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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처음부터 MBC 편집 방향 우려됐다”

‘PD수첩’번역가 정지민 씨 “반박글 쓴 뒤 협박보다 격려글 많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처음부터 MBC 편집 방향 우려됐다”

“처음부터 MBC 편집 방향 우려됐다”

MBC ‘PD수첩’은 “4월29일 방영된 PD수첩에서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라고 한 것 등 의역으로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지만 전체적으론 문제없다”고 해명했으나, 공동 번역자 정지민 씨는 의도적인 오역 논란을 제기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과장, 왜곡 논란의 중심에 한 젊은 여성 번역가가 있다. PD수첩이 4월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 영어 부분을 번역·감수한 정지민(26) 씨다. 그는 6월24일 PD수첩이 방송 이후 제기된 오보 논란에 대한 해명성 방송을 내보내자, 다음 날인 25일 이를 정면 반박하는 글을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려 과장, 왜곡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정씨의 등장은 PD수첩 방송을 계기로 거세게 타오르던 촛불정국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PD수첩 방송에 대한 객관적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인터넷에서 근거 없이 떠돌던 ‘광우병 괴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검찰이 PD수첩 방송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유도 정씨의 문제제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얼마 전 PD수첩 방송과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7월15일 PD수첩이 두 번째 사과 및 해명 방송을 내보낸 것도 정씨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검찰 수사도 그렇거니와, 국내 유력 언론사에서 PD수첩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정씨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정씨의 발언 내용을 가지고 신문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씨의 배후에 광우병 촛불정국을 반전시키려는 ‘특정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정씨 개인 신상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에 ‘주간동아’는 정씨에게 ‘프라이버시’ 인터뷰를 요청했고, 정씨는 대면 인터뷰 대신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 응했다. 최대한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 때문이었다.

“왜곡 논란 해명 방송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것”



정씨에 대해 알려진 바는 영국에서 거주하다 10년 전쯤 귀국했다는 정도다. 정씨는 1991년부터 98년까지 8년간 10대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 그 시기는 영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한창일 때다. 정씨는 “광우병 관련 보도를 자주 접하며 자랐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진학을 앞두고 귀국해 2000년 대학에 입학한 정씨의 전공은 인문학 분야. 영국에서 지내며 능숙해진 영어 실력 덕에 그는 번역일을 부업으로 시작했다.

- PD수첩 방송 내용의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2년인가 2003년부터 MBC 방송국에서 번역일을 맡아 했는데, PD수첩 일을 언제부터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PD수첩 광우병 관련 방송의 번역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맡았나.

“870분 분량 가운데 내가 번역한 부분이 275분이다. 하지만 이게 간단히 숫자상의 비율로만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870분은 현장 스케치와 무음 부분까지 다 합친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맡은 비율은) 훨씬 많다. 내가 PD수첩 측의 번역가 13명 가운데 한 명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방송을 위한 영어 번역본을 내가 다 감수했으니까. 감수는 한 명이 맡는다.”

- 7월15일 PD수첩 왜곡 논란 해명 방송을 봤을 텐데, 시청 소감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았으리라 본다. 오히려 해명해야 할 부분을 더 많이 만들어버린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6월24일 첫 해명 방송에서는) 변호사를 통해서까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이 CJD(크로이츠펠트 야콥병)와 vCJD(인간광우병)를 구분하지 못해 혼용했다고 주장하다가, (이제 와서) 로빈 빈슨이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는 처음부터 (인터뷰 테이프에서 로빈 빈슨이) CJD, vCJD 둘 다 이야기했다고 말했지만, 그쪽(PD수첩)은 CJD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지 않나. 더 놀라운 점은 내가 제기한 문제를 사적 의견으로 치부하거나, 조·중·동에서 언급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정씨는 평소 방송을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촛불집회가 한참 진행된 뒤에야 PD수첩 방송내용에 문제제기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뒤늦게 방송을 보고 “처음 번역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 놀랐다”고 말했다.

- 처음 번역했을 때는 어떻게 생각했나.

“이런 영상들을 어떻게 편집할지 살짝 우려스러웠다.”

- PD수첩 방송 내용의 문제점을 직접 나서서 지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쉽고 아니고 할 게 없었다. 해명 방송에서 번역 문제를 지적한 것과 ‘동물학대 혐의 인부들에게’를 ‘광우병 우려 소를 왜 일으키느냐고’로 바꾼 것을 보고 바로 프로그램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걸 내가 올려도 되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왜곡은 그 정도가 전부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받으면 끝날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본방송을 보고 왜곡 정도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가 주장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처음부터 MBC 편집 방향 우려됐다”

MBC ‘PD수첩’은 7월15일 방송에서 미국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뇌질환 관련 사망자 조사’를 ‘vCJD(인간광우병) 사망자 조사’로 번역한 것을 오류의 사례로 들고(왼), ‘의사들은 의심합니다’라는 대목을 ‘의사들에 따르면 걸렸다고 합니다’로 한 것도 오류라고 인정했다.

- 정씨의 발언 내용을 놓고 일부 언론사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조’에 따라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것까진 이해한다. 그런데 논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방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떤 사실을 왜곡했다면 짚어줄 수 있는 거지만, 해석하는 게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건 좀 문제다.”

-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PD수첩에서 방송한) ‘휴메인 소사이어티’ 영상 이미지를 보고 뛰쳐나간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를 거의 전면 개방한 정부의 원 협상이 다른 국가에 ‘선례’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 위신과 관련된 일이라 원성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PD수첩에 대한 반박글을 쓴 뒤 협박이나 위해를 당하진 않았나.

“한 어린아이 말고는 심한 막말이나 욕설을 들은 바 없다. 댓글이야 내가 일일이 보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봐도 뭐 별것 없더라. 내게 직접 쪽지나 e메일을 보낸 분들은 99.9%가 격려의 말을 해줬다.”

- 번역 논란 이후 PD수첩 쪽에서는 연락이 없었나.

“6월27일인가, 낮에 K신문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 기자가 ‘(PD수첩 조모 PD가) 개인적으로 번역 운운한 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 전화하고 싶은데 받아주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힘든 곳에 있지 마라. 아직 20대인데 걱정돼서 그런다.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끝내자’는 PD의 말을 전했다. 기자가 중재한 셈이다.”

- 왜 신문사 기자가 중재를 하나.

“그러게 말이다. 그 기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전화하고 만다는 거죠?’라고 물으니까 ‘뭐…’ 그러면서 말을 흐리기에 ‘사과하면 기사화할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과하고 잘되면 언젠가는 기사도 나가겠죠’라고 하더라. 그날 저녁 조 PD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부모님이 받았다. 요즘 조심스럽고 힘든 상황이라면서 ‘번역’ 운운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고 한다.”

- PD수첩이 왜 그렇게 과장, 왜곡했다고 생각하나.

“그 부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은 내게도 남아 있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 이번 일로 개인적인 피해는 없나.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 번역일도 안 하면 그만이다. 솔직히 본업도 아니다. 번역해달라고 전화 오면 잘 안 가는데, 이제 MBC는 안 가도 된다.”



주간동아 2008.07.29 646호 (p24~25)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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