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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했다면 끝장 보는 철저함에 전율 느꼈다”

하이닉스 노사, 日 도요타 현장실습 혁신시스템 배워 반도체 불황 타개 시도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시작했다면 끝장 보는 철저함에 전율 느꼈다”

“시작했다면 끝장 보는 철저함에 전율 느꼈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가운데)이 1월18일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라디에이터 조립 실습을 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추월해 세계 1위 자동차 생산업체로 부상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정말 위기’라고 외치더군요. 경영층만의 구호가 아니라 전 임직원이 위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시작했다면 끝장을 보고 마는 철저함에 전율마저 느꼈습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다녀온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이렇게 소감을 털어놓았다. 김 사장은 1월16~19일 최고기술책임자(CTO) 최진석 부사장, 영업본부장 김대수 부사장, 연구소장 박성욱 부사장 등 수뇌진과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도요타자동차의 히라야마 공장에 ‘한 수’ 배우러 갔다. 정종욱 이천공장 노조위원장도 동참했다. 노사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도요타 벤치마킹에 나선 것이다. 방문 결과 ‘몇 수’를 배우고 왔다.

도요타도 미국 첫 수출 땐 조잡한 승용차 비난받아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도요타의 세계 최우량 베스트 프랙티스를 본받아 제조 및 연구개발, 마케팅, 인사 등 경영시스템 전반에서 혁신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으로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지닌 김 사장이 ‘혁신’을 유독 강조한 것은 그만큼 올해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덮였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몇천억 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17분기(4년 3개월) 동안 흑자 행진을 계속하다가 뒷걸음친 것이다. 주력 생산품인 D램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 탓이다. 올해도 고전이 예상된다.



위기에 처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생산업체 하이닉스가 업종이 다른 자동차업체를 느닷없이 방문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도요타의 공장혁신시스템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를 익히기 위해서다. TPS는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도요타 특유의 혁신 철학을 체계화한 것이다.

“어느 날 어떤 개발도상국의 선도적인 자동차 회사가 자체 생산한 승용차를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했다. 그때까지 이 회사는 부자 나라에서 만든 자동차의 복제품이나 만들던 곳이었다. (‘바퀴 네 개에 재떨이 하나’라고 불러도 될 만큼) 조잡한 싸구려 소형차였지만 독자 모델이었기에 이날은 이 나라와 이 회사가 새삼 자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날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자동차는 실패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1958년 도요타가 미국에 자동차를 처음 수출할 당시 상황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랬던 도요타가 후에 GM을 제치고 세계 왕좌를 차지할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공정문제 땐 올스톱 감수…현장중심주의 절실히 체험

도요타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회사 나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특히 도요타는 끊임없이 공정을 개선했다. 이 때문에 ‘카이젠(改善)’이라는 경영학 용어까지 생겼다. 김 사장의 소감이 이어진다.

“도요타는 우리 기준으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교한 매뉴얼을 만들었더군요. 모두가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일합니다. 여러 형태의 크고 작은 개선을 통해 이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더군요.”

김 사장을 비롯한 하이닉스 연수단 일행은 도요타 기술연수센터에서 작업복 차림으로 라디에이터를 조립하는 실습을 했다. 문제가 생기면 공장 전체를 세우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않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이를 통해 일행은 철저한 현장중심주의의 중요성까지 피부로 느꼈다.

김 사장은 귀국 즉시 하이닉스 임직원들이 도요타를 배우도록 촉구하는 글을 작성했다.

“여러분도 도요타를 포함해 성공적인 기업들에 대해 많이 아실 것입니다. 문제는 그 좋은 요소들을 어떻게 우리 문화로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DNA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분야별로 추가 연수를 할 계획입니다만, 참여하지 않는 동료들도 도요타 배우기 노력에 적극 동참해주십시오.”

하이닉스는 이번 경영진 연수를 시작으로 1월 말까지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제조본부 등의 임직원 80여 명을 도요타로 보내는 1차 연수를 진행한다. 연수 인원은 17~20명 선. 앞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가하는 2차 연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도요타의 TPS를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혁신사관학교’는 이미 2005년 충남 아산에 설립됐다. ㈜KPEC한국산업교육센터라는 교육 전문업체가 설립 주체다. 이 업체의 정광열 대표는 TPS 창시자인 오노 다이이치 전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에게서 시스템을 직접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기 성공한 하이닉스 요즘은?

주력 수출품 D램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


“시작했다면 끝장 보는 철저함에 전율 느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던 하이닉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덕에 2003년 하반기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블루칩 프로젝트’라는 기술개발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웨이퍼 생산능력을 4만 장에서 8만 장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하이닉스는 4년여 간 흑자경영을 일궈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주력 수출품인 D램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에 비해 가격은 41.5%나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디지털카메라, MP3 등 휴대기기에 널리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국제시세까지 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주력 제품인 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의 현물거래 값이 지난해 8월만 해도 9달러 선을 유지했으나 최근엔 3달러까지 떨어졌다. 3달러는 그야말로 손익분기점. 이 아래로 내려가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

2007년 3월 취임한 김종갑 사장은 이천공장 증설 문제를 해결한 데 이어 최근엔 회사채 6000억원 발행을 성사시켰다. 이제 반도체 시황이 나빠져 노심초사하고 있는 김 사장은 “반도체 사이클을 보면 곡선이 하락할 경우 이 흐름이 15개월가량 지속된다”면서 “지난해 1월 하순부터 하락 조짐이 나타났으므로 이론상으로는 올 2분기부터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애써 낙관론을 펼친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닉스는 올해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할지 모른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해 9월 투자회사인 크레디스위스(CS)를 주간사로 선정해 하이닉스를 처분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김 사장 예상대로 가격 반등의 조짐이 보인다면 일단 처분 당사자 양쪽 모두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주간동아 2008.02.05 622호 (p26~27)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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