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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4·9 총선 빅매치 8選

[서울 은평을-이재오 vs 문국현] MB 실세의 텃밭 새 정치 文 열릴까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서울 은평을-이재오 vs 문국현] MB 실세의 텃밭 새 정치 文 열릴까

[서울 은평을-이재오 vs 문국현] MB 실세의 텃밭 새 정치 文 열릴까

새 인물을 기대해온 서울 은평을 유권자들에게 문국현 후보의 ‘과감한 도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오는 ‘오만’해 보이지만, 문국현은 ‘선비’ 같아 보이데….”

서울 연신내역 인근 연신시장에서 만난 70세 최모 할아버지는 지역구 정치인에겐 좀처럼 쓰기 힘든 ‘오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리고 경쟁 후보에겐 ‘선비’라는 최상의 수식어도 곁들였다. 이처럼 상반된 기현상은 서울 은평지역 곳곳에서 감지됐다. 4선을 노리는 이명박(MB) 정부 2인자 이재오 의원에게 바야흐로 시련의 계절이 닥친 것일까.

“예상치 못했죠. 오히려 통합민주당에서 큰 인물을 내세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문국현이 은평에서 떴어요.”

불광동에서 만난 한 상인은 ‘소심한’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문 후보 지지를 조심스레 밝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송미화 후보는 2.2%포인트 차이로 이재오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 역시 이 의원에 대해 ‘오만’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이처럼 심각한 역풍에 대해 이 의원 캠프 측은 ‘편견’이라며 억울해한다.

“여러 세력에게 (이 의원이) ‘공공의 적’이 돼버린 탓이에요. 사실 10년 야당을 해왔고 최근 한 달 동안만 여당을 했을 뿐인데…. 억울하지만 은평 주민들은 틀림없이 지역이 배출한 큰 인물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강석준 한나라당 은평을 지구당 사무국장)



“오만 재오 vs 선비 국현” 곳곳서 기현상 감지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는 은평을 선거구는 애초 이 의원의 텃밭으로 공인된 지역이었다. 1991년 민중당 은평을 지구당 위원장 시절부터 따진다면 이 의원과 은평을의 인연은 어느새 20년을 헤아린다. ‘바닥을 훑는다’고 표현되는 민중당 출신 정치인들의 지역구 관리는 정평이 나 있다. 이 의원이 이번에 당선된다면 같은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해 서울지역 최다선 의원이 된다.

현재 여당 최고의 실세이자 이번 공천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실력자로 떠오른 이 의원에게 낙선이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이다.

“가장 시원하게 내질렀잖아요. 손학규와 정동영이 만만한 상대를 찾아가는 꼼수를 쓴 반면, 문 후보는 정확히 새 정부의 최고 실세와 각을 세운 용기가 빛을 발했죠.”

자원봉사자로 문 후보를 돕고 있는 한 40대 자영업자의 해석은 의미심장하다. 새 인물을 바라는 지역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인 것. 30대 직장인 김형진 씨는 “이 의원이 현역으로 있던 지난 12년간 은평이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 됐다”며 “더 큰 문제는 조급한 뉴타운 추진으로 양극화가 더 심화된 점”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잇따른 선전(善戰) 때문인지 문 후보 선거사무실엔 유달리 활기가 넘쳤다. 누군가 “민주당에 있던 사람도 상당수”라고 귀띔한다. 당내 분란으로 민주당 후보의 확정이 늦어진 탓이다. 게다가 환경 이미지를 쌓아온 문 후보가 ‘운하 전도사’를 자임한 이 의원과 적절한 대립각을 이룬 데다, 시간이 갈수록 대운하 여론이 악화되는 점도 뜨거운 환대를 받는 배경이 된다.

민주당 송미화 도전장 … 대운하·야권연대 파기 큰 변수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문 후보의 승리를 예단할 순 없다. 이 의원이 보유한 촘촘한 지역조직과 높은 한나라당 지지율 때문이다. 실제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총선에서는 ‘바람’보다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믿음에서다.

한때나마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던 야권연대가 깨진 것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3월18일 민주당은 후보를 막판 공천자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본격적인 3자 대결구도를 선언했다.

현재 은평을에서 선전 중인 문 후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복잡다단하다. “문국현 역시 민주당의 경쟁자”라는 시각에서부터 “은평을을 무(無)공천으로 남겨놔 이재오를 협공해야 한다”는 양대 의견이 치열히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후보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밖에도 문 후보의 발목을 잡아채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선거가 창조한국당 선거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문 후보가 선전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정치인생은 물론 창조한국당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진다.

이 때문에 문 후보는 24시간 은평을에만 매달리지 못한 채 다른 지역 후보들을 위한 지방행을 마다하지 못한다. 따라서 은평을 선거는 ‘이재오의 위기’라기보다 ‘문국현식 정치실험’의 본격적인 시험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국현 0.1~6%포인트차 박빙의 선두



문국현 후보의 선전에 정치권이 큰 충격을 받았다. 4선에 도전하는 현 정부 실세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셈이기 때문이다.

3월15일 ‘중앙선데이’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32.6%로, 32.5%의 지지율을 보인 이재오 의원을 0.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7일 SBS와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43.6%의 지지율을 보이며 37.1%를 획득하는 데 그친 이 후보를 6%포인트 차로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자체 여론조사도 박빙으로 조사되고 있다.

문 후보의 장점은 다름 아닌 ‘서울’ 출신이라는 점. 지역색이 전무하기 때문에 그 위력이 거셀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도권 출신은 물론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지지도 역시 높게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선거 무기는 자전거다. 새벽 4시30분부터 꼬박 10여 년간 이 지역을 순례해왔다. 본인의 성실함 외에 조직과 자금도 남부럽지 않다. 문 후보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이 의원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주간동아 2008.04.01 629호 (p56~57)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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