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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민들 “올림픽은 괴로워”

무허가 노점·택시 단속 심해져 생계 막막 … 낡은 건물 세입자들 미관 이유로 퇴거

  • 베이징 = 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 orionha@donga.com

베이징 서민들 “올림픽은 괴로워”

베이징 서민들 “올림픽은 괴로워”

베이징 시내 베이징 남역 부근의 빈민가. 담장 너머로 건축 중인 올림픽 경기장이 보인다.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코앞(8월8일)으로 다가왔다. 2001년 7월1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회의에서 개최권을 따낸 중국은 7년간의 준비를 통해 37개 경기장과 45개 독립훈련장 등 경기 개최에 필요한 인프라를 모두 구축했다. 이제 개막을 알리는 축포만 남은 셈이다.

베이징 시내는 상점 간판을 새로 달고 꽃길을 가꾸는 등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다. 유명 상점이나 호텔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며 들뜬 표정이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시 정부가 각종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서민들은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명 상점·고급 호텔은 올림픽 특수 기대로 한껏 들떠

베이징올림픽은 13억 전 중국인이 즐거워해야 할 축제다. 하지만 올림픽을 눈앞에 둔 1740만 베이징 시민들의 처지는 저마다 다르다. “올림픽 열리니 서민만 죽어나네(開了 奧運會, 老百姓 倒미).” 베이징에서 ‘헤이처’(黑車·불법 자가용 택시)를 모는 천모(46) 씨의 말이다. 그는 요즘 생계 걱정에 잠이 안 온다. 경찰의 단속이 심해져 이제는 도둑질하듯 해온 이 짓마저 그만둬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걸리면 1만~2만 위안(약 300만원)의 벌금에 자칫 잘못하면 5~10일의 구류를 살아야 한다.

외국인 밀집거주 지역과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이징의 독특한 교통수단인 ‘싼룬처’(三輪車·무동력 자전거 택시 또는 오토바이 택시)도 경찰 단속에 최근 자취를 감췄다. 단속에 걸리면 5000위안의 벌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주로 육교 밑에서 불법으로 영업하던 자전거포와 구두 수리점도 모두 철거됐다. 하루 30~50위안을 벌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서민들에게 올림픽을 앞세운 경찰의 단속은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왕징신청(望京新城) 지역에서 구두 수리로 밥벌이를 해온 왕모(50·여) 씨는 “하루 벌어 겨우 풀칠하는데 이제 이것도 하기 어렵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구두 수선도구를 자전거에 싣고 다니며 여전히 ‘게릴라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단속이 무섭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명 시장은 ‘올림픽 특수’ 기대로 들떠 있다. 최근 훙차오(紅橋) 시장은 베이징시 정부와 충원(崇文)구 정부가 각각 1200만 위안, 2000여 만 위안을 들여 새롭게 단장했다. 올림픽 기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자 시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현대식 건물로 바꿨다. 시장에 입주한 한 상인은 “이 건물을 지을 당시 건물주가 200만 위안을 베이징시 정부에 건축성금으로 낸 것으로 안다”며 “올림픽 덕분에 시 정부에서 건축성금의 6배를 환급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베이징 시내 지하 아파트에 거주하는 10만여 명의 주민들은 갑자기 잠자리를 잃었다. 베이징시 정부가 외국인이 보기에 흉하다며 퇴거를 지시한 것이다. 사실 지하 아파트는 거주용이 아니다. 창고 등의 공간을 건물주가 ‘벌집’ 형태로 만들어 임대해온 것이다.

집주인에게 퇴거를 요청받은 장모(25·여) 씨는 “돈이 없어서 지하에 세 들어 사는 것도 서러운데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쫓겨나야 한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다시 원거주지로 돌아와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올림픽 기간 공사 중단 조치로 건설인부들 줄줄이 귀향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농민공 역시 시 정부가 7월20일부터 9월20일까지 공사 전면중단을 지시하면서 최근 줄줄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베이징의 농민공은 100만명에 이른다.

올림픽 여파는 유흥업소 종업원에게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시 정부로부터 “중국 특색이 나는 제복으로 통일하라’는 지시를 받고 전통 치파오(旗袍)로 복장을 바꿨다. 시내 D호텔의 룸살롱에서 일하는 종업원 왕모(20·여) 씨는 “업주가 지정한 옷가게에서 50위안도 안 돼 보이는 치파오를 어쩔 수 없이 200위안에 샀다”며 “치파오 업자만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같은 올림픽 여파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유학생들은 비자 기간 연장이 대부분 거부되는 바람에 이달 초 거행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채 6월 말 귀국을 서둘러야 했다. 방학 기간에 대학생 기숙사는 올림픽 관계자의 숙소로 이용될 예정이어서 유학생은 물론 지방 출신의 중국인 학생들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베이징대학에 다니는 문모(23·여) 씨는 “대부분 지난달 말로 비자가 만료돼 친구들이 3일 치러진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방문비자로 들어와 주재원으로 일하던 회사원과 관광비자로 입국해 중국어 연수를 하던 유학생들도 최근 중국 정부가 비자 관리를 강화하면서 비자 전환이나 연장을 하지 못해 귀국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에 대한 비자 관리가 강화되면서 매년 급증하던 입국자(홍콩·대만인 제외) 증가세도 꺾였다. 지난해 1~5월 138만4000명이던 외국인 입국자는 올해 139만명으로 0.5%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증가율 12.6%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올림픽을 전후(7월21일~9월20일)로 중국에 들어올 외국인은 지난해 80만명보다 크게 줄어든 50~55만명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예약률이 70%를 넘는 5성급 호텔과 달리 4성급 호텔의 올림픽 기간 예약률은 아직도 44%에 머물고 있다.



주간동아 2008.07.29 646호 (p30~32)

베이징 = 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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