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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대한불안의학회 공동기획 563호 특별부록

불안장애와 21가지 인지행동요법

불안장애 자가진단 &극복 가이드|내 안의 괴물 ‘불안’을 날려라!

  • 백기청 단국대병원 정신과 교수

불안장애와 21가지 인지행동요법

불안장애와 21가지 인지행동요법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병 속의 물이 반 남았을 때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감정과 신체반응,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시 물이 곧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불안한 감정을 갖게 되고, 그런 불안감은 그 자체로 신체에 생리적 변화를 일으켜 더욱더 목마름을 유발하게 된다. 목마름을 더 느끼는 사람이 물을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므로, 결국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가뜩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물이 더욱 필요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같은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감정반응, 신체 현상, 태도 및 행동의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인지요법이란 간단히 말하면 불안증이나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정신과적 질환에 대해 지금까지 본인이 진실이라고 믿어온 ‘인지의 왜곡’, 즉 부정적 측면이 위주인 생각의 틀을 바꿈으로써 그런 정신증상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치료법이다.

인간정신의 철학자라고 칭송받는 19세기 덴마크의 키에르케고르는 유년시절부터 유난히 불안에 시달렸으며, 전 생애를 통해 불안과 동거하다시피 한 사람이다. 어찌 보면 그의 이론은 불안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살았던 19세기엔 불안증 등의 정신과적 증상이 있을 경우 인격적으로 미숙하다거나 인생 낙오자라고 보는 견해가 보편적이었다. 젊은 시절 불안증 속에서 방황하던 키에르케고르 역시 처음엔 당시의 일반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낙오자로 책망하여, 불안감을 느끼는 사실 자체를 창피하게 여기고 억지로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불안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불안감 자체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그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그가 겪는 불안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게 됐다. 즉 자신이 겪는 불안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삶의 실존적 의미를 깨닫게 됐고, 결국 사람이 불안을 겪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하거나 신의 어떤 형벌로 생각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불안을 통해 더욱 값진 삶의 의미를 추구해보라는 하느님의 합목적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의 변화는 그에게 불안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을 가져다주었고, 결국 그가 실존철학이라는 위대한 사상을 잉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불안장애에는 여러 종류의 질환이 있지만 그 질환들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심각한 인지의 오류는 바로 ‘자신이 불안을 느낀다고 하는 사실 자체에 대한 공포나 불안’이라고 한다. 그러나 키에르케고르는 이 ‘불안 자체에 대한 불안’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관념을 가짐으로써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인지치료적 접근법을 통해 그 스스로 불안을 극복한 것이다.



불안장애는 공통적으로 혹은 각 질환별로 어떤 특이한 행동양식이나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오염에 대한 강박장애 환자들의 경우 남들은 별로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더럽거나 오염됐다고 생각하고, 그와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런 것을 피하거나 어쩌다 우연히 만지게 되면 끝없이 씻는 등의 강박적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버릇이 되면 점점 심해져 이전엔 크게 불안해하지 않던 것에 대해서도 강박적 행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불안장애의 경우 처음엔 어떤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취한 행동이 나중엔 오히려 처음의 불안감을 더 강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불안장애와 21가지 인지행동요법

평생을 불안에 시달렸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의 실존적 의미를 깨달았다.

행동요법은 궁극적으로 불안을 더 심하게 하는 이러한 잘못된 행동을 수정함으로써 이상행동을 없앰과 동시에 근원적인 불안감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둔다. 불안장애에서 보이는 가장 흔한 이상행동 중 하나로 ‘회피행동’이란 게 있다. 예컨대,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과거에 공황발작을 경험했던 장소와 같이 공황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장소나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려 든다. 사회불안장애 환자라면 여러 사람이 있어 자신을 주시하게 되는 곳을 회피한다.

이러한 회피행동은 처음엔 불안을 없애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버릇이 돼버리면 나중엔 오히려 불안 정도를 더 심화시킨다. 이런 경우 회피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반대로 그런 두려워하는 상황이나 장소에 맞부딪쳐 노출을 시도하게 하면 처음에는 힘들지만 차차 처음에 자신이 피하려 했던 상황이 생각처럼 그렇게 두렵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상행동이나 불안감이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노출요법’이라고 하며, 행동요법 중 가장 대표적인 기법이다.

이상에서 보듯 이론적으로는 인지요법과 행동요법이 구별되지만, 실제 불안장애를 치료할 때는 이 둘을 합쳐 함께 시행하는데 이를 ‘인지행동요법’이라고 한다.

불안장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정적인 생각의 틀은 대부분 객관성이 결여됐거나 비현실적인 잘못된 생각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훨씬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며 동시에 긍정적인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불안장애에는 어떤 잘못된 생각들이 있는지, 이러한 ‘인지왜곡’에 대해 대안이 될 수 있는 바람직한 생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래에서 눈여겨보자.

1. 어른이라면 동료나 가족, 친구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이 꼭 필요하다.

사실 인생에서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 당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반대하고 불쾌해할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불행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2.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하고 실수가 없어야 한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당신을 쉽게 절망시키고 자존심을 깎아내리기 쉽다. 또한 남도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당신이 어떤 일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3. 어떤 사람들은 악하고 비열하며 형편없어서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

좀더 현실적인 생각은 그들이 반사회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멍청하거나 무식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며, 만약 그들의 행동이 변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잘된 일일 것이다.

4.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이는 응석받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생각이다. 만일 당신이 운전 중에 타이어가 펑크났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지? 이런 일은 너무 싫어.”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당신을 항상 긴장시키고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5. 인간의 불행은 외부적인 스트레스 사건 때문에 생기며 그런 사건이 우리 기분을 좌우한다.

이러한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불행을 피하고 행복하기 위해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좌절하고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당신이 외부 사건에 대해 통제력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당신은 자신의 감정을 더욱 원활히 통제할 수 있게 된다.

6. 잘 모르거나 확실하지 않은, 또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모든 일에 대해 당연히 불안감과 공포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불확실한 일에 부딪힐 때마다 절망으로 가는 길을 지레 머릿속에 그린다. 하지만 직면한 문제에 현실적으로 맞서 공포를 줄이는 연습을 한다면, 당신은 불확실성을 접하게 되는 일을 더 이상 공포가 아닌 신나는 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7. 살아가면서 생기는 어려움과 책임에 대해 맞서기보다는 피하는 게 낫다.

책임감을 피하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지나치게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어려움이나 책임을 피하려 드는 것도 문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 조금씩 작지만 가능한 책임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그것이 합쳐져 결국 큰 책임도 해결할 수 있을 뿐더러 당신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8. 나는 나 자신보다 훌륭하고 능력 있는 어떤 의지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권위에 의존하게 하고, 홀로 서지 못하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신적인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

9. 과거가 현재를 많이 좌우한다.

과거의 어떠한 일이 당신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대처방식이 계속돼야 하는 건 아니다. 과거의 영향이 너무나 강력하고 지속적이었기 때문에 당신은 지금도 그렇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습관이 되어버린 이러한 사고를 잘 파악하면 행동을 고칠 수 있다. 바로 지금 그러한 사고를 인식하고 고쳐보라. 과거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지만 그것에 집착하여 얽매일 필요는 없다.

10. 행복은 수동적인 태도, 게으름, 끊임없는 여가생활로도 성취될 수 있다.

완벽한 휴식보다 더욱 즐거운 행복이 있게 마련이다.

11.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일은 절망적이고, 결코 내가 조절할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은 많은 경우 불안과 우울의 기본 원인이 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의 대인관계를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조차도 우리가 중심이 되어 느낄 수 있다.

12. 사람들은 상처받기 쉬우므로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생각은 결국 터놓고 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결국 모든 즐거움과 행복을 포기하고 자기희생만 따르도록 한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믿음은 세상을 살 만한 가치가 없는 곳으로 느껴지게 하고 말 것이다.

13. 좋은 관계란 서로의 희생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좋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자기희생을 지나치게 강요함으로써 자기부정을 한다면 결국 당신은 절망하고 불쾌하게 될 것이다.

14. 만일 내가 다른 사람들을 더 이상 즐겁게 해주지 못한다면 나는 버림받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낮은 자존심의 발로다. 차라리 당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버림받을 확률이 낮다. 물론 그들은 당신을 버릴 수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의 당신 모습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당신은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15.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반대를 표명한다면 그건 내가 나쁘거나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의 문제점은 일부 자신의 잘못이고 매력적이지 못한 모습을 마치 자신의 전체 모습인 양 일반화하는 데 있다.

16. 행복과 즐거움과 만족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긴다. 따라서 혼자 남게 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행복과 즐거움과 만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혼자 있는 속에서도 생길 수 있다. 혼자 되는 것은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좋은 방법이며 때때로 필요하다.

17.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 완벽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깨졌을 때도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완벽한 관계만을 기대하는 일은 환상이자 어리석은 생각이다.

18. 나는 고통을 느껴서는 안 된다. 나는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자격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고통을 느낄 일이 반드시 생기는 법이다. 어떤 의미에서 실제로 삶은 공평하지 못하며 때때로 당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19. 삶의 가치란 얼마나 성공하고 성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삶의 가치는 얼마나 성공하고 성취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자신이 충실히 살아왔는지, 어떻게 삶을 영위했는지에 있다.

20. 분노는 무조건 나쁘고 파괴적인 감정이다.

분노는 가끔 마음을 순화시켜 준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분노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정직한 표현이 될 수 있다.

21. 이기적인 것은 나쁘고 틀린 일이다.

어느 누구도 당신보다 더 당신이 원하는 것이나 바라는 것을 잘 알 수는 없다. 또한 당신만큼 당신의 성공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없다. 당신의 행복은 당신의 책임이다. 이기적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바로 당신에 대한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기쁨과 만족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 또한 지나친 생각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불안장애 환자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대개는 비합리적인 생각들과 그 생각에 반대되는 생각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인지왜곡은 불안증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다른 정신과적 문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인지행동요법이란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생각을 좀더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에 따른 정서적 고통을 낮춰주며, 갈등을 일으키는 행동이나 태도를 바꾸어 정신적 안정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이상에서 말한 것 외에도 다른 비합리적인 생각도 많이 있고, 불안장애의 각 질환별로 특별히 효과가 있는 특수한 인지행동요법이 있기는 하다. 인지행동요법은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여러분 스스로 위에서 말한 대로 생각의 틀을 조금씩 바꿔나가면 상당한 정도 불안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진 불안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왜냐하면 만약 당신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자아를 살펴봄으로써 영혼의 자유를 찾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563호 (p50~57)

백기청 단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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