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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4·9 총선 빅매치 8選

[경기 고양 일산갑-한명숙 vs 백성운] 인물이냐 정당이냐 票心은 고민 중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경기 고양 일산갑-한명숙 vs 백성운] 인물이냐 정당이냐 票心은 고민 중

[경기 고양 일산갑-한명숙 vs 백성운] 인물이냐 정당이냐 票心은 고민 중

3월19일 고양시 게이트볼 경기장을 찾은 한명숙 민주당 후보. ‘친노그룹’의 부활을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 백성운 후보는 한마디로 ‘일산통(通)’이다. 1988년 고양군수를 지낸 그는 아예 ‘일산 호수공원을 만든 백 군수’로 홍보전략을 짤 정도다. 무엇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MB)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일산갑지역을 낙점받았다. 당선된다면 순식간에 정권 실세로 활약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셈이다. 높은 정당 지지도와 지역개발 논리로 판세를 이끌면서 3선 고지에 도전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순식간에 챔피언에서 도전자로 돌려세웠다.

한 후보의 공식 호칭은 2006년 이후 ‘총리님’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TV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켜봤던 일산시민들은 길거리에서 마주친 그를 “와, 총리님이다!”라며 반긴다. 심지어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드는 학생도 있다. 한 후보의 측근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얼굴을 반기는 것만으로도 선거의 절반은 이긴 셈”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올해 초 실시된 정당별 여론조사 결과는 일방적인 한나라당 페이스였다. 정당 지지도가 4배 가까이 차이가 났기에(40% 대 10%), MB 최측근임을 내세운 백 후보는 인지도가 낮음에도 지지도 면에서 한 후보를 월등히 앞서 나갔다. 이른바 ‘MB 효과’에 편승해 손쉽게 승부가 나는 듯했지만 2월 말이 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팽팽한 균형상태를 지나 오히려 한 후보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것이다.

총선 분위기 아직 냉랭 … 연초 비해 지지율 뒤바뀌어

[경기 고양 일산갑-한명숙 vs 백성운] 인물이냐 정당이냐 票心은 고민 중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일산 중흥의 적임자를 내세운 백성운 한나라당 후보(왼쪽).

게다가 3월에 벌어진 한나라당 친박(親朴)계 ‘대학살’의 후폭풍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 후보의 캠프 관계자는 “심지어 TK(대구·경북) 출신 일산 거주자들의 통합민주당 지지도까지 높아졌다”며 반색한다. 심지어 친박계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형진(코미디언 고 김형곤 씨의 동생) 씨까지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터라 초반 우세를 자신하던 백 후보 진영이 다급해졌다.



일산시민들은 “우리는 그간 정당보다 인물로 뽑아왔다”고 말할 정도로 아직까지 뚜렷한 총선 열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도권 서북부의 중심이자 일산신도시의 핵심인 일산갑지역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분류된다. 30, 40대 고학력 화이트칼라가 많이 거주하는 만큼 이번 총선의 정치적 의미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야당의 ‘견제론’과 여당의 ‘안정론’이라는 고전적인 대결 구도다.

일산시민들은 지난 대선에서는 MB를 택했다. 55% 대 22%로 압승. 그러나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한 한 후보를 택했다. 특히 탄핵 역풍이 일던 2004년엔 한 후보가 한나라당 홍사덕 후보를 49% 대 46.6%의 근소한 차이로 이긴, 그야말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미세한 구도는 이번 선거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구의 정치적 의미는 바로 한 후보 본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친노(親盧)그룹의 미래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출마를 확정한 친노그룹은 한 후보 외에 유인태(도봉을) 유기홍(관악갑) 이광재(태백·영월·평창·정선) 백원우(시흥갑) 강기정(광주 북구갑) 서갑원(순천) 윤호중(구리) 의원이다. 여기에 청와대 출신 김만수(부천 소사) 전해철(안산 상록갑) 윤후덕(파주)을 합치면 결코 만만치 않은 세력을 과시한다.

거물급 야당 정치인과 여타 계보 정치인이 MB 바람에 지레 겁먹고 수도권 출마를 고사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건 이번 선거에 임하는 친노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후보의 생환 여부는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역학관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저평가된 일산의 개발여론 작용 여부가 관건

1999년 시민단체 출신으로 비교적 늦은 54세에 정계에 입문한 한 후보는 지난 10년간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성장한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그러나 여성부 환경부 장관, 총리라는 화려한 이력에도 강인한 리더십이나 정치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정치인 한명숙’과 ‘친노그룹 재평가’라는 열매까지 거머쥘 수 있다.

문제는 역시 강남·분당지역에 비해 저평가된 일산지역의 ‘개발여론’이다. 이 같은 민심은 경기 서북부지역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 한나라당의 새 얼굴들은 주로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백 후보의 “전철 신설을 통해 서울 강남과 30분대로 연결하겠다”는 공약 역시 MB의 ‘개발’ 이미지를 본뜬 것이다.

파란 점퍼를 입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현장을 순례 중인 백 후보는 “일산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통과 주거환경”이라면서 “일산 호수공원, 국제전시장 킨텍스를 군수와 부시장 때 유치한 공이 있는, 일산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을 선택하라”고 호소한다.

양당 모두‘검증된 인재’와 ‘명품 신도시’ 건설을 화두로 내세웠기 때문에 결국 승패는 전국적인 흐름과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명숙 후보 인지도 덕 ‘톡톡’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로는 한명숙 후보의 우세가 뚜렷하다. 3월16일 조선일보-SBS 여론조사에서 41.4%의 지지율로 백성운 후보(30.7%)를 10.7%포인트 앞섰다. 19일 ‘동아일보-MBC’ 조사에서는 한 후보가 41.9%로 32%의 백 후보를 9.9%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도 역시 총리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한 후보가 경기부지사 출신 백 후보를 월등히 앞선다. 그러나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투표 의향층’ 사이에서는 지지율 차이가 1.1%포인트 이내로 좁혀진다는 점과 아직도 10%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는 통합민주당의 지지율이 변수라면 변수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만난 적잖은 일산시민들은 “국무총리 ‘한명숙’은 익숙한데 MB 측근이라는 ‘백성운’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게다가 한나라당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도 한풀 꺾였다. 이것이 바로 백 후보 측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최대 장애물이다.




주간동아 2008.04.01 629호 (p58~59)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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