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9

2008.11.04

감싸기 하다 감사받는 감사원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8-10-27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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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싸기 하다 감사받는 감사원
    바야흐로 감사원 수난시대다. 쌀 직불제 감사 논란으로 시작된 일련의 의혹들이 마침내 감사원 국정조사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번졌다. 국가 최고 감사기관이 오히려 감사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감사원이 아닌 감싸원’ ‘감사원은 영혼이 없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때가 차라리 그립기까지 할 지경이다.

    지난해 6월 감사원은 쌀 직불금 문제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한 달 뒤 쌀 직불금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뭐가 구렸는지 농촌공사에 보관돼 있던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추정자 명단 등 자료 일체를 삭제했다. 앞장서서 권력을 견제해야 할 감사원이 되레 권력을 비호하는 ‘감싸원’이 된 것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헌법상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법적으로만 그런가 보다. 국민은 멀고 청와대는 가까웠을 테니. 비단 노무현 정권 때만 감싸원이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해바라기 습성은 변함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초지일관의 모습을 보인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석연치 않은 감사 논란을 벌써 잊지는 않았을 테니까.

    외풍에 흔들리는 감사원을 둘러싸고 내부의 목소리도 들끓는다. 감사원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실무자 협의회’는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리며 투명하지 못한 쌀 직불금 감사 처리에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용기 있는 목소리라며 여기저기서 격려의 박수도 받았다. 하지만 의욕적인 출발에 꼭 발목 잡는 사람은 있는 법. 아니나 다를까, 차관급인 이석형 감사위원이 다단계 판매업체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자성의 목소리가 마치 순간의 변명인 것처럼 빛이 바랬다.

    이젠 김황식 감사원장까지 나서 상황을 수습하려 하지만 한 번 불이 난 집의 불길을 잡기란 쉽지 않다. 감사원의 인적 청산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상황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한 번 무너진 권위를 세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지금의 감싸원 논란이 좋은 약이 돼 감사원에 국민이 감사(感謝)할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잘못을 털기 위해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감사(敢死)의 각오가 요구된다. 감사(敢死)냐, 감싸냐. 단어 하나 차이에 감사원의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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