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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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마이크 항상 1번 잡는 까닭은?

‘빅5’ 숨겨진 사생활 2인치 궁금 … 술자리 실수 없고 건강 챙기기 열중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2-14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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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유력 대선후보들은 한가한 휴일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지친 심신을 달랠 수도 있고, 피아노를 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미술관을 찾을 수도 있다. 때로는 산을 찾아 건강을 챙기며 다가올 '대회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대선주자들의 술버릇과 건강, 신변잡기 등 '숨은 2인치'를 찾아나섰다.
    노래방 마이크 항상 1번 잡는 까닭은?

    2005년 4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여 술잔을 부딪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왼쪽부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미술과 축구 없이는 못 살아!

    김근태 전 의장은 시간이 날 때면 가까운 미술관을 찾는다. 그러고는 한두 점의 작품을 골라 뚫어지게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진다. 그만의 독특한 작품 감상법이다. 한 측근은 “깜짝 놀랄 만큼 미술에 조예가 깊다. 미술을 전공하는 딸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김 전 의장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식적인 주량은 소주 반 병.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한 직후 직원들과 함께한 ‘상견례’ 자리에서 폭탄주 4~5잔을 마신 것이 지금까지의 최고 성적이다. 불가피한 술자리라 해도 ‘딱 한 잔’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끔씩 가족과 포도주를 즐기는 것이 김 전 의장의 큰 낙이라고.

    술을 잘 못하는 김 전 의장과의 술자리는 재미가 없다. 평소의 ‘근엄함’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말이 많아지거나 톤이 높아지는 일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심심한데, 본인도 이를 잘 안다. 그래서일까. 김 전 의장은 술자리 끝에 이어지는 노래잔치에서는 항상 1번으로 나서 마이크를 잡는다. 애창곡은 ‘사랑으로’ ‘사랑의 미로’ 등 주로 발라드다. 가수 장사익을 좋아해 공연이 있을 때면 빼놓지 않고 찾아간다.

    김 전 의장이 가장 즐겨 하는 운동은 축구다. 고문으로 망가진 몸을 ‘재생’시킨 게 바로 축구라고 믿고 있다. 현재 김 전 의장이 몸담고 있는 축구조직(?)만도 두세 개가 넘는다. 기술보다 체력을 앞세우는 ‘네덜란드식 토털사커’를 지향하는 김 전 의장은 한 번 공을 차면 90분 풀게임을 2게임 정도 소화한다. 나이(1947년생)를 감안하면 대단한 체력이지만, 체력보다 더 강한 것이 정신력과 승부 근성이다. 한 측근의 설명이다.



    “지고 있을 때는 눈빛이 달라지세요. 그래서 가끔은 의도적으로 져드립니다.”

    ‘요가 근혜’ … 노래와 피아노 수준급

    박근혜 전 대표를 드러내는 ‘대표 키워드’ 중 하나는 요가(단전호흡)다. 2004년 초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처음 공개할 당시 박 전 대표가 문패로 내걸었던 사진도 ‘도복 입은 박근혜’였다. 5~10분씩 하는 물구나무서기, 팔굽혀펴기 등은 이젠 박 전 대표의 건강과 열정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박 전 대표는 매일 5~6시경 일어나 10~20분의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두세 가지 요가자세 외에도 일반인은 따라하기 힘든 20여 가지의 기묘한(?) 동작으로 몸을 푼다고. 측근이 밝힌 그의 허리 치수는 26.5인치. 1952년생이지만 20대 몸매와 다를 바 없다.

    박 전 대표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박 전 대표의 최고 주량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유권자가 건넨 ‘소주 3잔’. “폭탄주를 몇 잔 먹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떠돌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술을 잘 못 마신다고 술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시진 않아도 술자리의 흥을 깨지는 않는다. 직접 폭탄주를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한 잔씩 건네는 것을 좋아한다. 각종 폭탄주 종류와 제조법에 대한 내공은 술꾼인 기자들이 인정할 정도.

    박 전 대표는 때때로 술자리에 ‘흑기사’를 대동한다. 한나라당 내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박 전 대표의 흑기사는 한때 15명 선으로 ‘탄탄한’ 인맥(?)을 자랑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의 말이다.

    “가끔 박 전 대표가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면 ‘아, 오늘은 내가 술상무로 뽑혔구나’ 생각해요. 알면서 따라가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박 전 대표의 자택을 찾는 손님들은 종종 소설 ‘상도’에 나오는 ‘계영배(戒盈杯)’와 마주 앉는다. 계영배는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잔의 70% 이상이 채워지면 밑으로 흘러 내려가도록 만든 술잔. 박 전 대표는 이 술잔을 통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절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전 대표는 여야 대선주자들 중 엔터테인먼트에 가장 강한 주자로 꼽힌다. 특히 노래와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다. 애창곡 중엔 나이를 뛰어넘는 최신곡도 많아 주변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고. 요즘에는 가수 MC몽의 최신곡 ‘아이스크림’에 푹 빠져 있다.

    러브샷 사랑해 … 가곡 ‘오라’가 애창곡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술자리 키워드는 ‘러브샷’. 자신이 직접 만든 폭탄주를 나눠주면서 러브샷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손 전 지사의 술버릇이다. 공식적으로는 주량을 소주 반 병, 혹은 한 병으로 적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술꾼’으로 오해 살 것을 우려한 ‘정치적’ 기록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측근 인사는 “편한 술자리에 오실 때는 항상 폭탄주용 양주를 직접 챙기신다. 그런 날이면 10잔 이상 드신다. 그래도 취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마시는 양도 양이지만 러브샷 등을 직접 제안하면서 분위기를 띄운다고.

    정치부 기자들이 가장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정치인으로 손 전 지사를 꼽을 정도다. 정치 현안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면 적당히 답변하다가 “공부 못하는 학생이 꼭 쉬는 시간에 공부한다”는 말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약사인 부인이 이런저런 영양제, 보약 등을 열심히 챙겨주지만 손 전 지사는 항상 ‘밥이 보약’이라는 믿음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먹어라” “안 먹는다” 하는 대화가 가끔은 부부싸움(?)으로 번진다고.

    손 전 지사의 건강비법은 단연 그가 만든 독특한 형식의 체조와 등산이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같이 하는 자신만의 운동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몸을 한 번 굽혔다 펴기까지 20~30분이 걸리는 이 운동법은 일반인들은 따라하기 쉽지 않은 고난도 기술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운 트럼펫 연주, 연극반(경기고 화동연우회) 출신다운 카랑카랑한 목청을 가진 손 전 지사는 노래 실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화 운동 당시 전국으로 도망다니며 부인에게 전화로 불러주던 가곡 ‘오라’ ‘꿈길밖에 길이 없어’ 등이 그가 꼽는 대표적인 애창곡.

    맥주 한 병? … 만능 스포츠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공식 대선캠프인 ‘안국포럼’은 이 전 시장의 주량을 묻는 질문에 “맥주 한 병 ”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사실일까? 이 전 시장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천성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맥주 한 병은 절대 아니다. 이 전 시장은 술을 정신력으로 마신다. 작정하고 마시면 누구도 못 이길 것이다.”

    특별한 술버릇은 없다. 말이 조금 많아지고 톤이 좀 올라가는 정도가 전부. 교회 장로인 이 전 시장은 술을 가급적 자제한다. 특히 대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이 전 시장의 술자리는 현격히 줄었다. 한 측근 인사는 “요즘은 일정이 정말 빡빡해요. 사장으로 일할 때하고는 또 다르죠. 아무래도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 가면 감기에 걸렸다고 둘러댄다. 이 전 시장의 쉰 목소리가 얼른 들으면 독감에 걸린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를 자주 접한 기자들은 그의 목소리가 원래 그렇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 전 시장은 오전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어머니를 도와 리어카 행상을 하던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한 시간에 걸친 명상에 이어 러닝머신에서 한 시간가량 달린다. ‘만능 스포츠맨’인 이 전 시장은 일과 중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가까운 거리는 늘 걸어다닌다. 이 전 시장은 시간이 나는 대로 산책, 테니스, 수영 등을 즐기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초 불거진 ‘황제테니스 논란’ 이후 테니스는 거의 치지 않는다. 수영은 주로 집 근처 구민회관 등에서 즐기며 산책은 자택에서 멀지 않은 북한산이나 가까운 공원으로 나간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이 기업인과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시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은 노래를 고를 때 곡보다는 가사에 의미를 둔다. 유심초(사랑이여), 양희은(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다.

    애창곡 많은 화끈한 기분파

    정동영 전 의장의 주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반된다. 술이 세다는 말도 있고, 맥주 한 병 혹은 폭탄주 한 잔이 적량이라는 견해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정 전 의장이 통일부 장관 재직 시절 북한 측과 접촉하면서 과음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해 전자에 무게를 실어준다. 대부분의 기자들과 정치인들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상황이 되면 오버해서 그렇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폭탄주는 취하지 않은 상태로 석 잔이나 마실까”라는 게 이들의 설명. 그러나 직접 폭탄주를 제조해 본인은 딱 한 잔만 마신 뒤 좌중에 계속 돌리는 식으로 머리를 쓰다 보니, 언뜻 보기엔 술을 굉장히 많이 마시는 것 같다고. 불가피한 술자리에는 체격 건장하고 술이 센 보좌진을 술상무로 대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애창곡이 무척 많다. 어떤 때는 ‘아침이슬’, 또 어떤 때는 ‘부산 갈매기’나 ‘사랑’(나훈아) 같은 트로트가 애창 목록에 올라온다. 그만큼 그의 노래 취향은 다양하다. 그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기분파죠. 기분 좋으면 노래하고 춤추고 그래요. 아주 화끈하게 말이죠. 성격이 딱 드러나요.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구수해요. 앵커 출신이라 그런지 목소리도 좋잖아요.”

    정 전 의장의 건강 비법은 아내와 함께 하는 걷기와 조깅. 특히 주말이면 반드시 한 번 이상 서초동 집 근처 학교운동장에서 조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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