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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찬물로 샤워하는데 왜 체열은 더 오를까

열대야 잠 못 드는 밤 … 폭염과 인체의 함수관계 Q&A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찬물로 샤워하는데 왜 체열은 더 오를까

찬물로 샤워하는데 왜 체열은 더 오를까
‘열대야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농사일을 하던 노인 세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고 피부 트러블, 배탈,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예년처럼 복날 삼계탕집 앞에는 줄이 늘어섰다. 폭염과 인체는 어떤 함수관계이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열대야 때문인가요? 잠이 안 와요.”=수면은 자율신경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사람이 활동할 때는 교감신경,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때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하다. 기온이 높지 않으면 우리 몸은 피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열을 방출한다. 그런데 기온이 25℃ 이상 올라가면 피부를 통해 열을 방출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빠른 혈액순환으로 열 방출을 높이기 위해 심장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결국 기온이 높으면 체온조절중추가 흥분해 교감신경이 우세해지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왜 찬물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라고 하죠?”= 더운 여름날 숙면을 취하려면 체내 열이 쉽게 방출돼 부교감신경이 우세하도록 만들면 된다. 잠을 잘 때는 인체의 생리활동이 줄어 체온이 1, 2℃ 낮아진다. 즉, 생리활동을 줄여야 잠을 푹 잘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찬물로 샤워를 하면 자극으로 수축된 혈관이 다시 원상태로 확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체열이 올라간다. 찬물로 샤워하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낮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덥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가운 자극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혈압과 심장박동 수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숙면에 방해가 된다. 차가운 물을 마셔도 신체에 자극이 되고, 위액 분비도 증가한다.

“체온은 36.5℃고, 기온은 30℃인데 왜 덥나요?”=체온이 36.5℃를 유지하는 것은 몸속 체온조절 시스템 때문이다. 인체는 대사과정에서 끊임없이 열을 생산하는데 열의 70%는 심장 등 몸 안의 장기에서, 30%는 피부와 말초조직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몸 중심부와 피부체온 사이에는 열경사(熱傾斜)가 생기고 체온 36.5℃를 유지하기 위해 열 순환이 이뤄진다. 몸 중심부에서 데워진 동맥피는 바깥쪽으로, 바깥쪽의 찬 정맥피는 몸 중심부로 이동하는 것. 이때 뇌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가 혈류량과 땀을 이용해 체온조절 시스템을 가동한다. 추울 때 몸이 떨리는 것(경련)은 근육이 수축하면서 열을 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다. 반대로 더울 때는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땀을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내린다.

체온이 40℃를 넘어서면 단백질이 파괴되기 때문에 우리 몸은 다양한 경로로 열을 내리려 한다. 단, 열을 내릴 때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준 체온 36.5℃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대명제가 따른다. 따라서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은 체온 유지(열 배출)를 위해 덥다고 느끼게 된다. 기온보다 체온이 높더라도 말이다.



“체온조절 시스템이 있는데 왜 사망자가 생기나요?”=인체는 열에 빠르게 반응한다. 체내에 열이 발생하면 체온조절 시스템이 땀을 배출해 체온을 끌어내리지만, 32℃가 넘는 무더위가 사흘 이상 지속되면 몸은 외부 열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 반면 열 발산은 줄어 신체 적응체계가 무너지고 체온이 상승하며, 체온 상승은 곧 심장 박출량을 증가시켜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심폐기능이 떨어진 노인은 체내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찬물로 샤워하는데 왜 체열은 더 오를까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위와 인체의 함수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부 트러블이 심해졌어요.”=높은 기온과 습도, 자외선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인체는 체온 유지를 위해 피부 온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지분비가 왕성해지고 모공도 커진다. 또한 자외선은 피지선 활동을 촉진해 피지 분비량을 증가시켜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게 된다. 여기에 더러운 먼지를 머금고 땀에 ‘합류’한 습기가 피부에 흡착되면 피부 트러블이 더 심해진다. 땀 속 노폐물은 모공을 막고 피부에 그대로 쌓이므로 비누거품으로 꼼꼼히 세안한 뒤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삼계탕과 보신탕, 여름에 정말 효과 있나요?”=한의학에서 여름은 화(火)가 왕성해져 기운이 바깥으로 나간다고 본다. 높은 기온 때문에 손발과 피부 혈관이 팽창하면 뱃속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진다. 반대로 겨울엔 손발과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공급이 원활해져 뱃속이 따뜻해진다. 여름철에 설사병이 잦은 이유도 한의학에서는 뱃속이 차가운 시기에 찬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고 찬물로 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의학에서는 여름철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한 증상으로 보는데, 차갑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대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점액 분비도 많아져 복통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뱃속이 차가운 여름철엔 따뜻한 성질을 가진 보신탕과 삼계탕이 ‘딱’이다. 한겨울 따뜻한 방에서 동치미 국물을 마시거나 여름철 나무그늘에서 삼계탕을 먹었던 조상들은 계절에 따른 인체의 변화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찬 음료를 먹으면 머리가 ‘띵~’해요.”=아이스크림 두통(Ice cream headache)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찬 음료를 급하게 먹으면 대뇌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는데, 수축한 혈관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두통이 발생한다는 것. 한편 찬 음식이 제5뇌신경이나 인후두의 말초신경을 과다하게 자극함으로써 뇌가 이 자극을 ‘찬’ 것이 아니라 ‘아픈’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평소 편두통이 심한 사람에게 아이스크림 두통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도움말 주신 분 : CNP차앤박 피부과 이동원 원장, 광제한의원 이주연 원장, 한양대병원 윤병철 교수, 코모키수면센터 신홍범 원장, 미래신경 이상목 원장

이 기사 작성에는 대학생 인턴기자 서혜림(연세대 영문과 4학년), 김수영(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주간동아 2008.07.29 646호 (p60~61)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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