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2007.07.31

백인 학교로 전학 간 흑인 소년의 성장통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7-25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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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 학교로 전학 간 흑인 소년의 성장통
    6월28일 온스타일을 통해 두 번째 시즌이 전파를 타고 있는 시트콤 ‘에브리바디 헤이츠 크리스(Everybody Hates Chris)’는 미국의 인기 코미디 배우 ‘크리스 락’의 어린 시절을 유쾌하게 담은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 브루클린이 배경인 ‘…크리스’는 백인 학교로 전학 간 흑인 소년 크리스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크리스 락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온스타일 측은 “제목 ‘에브리바디 헤이츠 크리스’는 고부갈등과 육아문제 등을 통해 끈끈한 가족애를 다룬 CBS의 ‘에브리바디 러브즈 레이몬드(Everybody Loves Raymond)’를 풍자한 것”이라며 “‘…크리스’는 가족애뿐 아니라 인종문제와 사회문제도 그려내 더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크리스가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민감한 엄마 때문에 백인들만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시작한다. 흑인 밀집지역에 살면서 시내의 백인 학교에 다니는 그에게는 ‘전학생으로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미션 외에 학교 유일의 ‘흑인으로서’ 교내에 팽배한 흑인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하는 임무도 주어진다. 그래서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테스트도 없이 농구팀에 스카우트되는 모습이라든지, 흑인이기 때문에 아버지 없이 마약에 찌든 홀어머니 밑에 산다고 여겨지거나,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에서 학급 내 최고 빈민으로 여겨지는 상황 등은 조금 씁쓸하다.

    하지만 ‘…크리스’는 이를 결코 무겁거나 심각하게 그리지 않는다. ‘…크리스’의 목적은 흑인 차별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을 날카로운 입담과 재치 있는 상황 설정을 통해 통쾌하게 풍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말썽꾸러기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크리스와 그의 못 말리는 가족 등 매력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크리스’는 시즌3(2008년 1월 방송 예정)까지 제작될 수 있었다. ‘프리즌 브레이크’ ‘24’ 등 화려한 수사물이 대세를 이루는 미국 방송시장에서 겨우 2005년 첫 시즌을 내보낸 데다, 눈에 띄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지도 않는 가족시트콤이 시즌3까지 제작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즌2는 그동안 참기만 했던 친구들의 차별 혹은 놀림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크리스의 성장기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 더는 전교생의 놀림감이 되기 싫던 크리스는 유일한 친구 그렉과 함께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는가 하면, 다른 학생들과 좀더 가까워지고 싶어 선도부에도 지원한다.

    그 밖에 우피 골드버그가 크리스의 이웃으로 합세해 크리스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며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7월25일에는 아픈 엄마를 위해 추수감사절 요리를 해야 하는 크리스 가족의 이야기인 ‘모두가 싫어하는 추수감사절’편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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