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활용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삼성카드, 소주 ‘처음처럼’, 메르세데스 벤츠의 ‘S500-4matic’.
삼성카드는 ‘고객감동경영’의 실현을 위해 콜센터 통계자료에 주목했다. 그리고 고객의 가장 큰 불만들을 정량화해 지난해 7월부터 서비스 개선에 나섰다. 예를 들어 자동이체 고객이 직접 카드대금을 입금할 경우 종종 이중 청구가 되는데, 이때 신속하지 않은 환불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였다. 이에 삼성카드는 이중 청구를 피하기 위해 자동이체 시간을 은행 마감시각 직전으로 최대한 늦췄다. 다른 카드사들이 서로 먼저 돈을 인출해가려고 경쟁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정인 것. 그러나 덕분에 삼성카드는 고객의 불만율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튜브형 고추장, 여행객 통계 바탕으로 탄생
‘대박 상품’으로 손꼽히는 청정원의 튜브형 ‘순창 쇠고기볶음 고추장’또한 통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청정원 마케팅 팀은 ‘해외관광 여행객 수’ 통계에서 연평균 24%씩 급증하는 내국인 출국자 수에 주목했다. 휴대하기 쉽고 먹기 편한 용기에 고추장을 담으면 잘 팔리겠다는 판단이 든 것. 이 제품의 매출액은 2004년 20억원에서 지난해 3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52억원에 이른다.
11월8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통계청 주최로 ‘통계활용 국제포럼’이 열렸다. 통계를 활용한 국내외 마케팅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자리였다.
강연자로 참석한 이보 마울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CEO는 “적극적인 통계 활용이 벤츠의 세계적 성공을 크게 도왔다”고 소개했다. 벤츠의 전 세계 지사들은 매년 본사로 각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평균 가구수입, 자동차 판매 동향, 유가 변동 등을 보고한다. 부동산시장 가격 추이, 주가 또한 보고 대상. 그는 “개발부터 판매까지 10~12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자동차 사업의 특성상 통계에 바탕을 둔 객관적인 판단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회사 제이앤씨의 론 제이콥스 대표도 강연자로 참석해 미국 기업들의 통계를 활용한 마케팅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월마트는 각 도시의 지리, 인구통계, 인종 구성 등을 조사한 ACS(American
Community Survey)를 기초자료로 활용해 각 지역매장의 제품 구성을 차별화하고 있다. 미국 3위의 생활용품 판매업체 시어스는 상품 타깃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전단지 홍보를 벌여 큰 효과를 거뒀다.
11월8일 ‘통계활용 국제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이보 마울 벤츠코리아 CEO.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통계활용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 10명 중 3.4명만이 업무에 통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통계를 ‘어느 정도 또는 매우 많이 활용한다’고 응답한 대학교수(80%)나 정부기관(55%)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가 통계에 대한 접근·활용성 높여야
그러나 통계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은 ‘대박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두산주류의 이정태 브랜드 팀장은 “출시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0%를 넘긴 소주 ‘처음처럼’의 성공에는 통계가 있다”고 소개했다. 3년 전 두산주류는 새 소주 개발을 앞두고 통계청이 제공하는 통계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했다. ‘생산인구 추이’ ‘인구비중 추이’ ‘국내 소득과 지출의 변화’ ‘1인당 알코올 소비량’ 등을 통해 외식비와 여성의 음주량이 늘고 있고, 건강과 휴식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강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읽었다. 즉, 숙취 부담이 적으면서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웰빙 소주를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는 ‘로드맵’을 얻은 것이다.
통계를 잘 읽으면 숨겨진 시장을 발견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는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기업에 유용할 만한 여러 정보를 제시했다. 취업자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가 27%로 무급가족 종사자(6%)를 합치면 33%에 이른다. 정규직(35%) 직장인과 맞먹는 규모인 것. 한편 자영업자의 소득은 정규직 직장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벌이는 괜찮은데 돈 쓸 시간이 없는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결론이다.
노익상 대표는 “우리 회사에 한국인이 얼마나 등산을 즐기는지 조사를 의뢰한 업체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는 이미 통계청이 공개하고 있는 통계정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5년마다 한 번씩 ‘국민생활시간조사’를 벌인다. 이 통계자료에는 성별, 연령별, 직업별, 요일별로 10분마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2004년 직장 남성은 일요일에 62분 동안 등산을 했다. 이는 1999년의 59분보다 3분 증가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현재 150여 개 정부기관이 생산하는 670여 종의 통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김대유 통계청장은 “통계를 활용한 대박 상품이 앞으로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국가 통계를 좀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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