차를 할 때 (임차농이 받은 직불금만큼) 임대료를 올리려 할 것이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에 부당 수령자의 환급조치를 요구했다면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텐데….

“이미 농사를 다 짓고 받은 쌀 직불금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조사한다 해도 지주와 임차농이 말을 맞추면 그만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겠나. 농민단체나 정치권에서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올해 초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개정안(3월21일 시행)을 내놓으면서 개인 10ha, 법인 50ha로 지급 상한 규정을 정하려 했지만 정치권에서 ‘대농(大農)’ 육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리고 쌀 직불금 목표 가격인 17만83원(80kg)을 내리려 했지만 정치권에서 2012년산으로까지 연장 적용했다(농림수산식품부는 16만원으로 내릴 계획이었다고 한다). 국제 가격에 맞게 목표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2012년까지는 3조~4조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될 것이다.”




주간동아 2008.11.04 659호 (p36~38)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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