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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컨설턴트 주가 많이 올랐네!

이미지메이킹부터 홍보전략까지 선거 총괄지원 … 굵직한 후보자 대부분 고객 삼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정치 컨설턴트 주가 많이 올랐네!

정치 컨설턴트 주가 많이 올랐네!
여의도 정치컨설팅 회사 A사는 영남권에서 광역단체장 선거를 준비하는 두 후보로부터 2월 말과 3월 초 컨설팅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A사는 두 후보의 요청을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후보는 조건이 맞지 않았고, 또 한 후보는 요청 시기가 너무 늦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A사 직원들은 현재 수도권 광역단체장과 전국 기초단체장을 포함해 30명 가까운 후보들의 컨설팅을 해주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또 다른 컨설팅 회사인 B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단체장만 하기에도 벅차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의 요청은 완곡히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B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컨설팅 업체들이 ‘선거대목’을 맞았다. 이번 선거에서 선출되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광역단체장은 모두 16명,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은 230명이다. 또 광역의원은 733명(비례대표 78명 포함), 기초의회 의원은 2888명(비례대표 375명)이 각각 뽑힌다. 모두 합하면 3867명의 새로운 지방자치 일꾼이 선출되는 것이다.

입후보자들 돈·조직만으로 선거 한계 인식

낙선자를 포함해 실제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이보다 최소 4~5배 이상 많을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한 개 선거구당 후보자가 4~5명은 족히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구당 4명씩만 출마한다고 쳐도 전체 후보자는 줄잡아 1만5000명에 달한다. 컨설팅 업체들에는 이들 모두가 잠재 고객인 셈.



시장 환경도 매우 좋아졌다. 후보자들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돈과 조직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열심히 발로 뛰면서 밑바닥을 훑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이미지 만들기와 시의적절한 홍보전략, 홍보캠페인, 정책개발 등 다양한 정치기술이 민심을 움직이는 시대다.

정치인들의 인식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치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후보들은 자신이 마치 전문가인 양 착각해서 컨설턴트의 조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은 귀담아듣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초보자나 치열한 접전지역의 후보들. 특히 중앙당의 지원사격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선거판세가 불리한 후보들일수록 컨설턴트의 조언을 필요로 한다.

반면 중앙당이 전면에 나서는 핵심 선거지역에서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 소속 의원은 물론 당내 선거 전략가들이 총출동해 선거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홍보기획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서울과 경기도. 서울에서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경기도에서는 진대제 열린우리당 후보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간의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원내외를 가릴 것 없이 당내 선거 전략가들이 총출동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 후보도 일정 부분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주가 많이 올랐네!

부산 영도구 한 아파트 우편함에 5·31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의정보고서가 가득하다. 정치 컨설턴트들은 우편물 하나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오세훈 후보를 지원하는 회사는 ‘KECC’다. KECC는 구재범 사장이 자신이 다니던 한화그룹 계열 기획회사 ‘한컴(구 삼희기획)’의 모회사에서 분리해나온 회사다. 구 사장은 한컴에서 근무할 때 1987년 노태우 후보의 ‘보통사람’이라는 선거 전략을 구체화하는 실무 진행을 담당했고, 92년 김영삼 후보의 ‘신한국창조’라는 개념을 직접 고안했던 인물. 신한국창조는 김영삼 정부의 국정지표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재 KECC는 일반 상업광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선거 때 가끔 정치컨설팅에 뛰어들지만, 이 회사의 역할은 컨설팅이라기보다는 선거 홍보기획에 가깝다.

KECC는 사전 여론조사를 토대로 오 후보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맑은 서울, 매력 있는 서울. 깨끗한 오세훈’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선거 홍보물을 제작하고, 광고도 할 계획이다. 구 사장은 “상업광고를 하는 회사가 선거에 뛰어든다는 게 사실 어렵지만, 오 후보가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정책을 중심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해서 돕게 됐다”고 말했다.

오 후보에 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선거전략 및 홍보팀을 재정비 중이다. 강 후보는 S기획과 K기획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선거 캠프에서는 이를 적극 부인한다.

경기지사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는 ‘한컴’의 도움을 받고 있다. 모회사는 경기지사 열린우리당 후보를, 자회사는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를 돕고 있는 셈.

한컴에서 준비하고 있는 선거 홍보 전략은 ‘대한민국 경제도지사’라는 슬로건을 부각시킨다는 것.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전략기조로 삼고, 40대 전후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홍보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비용 문제 걸려 후보들 컨설팅 사실 ‘쉬쉬’

반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측은 “당 지원 조직 등 자체 조직으로도 충분하다”면서 “외부 컨설팅 업체의 도움은 일절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후보나 컨설팅 업체들은 컨설팅이나 홍보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 자체를 매우 꺼린다.

후보가 정치컨설팅 받는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여론조사를 포함한 각종 컨설팅 비용이 선거 이후 환급되는 보존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자들 중 상당수가 컨설팅 비용을 환급받기 위해 편법으로 각종 홍보물 제작비용에 합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컨설팅 업체들은 선거결과가 향후 영업 전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컨설팅을 맡았던 후보 중에 낙선한 자가 많다면 그 회사의 영업력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중 홍준표 의원은 정치컨설팅 전문업체인 C기획의 컨설팅을 받았으나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선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홍 의원이나 C기획으로서는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아픈 전력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 “아직까지 미국이나 유럽 등 정치 선진국처럼 정치컨설팅이 전문분야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2002년 지방선거 이후 정치컨설팅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야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한 단계”라고 말한다. 미국 등 정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특정 업체가 한 정치인의 선거 전략과 이미지 만들기, 홍보기획 등 선거 일체를 도맡아 치르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정치컨설팅 업체들은 대부분 각 정당이나 후보의 선거 전략기획팀의 요청에 의해 여론조사나 광고기획, 제작 등 일정 부분만을 맡아 보완해주는 역할에 그쳤다. 간혹 특정업체 직원들이 당의 선거조직에 흡수돼 선거를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컨설팅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정치전문 컨설팅 업체인 ‘폴컴’의 윤경주 대표가 맡았던 2002년 전남지사 민주당 경선이다. 당시 민주당 경선은 전남지사 본선이나 마찬가지였다. 선거는 허경만 도지사를 상대로 박태영 전 산자부 장관과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이 도전장을 낸 구도로 치러졌다. 국회 5선의 부의장 출신이면서 두 번 연임에 성공한 허 지사가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이때 윤 대표에게 컨설팅 의뢰를 해온 후보는 박 전 장관이었다. 박 전 장관의 지지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윤 대표는 선거 6개월 전부터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후보자인 박 전 장관을 인터뷰해서 장단점을 파악한 뒤, 전남 22개 시·군지역과 선거캠프 담당자 40여 명에게 선거에 임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교육했다.

그리고 각종 선거전략과 홍보전략 등을 세우고 이슈를 선점해나갔다. 윤 대표가 승부수로 띄운 선거캠페인은 ‘경제도지사’. 결국 이 캠페인은 낙후된 전남 지역도민을 움직였고, 박 전 장관의 경선 승리에 이어 본선 승리로 이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박 전 지사처럼 선거 처음부터 끝까지 특정 컨설팅 업체가 특정 후보 선거 일체를 도맡아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과거와는 달라진 흐름이다.

정당별로 선호하는 컨설팅 업체 달라

현재 국내 정치전문 컨설팅 업체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먼저 정치홍보물이나 광고 기획 및 제작에서 시작해 컨설팅까지 영역을 확장한 경우다. ‘연우커뮤니케이션’(대표 김승용)과 ‘민 기획’(대표 박성민), 그리고 ‘이 윈컴’(대표 김능구)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 또 한 부류는 ‘폴앤폴’(대표 조용휴)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소장 김헌태)처럼 정치전문 여론조사업체에서 시작해 컨설팅까지 겸하는 경우다. 나머지 한 부류는 정치동향 분석과 홈페이지 제작 관리에 이어 컨설팅으로 영역을 확대한 경우로 ‘폴컴’이 대표적인 업체다.

이번 선거에서 폴컴과 폴앤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의 주요 고객은 열린우리당 소속 후보들인 반면 민 기획과 연우커뮤니케이션 등은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을 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업체 관계자들의 시각과 입장은 엇갈린다.

민 기획 박 대표는 “우리는 고객에 대한 철저한 보안과 당파성을 띠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 고객이 60%이고 열린우리당 30%, 기타가 10%”라면서 “당분간은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폴컴 윤 대표는 “정치 컨설팅 업체들도 이제 일정한 정치적 성향을 띠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컨설팅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정치성을 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형 광고기획사들이 섣불리 뛰어들 수 없었던 정치컨설팅 시장. 그 틈새를 파고들었던 정치전문 컨설팅 업체들은 그동안 정치권의 외면과 영세한 자금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선거는 그들에게 새로운 도약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6.05.23 536호 (p24~26)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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