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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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사람도 감쪽같이 ‘쓱싹’

  • 이서원 자유기고가

    입력2006-11-15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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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함도, 사람도 감쪽같이 ‘쓱싹’

    ‘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프레스티지’에서 휴 잭맨이 연기한 마술사 앤지어는 동료 마술사이자 숙적인 보든이 만들어낸 순간이동 마술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보든은 무대 양쪽 끝에 문을 세워놓고 한쪽 문으로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다른 쪽 문을 열고 나오는 마술을 선보인다. 앤지어는 이런 보든의 순간이동에 대적하기 위해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발코니에서 기어 나오는 마술을 개발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니콜라 테슬라는 실존인물이다. 감독이 영화 속에서 테슬라를 등장시킨 이유는 영화의 신빙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 테슬라는 평생 순간이동에 대해 연구했고, 그 때문에 온갖 소문을 몰고 다녔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테슬라의 지휘 아래 새로운 은폐기법을 실험하던 군함이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날아갔다가 돌아왔다는 ‘필라델피아 실험’ 미스터리. 이 소문은 나중에 ‘필라델피아 익스페리먼트’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진위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순간이동을 본격적인 소재로 사용한 영화는 커트 뉴먼의 SF 영화 ‘플라이’. 주인공 과학자는 순간이동을 실험하던 중 순간이동 장치에 들어온 파리와 섞이고 만다. 그 결과 거대한 파리 머리를 단 과학자와 작은 인간 머리를 단 파리가 탄생한다. 과학자는 필사적으로 파리를 찾아가 다시 몸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 사람 머리를 달고 있는 건 파리니까 과학자의 의식도 파리에 달려 있어야 하지 않나?

    나중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할 때, 그는 순간이동 도중 파리와 인간의 유전자가 하나로 합쳐졌다는 것으로 설정을 고침으로써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다.

    순간이동 장치를 다룬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스타 트렉’이라는 드라마 시리즈물을 꼽을 수 있다. 당초 이 시리즈는 순간이동 장치를 도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특수효과도 변변치 않은 저예산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계속 착륙선을 등장시킬 수는 없는 법. 결국 ‘엔터프라이즈호의 탐사대가 순간이동 광선을 타고 행성 표면에 도착한다’는 설정이 탄생했다.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커크 선장이 순간이동을 하기 전에 하는 대사인 “Beam me up, Scotty”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유행어 중 하나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이 발명품은 특수효과가 발전한 후반 시리즈에서는 점점 덜 쓰이는 경향을 보였다. 착륙선을 등장시키는 게 이전보다 쉬워졌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순간이동이 가능할까? 순간이동기 안의 물체 정보를 분석해 목적지에 보내는 ‘스타 트렉’식 기계는 불가능하다. 정보량이 너무 많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이 방법밖에 없을까?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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