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亞 안방극장 사로잡고 ‘봄의 왈츠’로 피날레

  • 배국남 마이데일리 대중문화 전문기자 knbae24@hanmail.net

    입력2006-05-22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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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亞 안방극장 사로잡고 ‘봄의 왈츠’로 피날레

    ‘봄의 왈츠’, ‘여름향기’, ‘가을동화’, ‘겨울연가’(왼쪽부터).

    윤석호 PD, 그는 이름만으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는 스타 PD다. 드라마에서 연기자가 아닌 연출자의 이름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킨 몇 안 되는 연출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러한 윤PD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2000년 ‘가을동화’를 필두로 시작된 계절 연작 드라마. 2002년 ‘겨울연가’, 2003년 ‘여름향기’ 그리고 2006년 5월16일 마지막 회를 내보낸 ‘봄의 왈츠’로 윤 PD의 계절 연작은 6년에 달하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 등 계절 연작 드라마 네 편은 시청률 면에서 큰 편차를 보였고, 이해타산과 일회용 사랑이 난무하는 시대에 현실성이 결여된 낭만적 멜로드라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첫사랑의 팬터지를 독창적 영상 스타일로 승화시켜 윤석호표 트렌디 드라마의 영역을 구축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윤 PD의 연출 세계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기대, 사랑에 대한 기대, 사람에 대한 기대’가 낳은 결과다.

    윤 PD의 계절 연작이 남긴 가장 큰 의미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도 우리 정서를 빼어난 영상과 스타일에 담아낸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의 연작이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아시아 각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한류의 진원지 역할을 한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가을동화’는 대만·중국 등 중화권에서 한류를 일으켰고,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폭발적인 한류를 형성하는 동시에 한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토대를 만들었다. ‘겨울연가’가 없었다면 최고의 한류스타 배용준과 최지우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고, ‘가을동화’가 없었다면 오늘의 송승헌·송혜교·원빈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亞 안방극장 사로잡고 ‘봄의 왈츠’로 피날레

    ‘계절 연작’ 네 편을 제작한 윤석호 PD.

    또한 윤 PD의 계절 연작은 한국 드라마 제작상황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PD의 작가주의 가능성과 연작 드라마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윤 PD는 하나의 주제(첫사랑)에 천착하며 일관된 이미지와 스타일로 주제를 전달해 작가주의적 PD로서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한국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역할을 해냈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연작 시리즈의 개념을 도입해 드라마 포맷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 역시 그의 공로다.

    윤 PD는 “대사 처리는 좀 미숙해도 신인들의 풋풋한 이미지가 주는 매력이 있어 가급적 신인들을 기용한다”고 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계절 연작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신인이 적지 않다. ‘가을동화’에는 문근영·송승헌·원빈·송혜교를 기용했고, ‘겨울연가’에서는 박용하와 박솔미를, ‘봄의 왈츠’에선 한효주와 서도영을 발굴했다.



    물론 계절 연작에서 드러난 한계와 문제점도 있다. ‘가을동화’와 ‘겨울연가’의 성공에 이은 ‘여름향기’와 ‘봄의 왈츠’에서 전작의 매너리즘에 빠지고 배경과 갈등 기제의 상투성이 배어나오는 등 연작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 그리고 현실성이 거세된 첫사랑 팬터지에만 기대어 드라마의 개연성을 떨어뜨린 점 등 적지 않은 드라마적 문제점이 노출됐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계절 연작이 이 같은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의미와 미덕을 남겼다는 점이다. 윤 PD의 계절 연작 시리즈는 한국 드라마사에서 당당하게 한 페이지를 장식할 작품으로 기록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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