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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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넋 잃어 시상식 행사는 뒷전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socio94@cbs.co.kr

    입력2007-01-02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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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카펫 넋 잃어 시상식 행사는 뒷전
    연말이다. 연예가는 각종 시상식으로 바쁘다. 이미 12월 초부터 시작된 여러 행사들은 29~31일에 정점을 맞는다. 방송가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제전 등이 이때 잇따라 열리며 한 해를 마감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연예인들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자신의 성적을 여기저기서 평가받는다. 평가 기준은 물론 ‘상’이다. 그래서 연말은 각종 행사장을 통해 연예인들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여자 연예인들은 이때가 화려한 옷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시기여서 더욱 신경을 쓴다.

    연예인들은 무엇보다도 시상식장의 레드카펫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연예계 시상식이 할리우드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칸영화제처럼 세계적 축제는 아니지만, 국내 최고이자 아시아권에서도 관심을 갖는 행사여서 레드카펫을 밟고 싶어하는 스타들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일이다. 아시아인의 영화축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150여 명의 ‘대단한’ 스타들이 화려한 드레스와 슈트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초대받지 못한 일부 연예인은 이 레드카펫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유행 1번가 청담동 명품숍에서는 영화제 한 달 전부터 연예인이 입고 갈 드레스를 입도선매하느라 코디와 스타일리스트들 간에 각축전이 벌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브랜드의 같은 디자인 드레스를 서로 다른 연예인이 입고 나서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레드카펫 넋 잃어 시상식 행사는 뒷전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들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레드카펫을 수놓은 150여 명의 연예인들은 개막식 공식행사 직후 개막작이 야외 상영되기 시작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무대 앞 서너 줄이 순식간에 텅 빈 것. 불과 10여 명만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에 시민들은 ‘역시’ 하면서 혀를 찼다.



    이런 일은 어느 시상식에서나 흔히 벌어진다. 레드카펫에 대한 열망만 있을 뿐 행사를 즐기러 오는 연예인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최측은 시상자 또는 수상자로 선정해 이들의 중간 이탈을 막는다. 그러나 이에 해당되지 않은 연예인들은 아예 오지 않거나 레드카펫 행사만 하고 슬쩍 빠져나간다. 지각도 레드카펫을 즐기는 연예인들의 특징 중 하나다. 이들 대부분은 늦게 나타날수록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더 비중 있는 스타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연예인들은 일부러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행사장에 늦게 들어가는 웃지 못할 풍경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왜 이렇게 레드카펫에 목매는 것일까. 취재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연예인들은 ‘레드카펫이야말로 자신이 진정한 스타가 된 것 같은 판타지를 준다’고 입을 모은다. 레드카펫 옆에 도열한 일반 팬들 사이를 멋진 옷을 입고 할리우드 배우처럼 지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영화배우 황정민이 ‘잘 차려진 밥상’론의 소감을 밝힌 이후 연예인들이 수상 소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나의 전통이자 관습처럼, 소속사 사장에게 감사하고 매니저에게 고마워하고 또 누구에게 감사하는 공치사가 아닌, 진정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대중을 향해 감사함과 진심을 이야기하기 위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보게 될 각종 시상식에는 이런 연예인과 수상 소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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