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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패스트푸드의 국가

햄버거 다시 먹을래?

  • 이명재 자유기고가

햄버거 다시 먹을래?

햄버거 다시 먹을래?
놀라운 속도로 현대인의 삶 속으로 파고든 현대문명의 총아, 패스트푸드. 그러나 비만과 각종 질환의 원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反)패스트푸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의 양상과 주장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비만식품 추방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패스트푸드점에는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줄서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 그런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에릭 슐러서라는 미국 기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패스트푸드의 국가’라는 영화는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됐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극장에 내걸렸더라도 금방 내려졌을 것이다.

영화는 풍경화로 시작해 패스트푸드와 육식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고는 고발장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도입부는 패스트푸드가 만들어낸 신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가족들이 패스트푸드점에 둘러앉아 즐겁게 햄버거를 주문하는 모습이다. 현대 행복의 한 전형은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볼 수 있었다. 햄버거를 찍어내듯 규격화된 행복이 값싸게, 대량생산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이윽고 햄버거 패티의 ‘진실’ 속으로 관객들을 끌고 간다. 겉보기에는 아이들이 탄성을 지를 만큼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클로즈업된 패티의 속살은 기괴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패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소의 배설물이 패티에 섞이는 게 왜 우연이나 사고가 아닌지, 깔끔해 보이는 패스트푸드점 주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도살 공장의 잔혹극에 대한 고발이다. 멕시코 불법이민 여성 노동자인 실비아는 도살장에서 일하다 다친 남편을 대신해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 카메라는 실비아가 도살장에 들어서서 자기가 일할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눈에 보이는 광경을 죽 따라간다.

끌려온 소들은 그 크고 선량한 눈을 껌뻑이며 목이 잘리고 다리가 잘려나간다. 온몸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죽어가는 소의 눈망울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놀라움과 충격, 끔찍하게 죽어가는 동물에 대한 연민,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그만큼의 분노로 실비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와 얼굴을 적신다. 누군가 그녀를 위로한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곧 괜찮아질 거야.”

그렇다. 지금은 역겹고 끔찍하지만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어쩌면 진짜 무서운 진실은 이 말인지 모른다. 도살 공장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모두는 이 반동물적, 아니 반인도적 행위의 공범자가 된 듯하다.

이 영화를 보고서도 햄버거가 맛이 있다면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명재 자유기고가



주간동아 2007.04.03 579호 (p86~86)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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