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엇갈린 분담금 셈법, 얼굴 붉힌 신뢰

미군기지 이전 비용 논란 가열 … 한국 측 부담 25억 달러 증가 ‘협상 후유증’ 주장 제기

  •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h1005@donga.com

    입력2006-05-17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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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갈린 분담금 셈법, 얼굴 붉힌 신뢰

    용산기지와 미 2사단이 옮겨갈 예정인 평택 대추리 일대.

    ‘30억 달러 vs 100억 달러’. 최근 몇 년간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비에 대해 군 안팎에서 거론됐던 ‘최소치’와 ‘최대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최근의 달러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약 2조7900억원에서 9조3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두 금액의 차액인 약 6조6000억원은 지난해 국방예산인 20조8226억원의 31%에 해당한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은 서울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의 미 2사단을 2008년까지 경기 평택시로 옮기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소 미군 기지들을 통폐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해 7월 한미 양국 간 합의에 따르면 용산기지는 이전을 요구한 한국 정부가, 미 2사단 이전은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인 만큼 미국 정부가 각각 이전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또 LPP(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전국의 43개 미군 기지를 통폐합하는 사업비는 한국이 이전을 요구한 8개 기지의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미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한미 간 이전비용 문제는 최소한 겉으로는 명쾌하게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전사업비 총액과 한미 간 이전분담금을 둘러싸고 온갖 수치와 억측이 난무한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협상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전분담금이 예상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지 이전 비용을 둘러싸고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또 한국 정부는 이전 비용으로 도대체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총비용 최소 80억~최대 100억 달러

    지난달 초 국방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미군기지 이전 총비용이 70억~90억 달러 규모이고, 한국은 이중 최대 55억 달러를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당시 경창호 국방부 대미사업부장(육군 준장)은 “한국 측이 전액 부담하는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35억~45억 달러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한국이 이전을 요구한 LPP 8개 기지의 이전 및 대체시설 건립 비용 9300억원(약 10억 달러)을 고려하면 한국의 부담은 총 55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육군 극동공병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 2사단 재배치와 LPP에 따른 기지 통폐합에 35억~45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관련해 미국 측이 부담할 비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양측 주장을 감안할 때 한미 양국이 부담할 기지 이전 총비용은 최소 80억 달러(한국 45억 달러+미국 35억 달러), 최대 100억 달러(한국 55억 달러+미국 45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 간 기지 이전분담금에 대한 ‘셈법’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군 고위 관계자들의 입에서 잇따라 구체적인 관련 수치가 나오면서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해 3월 리언 러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주한미군 이전 총비용 80억 달러 중 미국 부담은 6%(약 4억8000만 달러)이고, 한국 부담은 59억20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러포트 사령관의 ‘계산법’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 42억4000만 달러와 이전 비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방위비분담금 16억8000만 달러를 합쳐 59억20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또 민간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건설투자금(BTL) 16억 달러도 한국 쪽이 부담하면, 결국 미국의 부담은 6%에 불과하다는 것. 이 계산대로라면 한국은 이전 총비용 80억 달러의 94%에 해당하는 75억20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엇갈린 분담금 셈법, 얼굴 붉힌 신뢰

    한명숙 총리 주재로 5월1일 열린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

    이에 대해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은 기지 이전과 상관없이 매년 한국이 내는 비용이고, BTL 사업 임대료의 부담 주체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한국이 대부분의 이전 비용을 부담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또 정확한 이전 총비용과 한미 간 분담액은 6월 말까지 기지 이전의 청사진인 시설종합계획(MP, master plan)이 작성된 이후에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윌리엄 펠런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3월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용산기지 이전 비용 등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안보정책구상의 일환으로 한국이 68억 달러를 대기로 했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혼선은 더 증폭됐다. 펠런 사령관은 68억 달러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국방부는 용산기지 이전 및 LPP 사업 비용 50억~55억 달러에 방위비분담금 16억8000만 달러를 합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기지 이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부담 비용 중 실제로 한국이 부담하는 액수가 상당량 포함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 측 이전 비용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또 현재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인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약 5000억원 추정)과 용산기지 이전 터인 평택지역의 성토(盛土·홍수에 대비해 이전 터를 높이는 작업) 비용(약 5000억~6000억원 추정)도 상당 부분 한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환경오염 치유 비용 문제를 협상해왔지만 미국이 책임져야 할 오염 치유의 기준을 둘러싸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3월 “(오염 치유 비용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환경부를 ‘압박’한 뒤 일각에선 한국이 결국 치유 비용의 많은 부분을 부담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용산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간접요소인 △평택지역 이주민 특별지원금 △평택지역 특별지원 사업비와 교육재정 지원금 △반환지역 특별지원금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이전 비용은 10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 같은 수치는 1993년 당시 용산기지 이전 비용만으로 약 95억 달러(당시 환율로 11조원)가 소요될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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