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2007.02.27

중국 항공권 저가경쟁 박터지네!

산둥노선, 공급 과잉에 비수기 겹쳐 … 칭다오 왕복에 11만원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7-02-16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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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항공권 저가경쟁 박터지네!

    중국계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 모습.

    칭다오(靑島) 11만원, 옌타이(煙臺) 13만원, 위하이(威海) 15만원….

    인천에서 바다 건너 중국 산둥(山東)성으로 향하는 뱃삯 리스트가 아니다. 오늘 당장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할 수 있는 중국행 왕복 항공요금의 일부다. 마음만 먹으면 더 싸게 구할 수도 있다(이 가격에 세금과 유류할증료 약 9만원을 더한 가격이 실제 항공료). 이 가격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지속 가능한 가격일까.

    항공사들의 발표에 따르면 이는 겨울에 한정된 ‘특가상품’ 가격이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3월 이후에는 이 가격에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빨라진 가격하락 흐름을 지켜보는 여행업계와 실수요자들은 “항공료 인하 흐름이 비단 산둥노선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2월 현재 인천-산둥 간 항공료 인하전쟁에 뛰어든 회사는 양국을 대표하는 4개 항공사인 대한항공(KAL), 아시아나항공(OZ)과 중국동방항공(MU), 중국국제항공(CA). 이들은 지난 연말 20만원 초까지 하락한 가격을 약속이라도 한 듯 10만원 초반대로 재조정했다.

    저가 공세에도 서비스는 업그레이드



    이 가격이 얼마나 파격적인지는 여타 중국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비수기인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30만~40만원대에, 중국 항공사들은 이보다 10여 만원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런데 지난해만 해도 중국 전 노선이 40만원대로 엇비슷했는데 유독 산둥노선만 날개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 원인은 ‘계절적 요인’이라는 업계 주장과 달리 한마디로 ‘공급 과잉’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산둥지역과 하이난 섬을 1차 대상으로 한 한중 항공자유화(Open Sky) 협정체결이 계기가 됐다. 중국동방항공 배우성 실장은 “2006년 하반기 이후 양국 항공사들이 산둥노선 운항횟수를 두 배로 늘렸으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산둥지역에 집중됐던 대중투자 행렬이 주춤해지고 겨울 비수기까지 겹치자 평균 탑승률이 급감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운항편수를 줄이지 않고 가격하락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놀라운 점은 가격경쟁에도 서비스 품질은 오히려 향상됐다는 데 있다. 유효기간, 기내식 품질, 심지어 수화물 중량까지도 가격경쟁 이전보다 낫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이 모두가 2010년 한중 전 지역 항공자유화를 염두에 둔 시장선점 전쟁”이라고 설명한다. 두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들이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산둥 전쟁’에 참가하는 이유는 이 경쟁에서 패배할 경우 중국시장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산둥노선을 넘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노선의 항로개방 시기에 모아진다. 이들 지역의 항공료 인하가 가져올 후폭풍은 산둥노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그러나 그 시기는 2010년까지 최대한 늦춰질 전망이다. 이해득실을 따지는 항공사들의 눈치작전과 수익보전 차원에서 베이징과 상하이 등 황금노선은 최대한 늦게 개방되리라는 전망이다.

    가격전쟁 중인 양국 항공사들의 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중 노선의 짧은 운행시간은 서비스 품질보다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신 기종을 투입해 낮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할 계획이다.

    확실한 것은 산둥노선 항공료 가격이 당분간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저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신 손님을 빼앗긴 선박업계와 산둥 이외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 소비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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