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스팸메일 김하나 ‘빗나간 청춘’

검거된 박모 씨 유복한 중산층 자녀 … 인터넷 악명과 달리 너무나 평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스팸메일 김하나 ‘빗나간 청춘’

스팸메일 김하나 ‘빗나간 청춘’
“튜닝한 투스카니를 찾아라!”

1월25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소속 경찰관들은 서울 서초동 일대 주차장을 뒤지고 또 뒤졌다. 이미 검거한 스팸메일 발송업자 권모(27) 씨가 자신의 동업자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그가 바로 김하나”라고 밝혔기 때문. 갑자기 사건이 커졌다. 한나절을 헤맨 끝에 경찰은 김하나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언론에는 ‘김하나’ 박모(22) 씨가 병역특례로 근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팸메일 발송에 다시 뛰어들었다고 보도됐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생활고에 시달린 이는 권씨였고, 박씨는 유복한 중산층 가정의 자녀다. 그의 부친은 부산에서 중소기업 이사를 지내고 있다. 박씨는 고등학교 시절 상위 10% 안에 들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대학 1학년이던 2004년 투스카니를 구입해 약 1000만원을 들여 튜닝했을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한다.

불법 프로그램도 마구 유포

박씨가 악명 높은 김하나가 된 계기는 ‘노트북이 갖고 싶어서’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노트북을 사기 위해 발신자를 김하나로 고정시킨 스팸메일 발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4명에게 30만원씩 받고 팔았다. 이 프로그램은 인증 절차나 암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덕분에 여러 스팸메일 발송업자들 사이에 유포됐다. 그 탓에 거의 전 국민이 대출에서 ‘야동’ 광고까지 김하나가 보낸 수십억 통의 스팸메일에 괴롭힘을 당했던 것이다.



‘김하나’ 프로그램은 기술력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이 프로그램이 암약하던 2003년 당시 ‘김하나 스팸메일 대응방안’까지 마련했던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스팸대응팀의 임재명 팀장은 “인터넷 지식과 프로그램 기술만 있다면 제작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의 ‘기술력’은 나이와 함께 더욱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박씨는 시중은행을 가장한 피싱메일 등을 16억 통 보내 1만2000여 건의 개인정보를 수집, 이를 1억원을 받고 대출업자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을 벌이면서 박씨는 수백 대의 홈페이지 서버를 해킹했고, 또한 포털사이트의 견고한 스팸 필터링 정책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보안 전문가 모씨는 박씨의 기술력에 대해 “스팸 기술력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씨의 인터넷 불법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박씨는 싸이월드에서도 불법 프로그램 유포자로 악명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06년 일촌순례 프로그램(일촌들의 방명록에 동시에 글을 남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스팸 게시물을 살포해 두 차례 이용정지를 당했다.

그의 미니홈피는 싸이월드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루 방문자가 200여 명에 이를 정도. 방명록에는 ‘도토리 생성기’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등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글이 가득하다.

경찰은 박씨가 인터넷상의 악명과는 달리 ‘평범하고 착한 학생’이라고 말한다. 범행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범죄로 처벌받은 청소년들을 교육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건전정보문화팀 남길우 팀장은 “박씨처럼 아무 문제 없는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도 쉽게 인터넷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윤리에 관한 의식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영웅심리 차원에서 인터넷 범죄를 쉽게 저지른다는 것. 그러나 남 팀장은 “부모가 잘 타이르고 관리할수록 재범 확률이 낮아진다”고 충고했다.

과태료 사안이던 스팸메일 발송 행위는 ‘김하나’를 계기로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졌다. 구속된 박씨는 바로 이 법 조항에 의해 처벌될 예정이다.



주간동아 574호 (p80~80)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45

제 1345호

2022.06.24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무결점의 완벽한 꿈 ‘누리호’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