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혈압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권기익 원장.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대다수 성인들의 심혈관질환에 대한 의식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대한순환기학회가 2004~05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돌연사를 걱정하면서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에 해당하는 자신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혈압안전지대 플러스’프로그램 안내 책자.
환자 위험인자 통합관리 효과도
미국의 ‘프래밍햄 심장 연구(Framing ham Heart Study)’에 따르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앓는 환자의 대다수는 적어도 2개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 고혈압 환자의 65%는 고지혈증을 앓고 있고, 거꾸로 고지혈증 환자의 48%도 고혈압 환자다. 고지혈증 환자 중 14%는 제2형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60%는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 중 16%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고,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60%는 고혈압 환자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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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혈압·당뇨 여부 등으로 간단히 측정
이처럼 2개 이상의 질환을 동시에 앓을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은 400~700% 증가한다. 따라서 위험인자에 하나라도 노출돼 있다면 통합관리 차원에서 다른 위험인자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권기익내과의원 권기익 원장은 “뇌·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들은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통합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잘 관리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위의 위험인자들 가운데 나이와 성별은 불가항력적이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수치, 흡연 등은 환자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등한시할 경우 동맥경화증, 망막증, 신장질환, 심장마비, 뇌졸중(뇌중풍), 관상동맥질환 등의 뇌·심혈관계 질환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는 물론 음식 조절, 스트레스 관리,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가 낮다(처방받은 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음)는 점이다. 한 예로, 고혈압 환자의 60% 가량은 치료를 시작한 지 12개월 이내에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목표혈압 관리에 실패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바티스가 지난 2월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통합관리를 위해 시행 중인 ‘혈압안전지대 플러스’ 프로그램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 BI)에서 시작된 ‘프래밍햄 심장 연구’의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측정법’을 적용해 환자들에게 위험인자를 통합관리하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세계 사망원인 1위인 고혈압 및 심혈관계 질환을 환자 스스로 관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 ‘BP GOAL(목표혈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의사들이 고혈압 환자들이 목표혈압에 도달해 그 수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12개국의 고혈압 환자 8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혈압안전지대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혈압안전지대 플러스’ 프로그램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 측정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환자의 나이, 혈압,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과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및 흡연 여부를 종합적으로 측정한 뒤 이를 근거로 10년 내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에 걸릴 수 있는 위험 수준을 평가한다.
먼저, ‘혈압안전지대 플러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병·의원을 찾아 앞서 언급한 나이, 혈압 등 각 항목별로 측정한 본인의 수치를 위험 수준을 알려주는 점수로 환산한 뒤, 이를 일정한 평가표를 통해 10년 내 심혈관질환에 걸릴 수 있는 위험률로 전환한다. 이렇게 산출한 위험률을 동일 연령대 사람들의 평균 위험률이나 건강한 사람들의 위험률인 최저 위험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자신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55세 남성 홍길동 씨의 측정된 위험 점수가 총 11점이라고 가정한다면, 그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은 33%이며, 이는 앞으로 10년 내에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심근경색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 수준이 33%라는 의미다. 그런데 홍씨와 같은 55세 남성의 평균 위험률과 최저 위험률은 각각 16%와 7%다. 따라서 홍씨는 동일 연령대 다른 남성들보다 약 2배, 동일 연령대 건강한 남성들보다는 4배 정도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출된 위험률이 30%를 넘으면 ‘매우 높은’ 위험 수준에 해당하고, 10% 미만인 경우엔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측정 결과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 미리부터 비관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위험 알면 예방활동 시작에 도움
권 원장은 “위험률이 높게 나왔더라도 환자가 관리를 잘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며 “반대로 결과가 좋게 나왔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고혈압, 당뇨병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들은 으레 조심하라는 말을 주변에서 듣게 된다.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 이른바 ‘선진국병’은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하거나 너무 건강을 과신해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으로 진단받은 후 약물치료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나쁜 습관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고혈압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현저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이 10년 내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률을 숙지하는 것이다.”(권기익 원장)
심혈관질환 유발 위험인자들은 하루아침에 관리되지 않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조목조목 담당 의사의 조언을 구하고, 오늘부터라도 당장 예방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도움말 : 권기익내과의원 권기익 원장 02-348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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