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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쩐의 전쟁, 이 죽일 놈의 성적

EPL 20개 구단에 전 세계 기업들 베팅 … 삼성 지원 첼시 웃고, 풀럼 고른 LG 울고

  •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11@joongang.co.kr

유니폼 쩐의 전쟁, 이 죽일 놈의 성적

유니폼 쩐의 전쟁, 이 죽일 놈의 성적

2부리그 탈락 위기에 처한 풀럼을 지원한 LG는 기대만큼 스폰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이 2005년 여름 5년간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의 거액을 들여 첼시의 유니폼 스폰서로 나섰을 때 고개를 젓는 시각이 많았다. 과열경쟁으로 후원액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널을 제치고 리그 2연패를 거머쥔 첼시의 우승가도와 함께 내달렸다. 유럽에서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렸으며 휴대전화 판매 대수가 급신장했다. 한 시즌 만에 본전을 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삼성과 첼시의 만남 이후 맨유(AIG), 바이에른 뮌헨(T-모바일), 레알 마드리드(Bwin)가 첼시의 후원액을 넘어선 천문학적 계약을 맺었다. 프리미어리그의 유니폼 스폰서 액수는 연간 9750만 유로(1310억원)로 치솟았다. 독일(1286억원), 이탈리아(967억원), 프랑스(687억원), 스페인(676억원)을 제친 세계 최대 규모다. 그렇다면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의 유니폼 스폰서는 도대체 어떤 업체들일까. 그리고 왜 각 기업들은 유니폼에 자사의 로고를 넣기 위해 혈안인 것일까.

△아시아 기업 6곳, 도박업체만 4곳 1월1일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첼시전. 홈팀 풀럼의 흰색 유니폼엔 붉은색 ‘LG’가 선명했고, 첼시 선수들의 가슴엔 ‘삼성 모바일(SAMSUNG Mobile)’이 새겨져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기업들의 로고가 나란히 등장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소유권이 외국 자본에 잠식당한 것처럼 유니폼 스폰서도 절반가량이 외국 자본이다. 특히 삼성 LG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기업이 6개 구단을 후원하고 있다. 일본은 전자회사 교세라와 프린트기기 업체 오키(OKI)가 각각 레딩 FC와 포츠머스의 유니폼을 따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항공사인 에미리트항공은 아스널을 지원하며, 태국의 맥주회사 창은 에버턴을 후원한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자 관련 업체가 5곳(25%)으로 가장 많다. 특이한 점은 도박업체가 4곳이나 된다는 것. 토트넘을 후원하는 맨션은 영국의 대표적인 도박회사다. 블랙번 로버스와 애스턴 빌라의 후원업체인 베트24와 32RED도 도박업체다. 선덜랜드의 보일스포츠는 축구, 크리켓 등 스포츠와 관련한 도박만을 전문으로 한다. 금융회사도 4곳이나 되는데 맨유를 비롯해 뉴캐슬(노던 록 은행), 버밍엄 시티(F·C), 더비 카운티(더비셔금융)의 스폰서가 그들이다. 리버풀을 연고로 한 리버풀(칼스버그)과 에버턴(창) 두 팀을 맥주회사가 모두 후원하는 것도 흥미롭다.



△부익부 빈익빈 EPL … 맨유 후원액은 위건의 40배 맨유의 유니폼 후원액은 연간 2080만 유로(280억원)로 바이에른 뮌헨(독일·270억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202억원)를 앞서는 세계 최고다. 첼시(195억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아스널과 리버풀이 첼시의 절반 수준으로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뉴캐슬과 토트넘이 그 뒤를 따른다. 이 6개 구단의 후원액이 전체 후원액의 70%를 차지한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의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대변한다. 한 예로 위건 애슬레틱의 연간 유니폼 후원액은 7억원 수준으로 맨유의 40분의 1밖에 안 된다. 포츠머스도 위건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박지성, LG 유니폼 입을 뻔했다 2006년 5월 다국적 통신회사 보다폰과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조기 종료한 맨유는 차기 스폰서 후보 업체들과 협상을 벌였다. 당시 LG는 4년간 4800만 파운드(860억원, 연간 215억원)의 조건을 내걸었다. LG의 제시액은 보다폰의 연간 900만 파운드(165억원)보다 33%가 높은 데다 유벤투스(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의 후원액에 이은 당시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고액이었다. 하지만 도박업체인 맨션이 4년간 7000만 파운드(1300억원)의 매머드급 액수를 제시하며 협상에 불을 질렀다. 맨유는 구단 이미지를 고려해 맨션의 제안을 거절하고 미국의 종합보험회사 AIG의 4년간 5650만 파운드(1052억원) 제안을 받아들였다. LG는 결국 액수를 높여 베팅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만약 LG가 AIG보다 제시액을 높였다면 박지성은 지금 LG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다. AIG가 유니폼 스폰서가 되자마자 맨유는 4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되찾아오며 전 세계에 AIG의 이미지를 알렸고, 박지성도 5골을 뽑아내며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여름 풀럼과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은 LG는 감독 경질과 설기현의 부진에다 강등권에서 헤매는 성적으로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는 풀럼이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떨어지면 계약을 조기 종결한 뒤 새롭게 후원할 구단을 찾아야 할 처지다. 팀을 잘못 고른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다.

△“스폰서는 곧 그 구단” 경기장과 TV 앞에 모인 사람들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쉴 새 없이 쫓는다. 그들의 눈길이 가는 곳에 유니폼 스폰서가 있다. 만일 AIG가 빠진 ‘짝퉁’ 맨유 유니폼을 시장에 내놓으면 얼마나 팔릴까.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삼성 마크가 없는 첼시 유니폼은 찾지 않는다. 후원사를 그 구단의 유니폼 디자인과 함께 인식한다는 것은 ‘유니폼 스폰서와 그 구단을 동일시한다’는 뜻이다. 후원사가 노리는 게 바로 이 점이다. 팬들이 클럽을 사랑하고 응원할수록 후원사의 브랜드 로열티도 상승하는 것이다.

▼ 프리미어리그 구단 유니폼 스폰서
구단 업체(회사 성격) 국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IG(종합보험회사) 미국
첼시 삼성(모바일 업체) 한국
리버풀 칼스버그(맥주회사) 덴마크
아스널 에미리트항공(항공회사) UAE
토트넘 맨션(도박회사) 영국
뉴캐슬 노던 록(지역연고은행) 영국
선덜랜드 보일스포츠(도박회사) 영국
레딩 교세라(영상기기 제작) 일본
블랙번 베트24(도박회사) 영국
버밍엄 시티 F&C(자산관리회사) 영국
볼턴 리복(스포츠용품) 미국
포츠머스 OKI(컴퓨터 보조용품업체) 일본
에버턴 Chang(주류업체) 태국
미들즈브러 가민(내비게이션 서비스) 미국
웨스트 햄 XL(레저 업체) 영국
애스턴 빌라 32RED(인터넷 카지노) 영국
풀럼 LG(전자업체) 한국
더비 카운티 더비셔금융(주택조합회사) 영국
맨체스터 시티 Thomas Cook(여행 서비스업체) 영국
위건 JJB(스포츠용품 회사) 영국




주간동아 2008.04.01 629호 (p70~71)

최원창 축구전문기자 gerrard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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