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6

2007.07.31

8월6일 두 번째 입대 싸이, 완전히 새 됐군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7-25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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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계라지만 최근 발생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병역비리 의혹은 보기 드물게 ‘희한한’ 사건이다. 병역특례요원으로 2년 전 군 대체복무를 마친 싸이는 불성실한 근무 사실을 이유로 결국 현역으로 재징집될 처지가 됐다. 마치 자신의 대표곡 ‘새’의 가사 ‘완전히 새 됐어’처럼 말이다.

    얼마 전 병무청은 싸이에게 현역 입영대상 결정을 내리고 소집통지서를 보냈다. 입대일은 8월6일. 이로써 싸이는 34개월의 산업기능요원 근무에 약 20개월의 현역 근무를 또다시 하게 되는, 연예계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는 당사자가 됐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병역의무 위반은 법적으로도 엄격한 처벌을 받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국민정서법’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젊은 남자 연예인이 군 문제를 불법적으로 회피하려다 망신당하고 심지어 범법자라는 낙인까지 찍히며 사라졌나를 떠올려봐도 그렇다.

    한때 최고 댄스가수로 활동하던 ‘가위춤’의 대명사 유승준은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얻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간 뒤 다시는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지금도 그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편법적인 방식에 그를 사랑했던 국내 팬들이 느낀 분노와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당시 공항에서 벌어진 입국거부 해프닝은 두고두고 가십거리가 됐다.

    드라마 ‘가을동화’를 통해 한류스타로 각광받던 송승헌과 인기 탤런트 장혁 한재석 등도 사구체신염이라는 병명 위조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그들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현역 군인이 돼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건강미를 자랑하던 한류스타 원빈은 군에 입대하자마자 의가사 판정을 받고 제대했지만 1년 넘게 숨죽이며 재기 기회만 살피고 있다. 삼손 같은 근육질을 자랑하던 가수 김종국도 현역 입대를 비껴가며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남자 연예인들은 대부분 군복무가 인기관리에 치명타가 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대중에게 잊히는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때때로 소속사와 연예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탈법적인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남자 연예인들 병역 비리 팬들도 용서 안해

    다시 싸이로 돌아가보자. 군대를 두 번이나 경험하게 될 그의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시선도 차갑다. 싸이 재입대에 대한 생각을 물은 한 설문조사 결과 ‘당연히 다시 가야 한다’는 의견이 75%로 압도적이었다. 연예가에서는 싸이가 얼마 전 ‘무릎팍 도사’라는 방송 토크 프로그램에 나와 국가기관인 ‘예술의전당’이 대중가수의 공연을 허용치 않는 것을 비난한 뒤 일종의 ‘보복(?)’을 당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농담처럼 제기되고 있다.

    대마초 사건에 이어 제2의 인생시험대에 오른 그는 최근 자신의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특례요원으로 근무하는 3년 동안 퇴근 후에 음악활동을 병행했지만, 이것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3년 동안 아무도 저를 제지하지 않았고, 아무도 제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검찰 조사와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아, 이런 지적을 그 당시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고, 이미 소집해제를 명받고 예비군 2년차에 접어든 저였기에 처음에는 수긍하기 힘들었습니다.”

    국방의무는 연예인도, 재벌 2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싸이의 이 ‘회한’서린 말에는 병무청의 감독 소홀에 대한 아쉬움도 짙게 배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싸이가 특례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병무청이 싸이의 비지정 업무 사실을 발견하고 잘못을 지적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계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씁쓸한 단면을 접하며 많은 관계자들은 계속적인 자정노력과 투명성 확보를 다짐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혹시 또 다른 불신의 벽만 키우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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