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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혈압약, 보약이라 생각하고 드세요”

“혈압약, 보약이라 생각하고 드세요”

“혈압약, 보약이라 생각하고 드세요”

적절한 혈압약 복용은 고혈압 합병증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혈압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데, 다른 방법을 쓰다가 천천히 먹으면 안 되나요?”

요즘은 미디어와 건강강좌 등을 통해 많이 계몽됐지만, 이 질문은 필자가 막 심장내과 전문의가 돼 환자를 볼 당시 고혈압 환자 열 중 대여섯 명에게서 받던 것이다.

당시 이런 질문에 대해 필자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우리나라 성인 사망률 2, 3위를 차지하는 뇌혈관질환(3만4000명/년)과 심질환(1만8000명/년, 2004년 통계청 기준)을 10~50%까지 예방할 수 있으니 반드시 약을 드셔야 합니다”라거나 “고혈압 환자 중 약을 드신 분과 안 드신 분의 뇌중풍(뇌졸중) 발병률은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라는 전문지식을 이용해 설명했다. 환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거의 겁(?) 주다시피 하는 처방을 받은 셈이니, 결국 그들의 3분의 1가량은 이런저런 이유로 병원 방문을 중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에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딱딱하고 장황하게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 할머니는 “아유, 뭐가 그렇게 어려워? 그러니까 해랍(혈압)이 높으니 풍이 잘 올 수 있다고? 풍이 안 오게 하기 위해서는 보약을 먹으라는 거 아닌감? 그럼 보약 좀 줘봐”라고 하시며 필자를 멀뚱멀뚱 쳐다보셨다. 할머니는 몸을 보(補)하는 ‘보’와 예방 차원으로 보(保)하는 ‘보’가 헷갈렸는지 모르지만, 당시 필자는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생소한 의학용어를 덜 섞으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 할머니를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이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의학용어보다는 토속적(?)인 표현으로, 예를 들면 몇 %보다는 몇 명 중 몇 명이라는 말로, 심장보다는 염통이라는 말로, 혈관질환보다는 ‘핏줄이 좁아져서’라는 말로 설명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혈압이 높다고 진단되면 “걱정 많이 되시죠? 하지만 운동하면서 음식을 싱겁게 먹는 등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면 정상에 가깝게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일단 혈압이 높으면 중풍 등 핏줄에 문제 되는 무서운 병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으니 스스로 노력해 정상 상태가 될 때까지는 혈압약을 보약이라 생각하고 드세요. 자, 이제 싱겁게 먹는 방법과 운동 계획을 함께 세워볼까요?”라고 말한다. 그 결과 자신의 병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려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혈압약, 보약이라 생각하고 드세요”
고혈압뿐 아니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장애를 일으킬 만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혈압약을 귀찮게 챙겨 먹어야 할 약이 아니라 보약이라 생각하고 복용하면 환자 처지에서는 좀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정경 대전 선병원 내과부장



주간동아 2007.07.10 593호 (p7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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