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4

2007.09.25

음식과 환상 궁합 화이트 와인계의 ‘벤츠’

  • 아트옥션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7-09-28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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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과 환상 궁합 화이트 와인계의 ‘벤츠’

    우수독일와인협회(VDP) 프리뷰에 제공된 리슬링<br> 와인들.

    프랑스 와인과 이탈리아 와인의 특징을 각각 고급성, 다양성이라 규정한다면 독일 와인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 애석하게도 무명성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알고 보면 독일 와인은 전문성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와인 분야에서도 독일인의 장인 정신이 여지없이 빛나기 때문이다.

    명품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서는 아주 일상적이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와인의 우수성은 단조로운 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따랐느냐, 얼마나 실수를 줄였느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 와인의 우수성은 이미 리슬링으로 증명됐다. 그 사실이 우리들에게만 새로울 뿐이다. 화이트 와인 시장에서 리슬링은 자동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특급이다. 레드를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필적할 수 있다. 맛, 향기, 숙성력에서 리슬링을 따라올 청포도가 없다.

    독일 장인정신으로 빚어 세계인 선호

    세계적으로 리슬링을 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리슬링이 음식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음식이 미처 내지 못하는 새로운 맛을 선사함으로써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애호가들은 프랑스의 샤르도네보다 오히려 리슬링을 윗길로 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샤르도네는 오크통의 참나무 향기가 듬뿍 더해져 가공된 맛이 느껴지지만, 리슬링은 와인 그대로의 맛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독일 와인은 변방 신세다. 첫 번째 이유는 달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알고 보면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도 정말 많다. 한동안 우리나라에 스위트 와인이 대량 수입된 탓에 다양한 맛을 체험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리슬링은 오크 칩으로 바닐라 맛을 강하게 내는 신세계 화이트보다 덜 달다. 잔당 함유량이 많다고 해서 더 달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당분이 산미와 얼마나 잘 균형을 이루느냐다. 당분이 많아도 칼날처럼 상큼한 산미가 있는 리슬링이 오히려 오크향 가득한 화이트보다 덜 달게 느껴진다.

    두 번째 이유는 라벨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된 라벨이 마치 해독하기 힘든 고문서 같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부르고뉴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리고 나라마다 개성 있는 와인이 있다고 믿으면 라벨 읽기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독일 와인의 영향력은 참으로 크다. 독일에서 가까운 프랑스 알자스에 가보면 마치 독일 와인 경연장 같다. 리슬링을 주로 재배하는 점에서나, 병 모양이나 라벨 알파벳의 구성만 봐도 그런 느낌이 든다.

    샴페인의 최고봉인 크룩도 독일 출신이다. 샴페인은 하우스 스타일이 중요하다. 매년 일정한 맛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크룩은 독일 출신답게 정확한 블렌딩 기법을 통해 6대째 대를 이어가고 있다. 차고 와인 라 몽도트로 유명해진 생테밀리옹의 샤토 카농 라 가펠리에와 포므롤에서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양조하는 샤토 라 투르 피작도 모두 독일 출신이다.

    독일 와인은 신세계로도 많이 뻗어나갔다. 호주를 대표하는 울프 블라스와 헨슈케 역시 독일 이민자들이 세웠다. 캐나다는 또 어떤가. 캐나다 최초의 유럽산 포도가 리슬링이다. 오늘날 캐나다를 와인 지도에 올린 아이스와인 역시 독일의 아이스바인이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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