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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구경 권총은 180만원”

인터넷은 맞춤형 범죄 백화점 … ‘장물카페’ 통해 사전 범죄 모의 및 청부 공공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38구경 권총은 180만원”

“38구경 권총은 180만원”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함. 살×, 강× 빼고, qkrwlsdn×××@hanmail.net’

‘권총, 실탄 급히 필요함. 일전에 저한테 연락 주신 분, 연락 요’

포털 D사와 N사의 인터넷 ‘장물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인터넷 장물카페는 가히 ‘맞춤형 범죄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 D사의 장물카페 2곳과 N사의 장물카페 1곳엔 납치·강도·절도를 모의하는 글 203건과 범죄가 의심되는 글 607건이 게재돼 있다(3월 초 현재). 장물카페 게시판엔 권총·가스총 등 무기류, 타인 명의 대포폰 및 대포통장, 장물, 수표와 상품권 등 유가증권, 군용 및 밀수 담배, 마약류를 판매하는 글이 ‘손님’을 유혹한다. ‘크게 한 건 하실 분’ ‘기술자 모집’ 등의 표현으로 공범을 구하는 범죄 모의도 이뤄진다.

‘위장결혼’도 상품으로 거래



장물카페에선 훔친 물건과 수표 등이 거래된다. 취재진은 “훔친 수표를 처리해준다”는 업자와 접촉해보았다. 이 업자는 “10만원권 수표를 깔끔하게 해결해준다”면서 “100만원권, 500만원권은 다른 곳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업자들이 10만원짜리 수표를 할인해 챙기는 수수료는 1만원. “1000만원 넘게 주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한 청부업자는 “사람을 한 명 혼내달라”는 주문에 “어느 정도로 만져주기를 원하냐”고 되물어왔다. 취재진이 “살인도 하느냐”고 묻자 이 업자는 화를 내며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그런 짓은 안 한다”고 답했다.

이들 카페를 통해 총기도 거래되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실제로 권총 구입을 시도해보았는데, 판매업자는 “경찰이 낌새를 챈 것 같다”며 “다른 곳도 마찬가지니 두 달 뒤에 다시 연락하라”고 말했다. 이 업자는 “38구경 권총의 가격은 180만원”이라며 “총알은 총에 따라 값이 다른데 보통 1발에 3000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업자에 따르면 총기 거래는 대금의 절반을 선금으로 내고 물건을 배달받은 뒤 잔금을 치르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선금을 떼먹고 사라지는 ‘사이비 업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주간동아’는 ‘막강 포털, 범죄 해방구’라는 제목의 기사(525호 커버스토리 참조)에서 세계 최첨단의 정보기술력을 등에 업고 진화한 주민등록증 위조, 마약 거래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한 신종 범죄를 고발한 바 있다. 추가 취재 결과, 인터넷은 ‘맞춤형 범죄 백화점’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리모 및 장기 매매, 범죄 모의와 청부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으며,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와 신체 장기,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 필요한 ‘위장결혼’도 ‘상품’으로 거래된다. 오프라인 범죄가 경찰 단속의 사각지대인 온라인으로 숨어든 것이다.

‘징역 바지든 어떤 ‘바지’ 등 합니다. 메일 주세요.’

“38구경 권총은 180만원”

경찰이 강·절도범한테서 압수한 장물. 범죄자들은 최근 단속의 사각지대인 ‘인터넷’을 이용해 장물을 현금화하고 있다.

D사의 카페에 올라온 광고 글이다. 인터넷 범죄의 필수 요소인 ‘바지’는 대신 징역을 살아주는 행위를 말한다. 오프라인 범죄가 인터넷으로 스며들어 이뤄지는 과정은 대체로 이렇다. ① 범죄 아이템을 정하고 ② 장물카페에서 그 아이템으로 자금(seed money)과 ‘선수’를 모은 뒤 ③ 범인을 대신해 처벌받을 바지를 ‘바지카페’에서 찾는다 ④ 이어 타인 명의의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를 구입해 ‘영업’한 뒤 ⑤ 발각될 경우, 바지를 앞세우고 주범은 외국(주로 중국)으로 도피한다(인터넷엔 수배자를 대상으로 한 위조여권 시장도 형성돼 있다).

D사의 포털엔 3월 초 현재 바지카페 2곳이 활동 중인데, ‘바지쭛쭛’라고 간판을 내건 A사의 카페엔 ‘바지 합니다. 신불자임. qod××××@naver.com’ ‘큰 건도 상관없음. 01×-2892-××××’ 등의 구직광고와 ‘바지 구함. 3개월 일하고 1억 수입 가능’ 등의 구인광고가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해 2월24일 개설된 ‘××를 위한 바지’는 난이도와 위험도에 따라 ‘1000만원 이하’ ‘3000만원 이하’ ‘1억원 이하’ 등으로 바지를 분류해놓기도 했다. 이 카페는 3월2일 현재 접속 건수가 6883회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핵심 내용은 ‘엄선된’ 회원들만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10개월 동안 인터넷 범죄를 추적해온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은 인터넷 범죄카페와 관련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범죄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돼 자행되는 범죄가 상당수이므로 범죄 발생을 줄이려면 온라인에서의 기획 단계부터 범죄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면서 “장물카페와 바지카페만 근절해도 상당수 범죄가 예방되므로 포털 업체들이 바지카페, 장물카페에 블라인드(blind)를 설치하고 그 사실을 검·경에 통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물카페, 바지카페뿐만 아니라 성범죄에 악용되는 GHB(일명 물뽕)를 비롯해 흥분·최음·발정·강력 수면제 등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통되는 것도 문제다. N사의 지식검색엔 ‘맥주에 약을 타고 있으니까, 아줌마가 내 어깨로…’ ‘물뽕, 요힘빈, 수면제, 흥분제 팜. audw×××@naver.com’ 등 3월 초 현재 208건의 물뽕, 여성흥분제, 요힘빈, 최음제, 발정제, 강력 수면제 등을 파는 광고가 올라와 있다. 여성흥분제와 최음제를 외국에서 수입, 인터넷쇼핑몰을 꾸려놓고 판매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덜트××’와 ‘eyo×’라는 업체는 여성흥분제인 스패니시플라이(Spanish fly)를 각각 35달러, 29달러에 팔고 있다. FDA(미 식품의약국)는 스패니시플라이를 혈변, 혈뇨, 배뇨통, 상부위장관 출혈, 급성신부전증 등을 일으키는 유해 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38구경 권총은 180만원”


사이버 공간에서 인기를 끄는 GHB는 음료수에 타서 복용하면 효과가 히로뽕과 비슷하다고 해서 물뽕이라고 불린다. 물뽕은 2001년 3월 유엔 마약위원회(CND)가 마약류로 분류했고, 한국도 2001년 12월부터 마약류로 규정했다. 물뽕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도 불린다. 알코올에 타서 마시면 깨어난 뒤 환각 상태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물뽕은 24시간 내에 체내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성범죄 발생 시 사후 추적이 어렵다”면서 “피해 여성들이 가해자를 찾거나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도 어려워 설령 가해자를 찾더라도 고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위장결혼’도 온라인으로 ‘범행 장소’를 옮긴 지 오래다. N사의 카페엔 3월 초 현재 94곳의 ‘위장결혼 카페’가 성업 중이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위조를 하는 업자가 ‘부업’으로 위장결혼을 알선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신용불량자들이 위장결혼에 나서는데, 남성은 보통 1차 배당금 100만원(계약금)과 2차 배당금 600만원, 여성은 1차 배당금 200만원, 2차 배당금 700만원을 받고 중국인 혹은 재중동포와 위장결혼을 한다. 중국인과 재중동포는 가짜 배우자에게 주는 배당금을 포함해 2000만원을 업자들에게 지불한다. 한국인 남성과 중국 국적 여성의 결혼은 2002년 7041명에서 2003년 1만3373명, 2004년 1만8527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한-중 국제결혼의 상당수가 위장결혼으로 추정된다.

유명 포털 카페에 장기 매매 광고

공중화장실 후미진 곳에 ‘장기 매매’라는 작은 스티커를 붙여놓고 사업을 벌이던 장기 매매업자들도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이라는 인터넷의 특성을 활용해 과거보다 쉽게 수요자와 공급자를 구하고 있는 것. 3월 초 현재 유명 포털 카페 16곳, 지식검색 6곳에서 243건의 장기 매매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업자는 한국과 중국에서의 장기 가격을 비교하면서 중국 원정 수술을 제안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인터넷에서 만나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010-××47-××××라는 전화번호를 쓰는 한 남성은 취재진에게 “돈이 급해서 광고를 냈다”며 “A형으로 운동선수 출신이며, 신장을 기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불임 부부의 ‘절박함’과 대리모 지원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맞바꾸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기도 하다. 대리모 매매 가격은 지난해 초까지는 5000만~6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원자가 늘어 최근에는 40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한다. 대리모 제공은 불법은 아니지만 생명을 사고파는 비윤리적 행위. 지난해 1월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에는 난자 매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으나 대리모나 이른바 ‘씨받이’(대리모는 불임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배아를 생성해 대리모의 자궁에 넣는 것을 말하고, 씨받이는 자신의 난자와 제공자의 정자로 배아를 만들어 아이를 낳는 것을 뜻한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한 대리모 지원자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병원에 가서 (불임 부부와) 친척이라고 얘기하면 수술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리모 제공은 돈을 받더라도 불임 부부를 돕는 선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보도와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인터넷 모니터링 강화, 범죄 발본색원”


“38구경 권총은 180만원”

2월28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왼쪽)이 박재완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인터넷 범죄자들을 색출, 처벌하겠다.”

2월28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임시국회 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증, 여권이 위조돼 거래되고 마약이 공공연히 팔리고 있다”는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의 지적에 대해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인터넷 범죄를 다룬 ‘주간동아’ 525호를 천 장관에게 보여주면서 “운전면허증, 호적 등 공문서뿐 아니라 토익성적표, 재직증명서 등 사문서도 위조돼 거래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인터넷 범죄는 대포통장, 대포폰을 매개로 이뤄진다”면서 “만악의 근원인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근절할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천 장관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인터넷 수사 기구가 세워져 있는데, 지적한 범죄에 대한 모니터링을 활성화하고 역추적에 나서 출처와 관련자를 색출해 처벌하도록 지휘,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6.03.21 527호 (p32~3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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