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6

2008.07.29

“간체자 알아야 중국어 쉬워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07-23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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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체자 알아야 중국어 쉬워요”
    10여 년간 형사정책학, 교정학 분야에서 수백명의 고시생을 몰고 다니던 ‘스타 강사’ 김옥현(47) 씨가 중국 간체자 전도사로 변신했다. 간체자는 한자 정자(번체자)를 간략하게 만든 것으로, 현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익혀야 할 문자다.

    김씨는 수억원의 연봉을 뒤로하고 그동안 모은 재산 20여 억원을 쏟아부어 ‘업종 변경’을 했다.

    “승부를 걸었죠. 한번 몰입하면 끝장 보는 ‘이놈의 성격’이 문제였어요.”

    평소 중국 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중국여행을 자주 했는데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까막눈’이 되는 자신이 답답했다고 한다.

    “한자라면 자신 있었는데 간체자는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번체자와 간체자를 함께 배우면 이런 답답함이 없겠다 싶었죠.”



    2000년부터 강의 틈틈이 간체자 교육을 준비했고, 2006년 8월 (사)한중문자교류협회와 연구소(국제상용한자평가개발연구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교재 개발과 교수법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가 궤도에 오르자 중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중국어 평가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를 주관하는 중국 교육부 산하 국제추광영도소조(한판고시처)를 찾아가 번체자와 간체자 독해 능력을 급수별로 테스트하는 한중상용한자능력검정시험(HNK)을 공동 주관하는 데 합의했다. 듣기, 쓰기, 말하기 등 중국어 실력을 종합 평가하는 HSK와 달리 HNK는 번체자와 간체자 해독 능력을 평가한다. 성적증명서는 중국에서 보내온다.

    “수준에 따라 1~8급으로 나눴어요. 최고 수준인 1급 시험에 도전하려면 3500자를 익혀야 하죠. 이 가운데 1151자가 간체자예요.”

    연구진과 난이도를 조절해 8급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수 있도록 교재도 만들었다. 1년에 네 번 정도 시행되는 HNK는 8회 시험(8월23일)을 앞두고 있다.

    요즘 그는 번체자와 간체자를 가르칠 수 있는 한중상용한자지도사(3개월 과정)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학원, 학교 방과후 교실, 공부방 등에서 일할 ‘간체자 전령’을 육성하려는 것. 이런 성과가 알려지자 ‘함께 하자’는 사업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8회 시험은 (사)한국평생교육평가원과 공동 주관을 준비 중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업종 변경에 성공한 비결을 묻자 “우리 집 가훈이 ‘매사진선’(每事盡善·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이에요. 최선을 다하다 보니 제법 틀을 갖춘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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