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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투자금’ 눈먼 돈인가 메이저 영화사들 싹쓸이

공적자금 투입된 재원 … 조합원 자격으로 출자금의 몇 배 되는 돈 끌어다 써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영상투자금’ 눈먼 돈인가 메이저 영화사들 싹쓸이

‘영상투자금’ 눈먼 돈인가 메이저 영화사들 싹쓸이

해당 영화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영상전문투자조합으로부터 투자받은 것으로 확인된 한국영화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영화계 스타들까지 도마에 올랐다. 한국 영화산업 육성에 쓰여야 할 정부 돈이 특정 메이저 영화사-제작·투자·배급사-에 집중적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법률적 시비 및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10월17일과 24일 열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영상전문투자조합(Tip 참조·이하 투자조합)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투자조합은 영진위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을 통해 제공된 공적자금, 그리고 민간자본을 재원으로 구성된다. 설립 목적은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한국 영화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 것. 운영은 창업투자사(이하 창투사)가 맡는다. 그런데 투자조합 투자금의 상당액이 시네마서비스, 강제규필름, CJ엔터테인먼트, MK픽처스 등 특정 영화사에 편중 투입돼온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주간동아’가 입수한 영진위의 ‘영화조합별 투자 현황 일체’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설립된 이수엔터2호조합(이하 이수조합)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6억원), ‘사생결단’(15억원) 등을 비롯한 11편의 한국영화에 총 101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들 영화는 모두 MK픽처스가 제작하거나 투자 혹은 배급한 영화였다. 이 영화사는 ‘공동경비구역 JSA’ ‘바람난 가족’ 등의 제작자로 유명한 영화기획자 심재명 씨가 운영하는 회사. 더욱이 이 영화사는 110억원 규모의 이수조합에 19억5000만원을 출자한 조합원 당사자이기도 하다. 즉 MK픽처스는 출자금의 5배가 넘는 돈을 이수조합에서 끌어다 쓴 셈이다.

위법성은 논란 … 모럴해저드 확실

‘투캅스’ ‘실미도’ ‘공공의 적’을 제작한 강우석 감독도 투자조합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자신이 대주주인 시네마서비스의 영화에 끌어들였다. 강 감독이 이사로 재직한 CJ인터넷이 20억원을 출자한 MVP창투1호는 시네마서비스 영화 11편에 49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강 감독이 30억원을 출자한 MVP창투6호 역시 시네마서비스 영화 21편에 97억7100만원을 투자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보유, 한국 영화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CJ엔터테인먼트 또한 3개의 투자조합에 70억원을 출자하고 350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경의 남쪽’(6억원), ‘동갑내기 과외하기2’(2억8000만원) 등 자사 영화 61편에 출자 대비 5배의 투자금을 끌어온 것이다.

한편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흥행작으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은 ‘벤처플러스 멀티미디어’에 25억원을 출자해 ‘몽정기’(5억원), ‘오버 더 레인보우’(14억원) 등 강제규필름 영화 6편에 46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지금은 해산된 이 투자조합은 마이너스 74.5%라는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13억원을 출자한 영진위는 결국 6억3000만원을 돌려받는 데 그쳤다.

투자조합이 조합원의 영화에 재투자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는 것일까. 현행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출자지분이 5%가 넘는 주요 출자자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한 투자를 금지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은 투자조합들이 ‘영화사의 지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영화 제작(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조합에 출자한) 영화사를 특수관계인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사실상 모럴 해저드를 용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프로젝트 투자 또한 투자의 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조합원 영화에 투자하는 것을 용인할 근거가 없다는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다”며 “중기청의 유권해석은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영화계는 영화사가 투자한 투자조합으로부터 재투자 받는 것이 업계 관행이며, 영화사야말로 영화 관련 정보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투자조합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진위 관계자는 “영화사가 투자 정보를 공급하고, 창투사가 자금을 관리하는 식으로 운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MK픽처스의 한 임원은 “이수조합 결성 초기부터 우리 회사 영화 위주로 투자한다는 운용 전략에 모든 조합원이 공감했다”며 사실상 이 조합이 MK픽처스 전용 투자조합이었음을 시인했다.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우리 같은 메인 영화사는 개별 영화에 대해서는 투자받지 않고, 라인업(특정 연도에 제작될 여러 편의 영화)으로 투자금을 유치한다”고 말했다. 투자조합이 영화사 입김에서 벗어나 투자할 영화를 골라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인 셈이다. 창투사 관계자는 “투자자들도 부침이 심한 개별 영화보다는 대형 영화사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애초에 좋은 영화에 투자한다는 정책 목표와, 수익 창출이라는 투자조합의 목표는 동시에 달성될 수 없는 것이었다”고 견해를 밝혔다.

재투자 한도 제한에도 대책 ‘미흡’ 지적

‘영상투자금’ 눈먼 돈인가 메이저 영화사들 싹쓸이

심재명 MK픽처스 사장, 강제규 감독, 강우석 감독,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왼쪽부터).

한편 영진위는 특정 영화사에 투자가 집중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 제도를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난해 12월 작성된 ‘영진위 출자 영상전문투자조합 진단·평가보고서’는 영화사의 투자조합 참여가 전략적 제휴 측면이라는 영화계 주장에 대해 ‘손쉬운 투자만을 고려한 결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보고서는 또 △투자조합에 참여한 영화사들이 투자조합을 사금고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영화사의 간섭으로 투자조합이 객관적인 투자심사를 할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조합 출자 영화사에 재투자하는 한도를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영진위는 올해 이후 결성되는 투자조합에 대해서는 영화사 출자금의 최대 150%까지만 해당 영화사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이 정도 제도 개선만으로는 메이저 영화사들의 ‘횡포’를 제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승규 의원은 특히 개별 영화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가 불투명한 회계로 인해 신뢰를 얻지 못해 결국 투자자들이 한국영화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지적한다. 강 의원은 “영화 프로젝트 투자에 SPC(특수목적법인)를 도입해 투명한 회계를 이루고,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영화사에 대한 재투자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한국영화 투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투자금’ 눈먼 돈인가 메이저 영화사들 싹쓸이

(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Tips

영상전문투자조합이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일제히 영화사업에서 철수함으로써 영화산업 자본 조달에 위기감이 증대하자 이를 타개하고자 2000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 주도로 공적자금과 민간자본이 결합된 영상전문투자조합이 설립됐다. 2006년까지 설립된 28개 투자조합에 영진위가 출자한 금액은 모두 525억원. 이들 조합은 2000~2006년 동안 한국영화 251편에 2365억여 원을 투자했다. 이는 총제작비의 11.6%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러나 이들 투자조합이 특정 영화사에만 편중 투자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영진위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특정 영화사에 투자금액의 50% 이상을 내준 투자조합이 전체 28개 중 21개에 이르며, 그중 16개 조합이 해당 영화사를 조합원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동아 2008.11.04 659호 (p18~19)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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