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현역 최고 4중주단 한국인 감성 노크

  • 류태형 월간 ‘객석’ 편집장 Mozart@gaeksuk.com

    입력2006-05-22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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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최고 4중주단 한국인 감성 노크
    ‘현역 최고의 현악 4중주단’ 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이 5월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1986년,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내한이다.

    1970년 창단된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현악 4중주 형식을 가장 안정적으로 보듬어온 앙상블로 손꼽힌다. 슈베르트와 베토벤을 비롯한 독일, 오스트리아의 고전 레퍼토리에서부터 드뷔시, 라벨, 베르크에 이르는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앙상블로 흔들림 없는 아성을 구축했다.

    2005년 7월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의 비올리스트 가쿠슈카가 사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앙상블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의 빈자리를 뮌헨 필의 수석 주자이자 가쿠슈카의 제자인 이사벨 카리시우스가 채웠다. 최근 카리시우스가 칸첼리의 작품을 연주할 때 진가를 드러냈다는 소문이 들린다. 알반 베르크 4중주단이 현대음악에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세계를 보여줄 듯싶다.

    이번 내한공연의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역시 벌써부터 화제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모차르트 현악 4중주 K464와 K590을 양 끝에 두고 바르토크 현악 4중주 4번을 사이에 끼워넣었다. 바르토크 4중주 4번은 5악장으로 된 대칭형 구조. 그 양 끝에 모차르트를 배치함으로써 고전과 현대가 거대한 아치를 이루는 프로그램이 기발하다. 실내악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이다.

    현역 최고 4중주단 한국인 감성 노크
    음반계는 복고 열풍이 거세다. 영국 비덜프 레이블이 78회전 SP를 복각한 토샤 사이델의 CD가 재수입됐다. 러시아 바이올린 악파의 거장 레오폴드 아우어는 자신의 제자 가운데 두 사람을 각각 ‘천사’와 ‘악마’로 불렀다. 전자는 야샤 하이페츠, 후자는 토샤 사이델이다. 바이올린 연주의 역사에서 사이델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그는 하이페츠나 엘만 못지않은 실력의 소유자였으면서도 이 두 사람보다 인지도 면에서 훨씬 밑돌았다. 역사상 가장 이상적이라는 아르투르 뢰서의 피아노 반주가 깔린 브람스 소나타 1, 2번을 들으며 오늘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잃어버린 덕목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귀재의 연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먼 옛날 해적이 무인도에 묻어놓은 보물상자처럼, 이런 연주들은 아직도 곳곳에 숨겨진 채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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