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6

2008.07.29

자주 보다 보니 ‘그 정도쯤이야’ 싶네

각계각층 12인이 생각하는 ‘노출의 한계’ … 女 시원한 옷차림 젊음의 과시로 느껴져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8-07-21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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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치마 길이를 단속하던 한국 사회가 오늘날 허용하는 ‘노출의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주간동아’는 각계각층 인사 12명에게 어깨, 가슴, 다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를 드러낸 여성의 사진을 6장 보여준 뒤 각각의 사진에 대해 ‘OK’와 ‘NG’ 판정을 받았다. 그 결과 대부분 어깨 노출에는 관대했으며, 가슴골을 살짝 드러내는 패션에도 높은 이해도를 보였다. 가장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것은 과감한 등 노출 패션. 흔히 볼 수 있는 노출에는 관대하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노출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편집자>
    자주 보다 보니 ‘그 정도쯤이야’ 싶네
    박명선 女·37세·패션 스타일리스트

    1. NG. 전형적인 리조트 룩(Resort Look)이다. 노출 정도보다 TPO(time, place, occasion)의 문제다.

    2. NG. 카디건이나 볼레로 정도는 걸쳐야 시티 룩이라 할 수 있다.

    3. OK. 개성, 편안함, 섹시함을 강조한 옷차림.

    4. OK. 고급스러운 노출. 단, 파티장이 아니라면 재킷이 필요하다.



    5. NG. 노출을 위한 노출. 해변에서나 입어야 할 것 같다.

    6. NG. 이브닝 룩이다. 낮에 입으려면 재킷이 필요하다.

    “노출에도 지켜야 할 규율이 있다. 첫째, 몸매가 안 되는 신체 부위를 드러내지 말 것. 슬프지만 정말 그렇다. 둘째, 위아래 다 짧게 입지 말 것. 미니스커트에는 탱크톱보다 볼륨감 있는 상의가 잘 어울린다. 셋째, 상황에 맞게 입을 것. 와인 바에서나 어울릴 법한 옷을 입고 한낮에 길거리를 걸어다니면 천박해 보일 수 있다.”

    진병일 男·23세·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1. OK. 이런 옷차림은 자주 볼 수 있어 괜찮다. 단,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양했으면.

    2. OK. 시원해 보인다. 요즘 노출이 심해서 그런지 어깨만 드러낸 것은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진다.

    3. OK. 명동 같은 곳에 나가면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뭐라 하기엔 이미 늦었다.

    4. NG. 정말 부담스럽다. 본인은 시원할지 몰라도 뒤에서 걷는 사람은 시선 처리가 어렵다.

    5. NG. 노출이 심하다. 바닷가에서나 어울릴 법한 옷차림이다.

    6. OK. 파티에 어울릴 복장이지만, 도심에서 입고 다녀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비슷한 옷차림을 많이 봤다.

    “캠퍼스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갈 때 그런 여학생이 앞에 있으면 좀 민망하다.”

    황산성 女·64세·변호사, 전 환경처 장관

    1~2. OK. 가슴 부위가 노출되지 않아 별 무리 없다.

    3~6. 모두 NG. 가슴, 배꼽, 다리를 너무 드러냈다. 주요 신체 부위를 남에게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6번은 침실에서나 볼 수 있는 의상 아닌가.

    “1960, 70년대에는 가슴라인을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경범죄로 잡혔다. 소매 없는 옷은 그 시절에도 괜찮았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남성을 유혹할 정도로 허벅지를 내놓는 옷차림을 지금도 용납하지 못한다.”

    자주 보다 보니 ‘그 정도쯤이야’ 싶네
    최원우 男·36세·서울코스메디클리닉 피부과 원장

    1. OK. 노출이 거의 없는 편. 오히려 더워 보인다.

    2. OK. 단아하다.

    3. OK. 젊음과 건강함이 잘 드러나 좋아 보인다.

    4. NG. 일상생활 중에 입는다면 주위 시선을 너무 집중시킬 것 같다.

    5. OK. 활기차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6. NG. 노출 강도는 보통. 그러나 색상이나 치마 길이가 좀 답답해 보인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서는 위 사진 같은 옷차림의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떻게 옷을 입느냐는 개인 취향이므로 남이 상관할 바 아니다. 보는 사람 처지에서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지, 거부감이 있다거나 나쁘게 보이진 않는다.”

    민수연 女·17세·고등학교 2학년

    1. OK. 상의 소매가 무난하고 치마도 길어 편할 것 같다.

    2. OK. 이 정도면 남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노출은 아니다.

    3. NG. 속옷이 겉으로 드러나는 건 부담스럽다.

    4. NG. 등은 하나도 안 입은 거나 마찬가지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입기 불편할 것 같다.

    5. NG. 상하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6. NG. 거의 속옷 같다. 노출이 너무 심하다.

    조흥순 男·51세·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1. OK. 흰색 긴 치마의 단정함이 노출 부담을 상쇄한다. 단, 어깨가 다 드러난 상의가 흘러내리지 않을까 약간 불안하다.

    2. OK. 상체 노출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자극적인 정도는 아니다. 치마는 무릎까지 오는 비교적 긴 편이라 괜찮은 듯.

    3. OK. 가슴 윗부분의 노출이 눈길을 끌지만, 건강미를 과시(?)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4. NG. 글쎄, 밤무대에서라면 몰라도…. 길거리에서 만난다면 눈길이 좀 혼란스러울 것 같다.

    5. NG. 치마는 별문제가 안 되지만 배꼽티는 심하다.

    6. OK. 가슴과 등이 많이 노출됐지만 여름이니 이 정도는 시야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 같다.

    “갈수록 노출 수위가 높아지다 보니 예전에는 ‘저래도 되나’ 싶어 껄끄러웠던 옷차림이 요즘에는 젊은이들의 건강미 과시나 애교로 느껴진다. 그래도 나이가 좀 있어서 그런지 배꼽을 노출하는 건 여전히 부담스럽다.”

    이지미 女·35세· ㈜락스미스바이쇼쇼타입 이사

    1~6번 모두 OK.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종사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노출에 너그러운 편이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패션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여성성을 표현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단, 체형을 고려하지 않거나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노출은 ‘NG’다. 얼마나 벗고 입었느냐가 아니라, 자기에게 얼마나 어울리느냐가 중요하다.”

    자주 보다 보니 ‘그 정도쯤이야’ 싶네

    올 여름 엔조이뉴욕(www.njoyny.com)에서 베스트 아이템으로 꼽히는 의상들.

    김영진 男·33세·남성패션지 ‘루엘’ 피처 에디터

    1. NG. 덥지 않을까? 벗겨주고 싶다. 스커트를 무릎 위까지 잘라낸다면 아이돌 스타처럼 깜찍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2. NG.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앤 해서웨이가 가끔 입었던 의상이다. 여성스럽고 우아하지만 옷의 재질은 더워 보인다.

    3. NG. 노출 정도는 적당하지만 상의 위로 언더웨어가 삐져나온 것은 보기 싫다.

    4. OK. 등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가슴, 골반, 다리보다 더 은근하고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신체 부위가 등이다.

    5. NG. 천박하다. 미니스커트 단추를 풀다니, 과했다. 노출에도 품위가 있는 법이다.

    6. OK. 노출의 품격이란 바로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처럼 입는 것을 말한다. 노출로 섹시 포인트를 마음껏 뽐내면서도 전혀 추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아하다. 자연스러운 웨이브 헤어스타일 또한 우아함을 지켜주고 있다.

    “노출 패션에서는 겉옷보다 언더웨어가 더 중요하다. 여름옷은 언더웨어가 밖으로 드러나거나 비치는 경우가 많은데, 언더웨어 색상이 지나치게 원색인 경우나 정말 ‘속옷 같은 속옷’은 민망하다.”

    황지나 女·한국HSBC은행 홍보담당 부대표

    1. OK. 도심에서 활동하는 데 편안해 보이고 노출 정도도 적당.

    2. OK. 계절적으로 맞는다면 무리 없고 보기에도 편안하다.

    3. OK. 활동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4. NG.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도심에서 평상복으로 입기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5. NG. 노출 정도가 심한 편이라 보는 사람이 편하지 않다.

    6. NG. 차림새 자체만으로는 보기 좋지만, 도심에서 입기에는 시간, 장소, 목적에 맞는 옷이 아니기 쉽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독일 회사에서 근무하고 돌아왔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1, 2, 3번 같은 옷차림은 시티웨어로 용인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 캠퍼스 등 어디에서나 받아들여지는 옷차림이 됐다. 한국 사회는 역시 변화가 빠르다.”

    정영철 男·44세·대한항공 부장

    1. OK. 상반신 노출은 이제 더 이상 얘깃거리가 아니다.

    2. OK. 도심에서 못 입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3. OK. 명동 같은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

    4. NG. 뒷모습만 봐서는 시티웨어로 적합하지 않다. 도시생활의 어느 자리에서도 부담스러워 보인다.

    5. OK.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이다. 문제없어 보인다.

    6. OK. 젊은 층보다 중년층에게 어울리는 옷차림 같다. 노출이 약간 있지만 전체적으로 문제없는 듯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대학생이 되어 3번이나 5번 옷을 입겠다고 한다면 굳이 반대하진 않겠다. 아내가 6번 같은 원피스를 입는 것도 괜찮다. 1990년대 중반 연애를 했는데, 아내는 그 시절에 흔치 않았던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었다.”

    낸시 랭 女·29세·팝 아티스트

    1. OK.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성스럽다.

    2. OK. 여름이니까 이 정도는 상관없다.

    3. OK. 란제리 룩이 멋스럽다. 가슴을 약간 드러내는데,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다 이렇게 입지 않나?

    4. OK. 굉장히 미니멀하면서도 정장 느낌이 나는 멋진 룩(look)!

    5. OK. 패셔너블하다.

    6. NG. 앞뒤로 다 파인 것은 균형이 맞지 않아 보기 좋지 않다.

    “여성이 노출 패션을 선호하는 이유? 여성에게 최고의 찬사는 ‘섹시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이 다소 왜곡되어 받아들여지지만 원래는 매혹, 매력, 지성, 아름다움이 모두 녹아 있다. 여성은 섹시하다는 말을 듣길 원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싶어한다. 그게 이유 아닐까?”

    강지원 男·59세·변호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1~6번 모두 OK.

    “각 여성마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어떤 옷을 입느냐는 여성 개인의 선택에 관한 문제고, 자신감과 개성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런 옷차림을 한 여성을 보는 게 민망하다거나 껄끄럽다고 여기는 사람이 오히려 불손하다고 생각한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다. 다양한 자기표현의 시대다. 보는 사람도 그런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청소년 사업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는 성인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들이 선택하는 의상에서도 마찬가지다.”

    20대 여성 47명 설문 “노출 패션,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야흐로 노출을 ‘입는’ 시대랍니다”


    자주 보다 보니 ‘그 정도쯤이야’ 싶네
    대한민국 노출 트렌드의 주역인 20대 여성. 이들이 생각하는 노출의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주간동아’는 7월15~16일 홍보대행사 10곳의 20대 여직원 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이들은 젊은 여성층에서 달라진 노출 트렌드로 과감성 증대(민소매나 탱크톱을 입었을 때 예전에는 카디건을 곁들였지만 요즘에는 굳이 가리려 하지 않음), 몸매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노출(노출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 연예인 노출 모방(노출 수위의 한계에 도전), 가슴보다 등 강조(가슴선의 W라인은 기본이고 등의 U라인도 관리해야 완벽 미인)를 꼽았다.

    이들에게 먼저 노출 부위와 수위가 각기 다른 6장의 사진(38~39쪽 참조)을 보여준 뒤 본인이라면 도심에서 평상복(시티웨어)으로 입을 수 있을지를 물었다. 1번부터 6번까지 번호가 커질수록 절대적인 노출 범위 또한 증가한다. 그런데도 응답자들은 배와 허벅지를 모두 드러낸 5번이나 가슴선이 크게 보이는 6번 사진보다 등 전체만 노출된 4번 사진이 더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했다(표 참조). 또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절대적 범위나 기준에 따라 노출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노출 부위가 사회적 시선에 비춰 얼마나 익숙한지에 따라 상대적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등 노출 패션에 대해 ‘너무 야하다’고 답한 한 응답자는 “배꼽티와 미니스커트는 요즘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일반적인 옷차림이기 때문에 노출 정도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어깨선과 쇄골을 모두 드러낸 1번 옷차림, 어깨 부분이 끈으로 연결된 2번 원피스에 대해서는 각각 93%와 95%의 응답자가 ‘입어도 괜찮다’고 답했다. 브래지어가 일부 노출되는 민소매 티셔츠(3번)에 대해서도 38%의 응답자가 ‘자신감이 좀 필요하겠지만 입어도 무방하다’고 했다. 흥미로운 대목 가운데 하나는 노출 정도는 문제 삼지 않은 채 옷의 소재나 코디네이션 방식 때문에 시티웨어로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6번 옷차림이 적합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의 4%가 ‘가슴이나 등이 많이 노출돼서’라고 답한 반면 ‘반짝이는 구슬이 달린 스팽글 소재라 부적합하다’고 답한 비율은 66%에 달했다. 이들은 사진 속 노출 수위가 그리 놀라울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의 신체 가운데 ‘적당히 노출됐을 때 섹시하다고 느껴지는 부위’로는 쇄골(46%)과 가슴(42%)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응답자 전원이 노출 전 다이어트, 제모, 선탠 같은 선행조건이 필수라고 대답했다. 실제 집중관리를 받고 있는 응답자가 다수였다. ‘본인의 노출 패션에 대해 부모 또는 회사 상사에게 지적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14명(30%)이 ‘그렇다’고 답했다. ‘원래 보수적인 분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노출이 심하다고 생각했던 옷이 아니라 억울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다수를 이룬 가운데 ‘도대체 노출의 기준이 어딘지 알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린 응답자도 있었다.

    노출의 이유로는 ‘멋과 트렌드에 충실하려고’(38%) ‘자기만족 또는 동성 간의 미묘한 경쟁 때문에’(32%)가 ‘이성을 의식해서’(23%)보다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해 노출 목적이 ‘유혹’보다 자기만족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 응답자는 “이제 노출은 패션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것 같다”며 “바야흐로 노출을 ‘입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 기사의 작성에는 대학생 인턴기자 김수영(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서혜림(연세대 영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설문조사 참여 홍보대행사 : 커뮤니케이션플러스, 뉴스커뮤니케이션, TREY, PR인사이트, PR게이트, KPR, 벅스, apr, 데크, 인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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