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9

2008.11.04

금융위기 소방수 ‘弗亂’ 어떻게 끌까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10-27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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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헝가리→아이슬란드→파키스탄→벨로루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하면서 국가 연쇄부도 공포로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지원한 이후 특별한 역할이 없던 IMF가 다시 바빠졌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사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IMF는 총재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에 구제금융을 내줄 때 구체적인 내용까지 총재가 서명한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산업부(1991~93년), 재무부(1997~99년) 장관을 지냈다. 그는 사회당 소속의 사회주의자면서도 시장친화적 개혁을 강조해왔다. 프랑스 사회주의의 상징격인 주 35시간 노동제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공기업 민영화도 그의 지론이다. 2006년엔 사회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전 대표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97~99년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다. 굵직한 경제현안을 깔끔하게 풀어냈으며 뛰어난 독일어와 영어 실력도 화제가 됐다. 유로화 채택 협상에도 깊이 관여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한때 ‘좌파의 지성’이라 불렸다. 시장친화적 정책을 구사한 뒤엔 ‘샴페인 사회주의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최근엔 사회주의자답게 ‘국가의 구실’을 강조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꾸려진 IMF는 국가 부도위기에 빠진 나라에 급전(急錢)을 빌려주는 소방수다. 그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때 마지막으로 사용한 IMF의 긴급금융지원 시스템을 새로 가동해 최근 금융위기를 겪는 국가들을 지원할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IMF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소유한 금괴를 내다 팔 만큼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자금이 3000억 달러 수준에 그쳐 글로벌화한 금융시장의 급변동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를 둘러싼 스캔들도 IMF를 곤혹스럽게 한다. 금융위기 대처에 집중해야 할 그가 유부녀인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가 그녀의 남편에게 들킨 것. IMF는 그가 아프리카 지부 책임자이던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면서 지위를 남용했는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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