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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장미 달아주기 정말 어렵네”

정동영, 당 지지율 안 오르고 외부 인사 영입 부진해 고민 … 마땅한 해법 없어 ‘위기감 고조’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붉은 장미 달아주기 정말 어렵네”

5·31 지방선거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 호’의 새 선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지도 상승에 부심하는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최연희 성추행 파문이라는 ‘순풍(順風)’을 맞아 올렸던 돛을 이해찬 국무총리 골프 파문이라는 예기치 못한 ‘풍랑’을 만나 내려야 할 처지다. 결국 당 지지도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고, 지방선거를 위한 영입 전략도 심각한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당 지지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였다”면서 “그 와중에 만난 이 총리 골프 파문은 만만치 않은 풍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정 의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당 지지도다.

전당대회 치른 뒤 지지도 더 낮아져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3월 현재 2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3월8일 리서치앤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18.7%. 전당대회 직후인 2월21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때의 지지도 18.4%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 당 지지도는 20.3%로 오히려 이보다 높았다.

당 지도부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 심각하다. 전당대회를 통해 지지도를 상승시키려던 지도부의 희망과는 달리 오히려 지지도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 이는 특히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일단 전당대회 흥행에 실패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 정 의장 캠프에서 선거 전략을 지원했던 한 정치분석가의 분석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이 관심 가질 만한 이슈가 없었다. 정동영, 김근태 두 전직 장관 중에 한 사람이 될 것이 너무 뻔했다. 그나마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40대 기수론은 예비선거 과정에서 사그라졌다. 선거 막바지에 국민의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 정 전 장관 쪽에서 김근태 배제투표라는 ‘충격요법’을 시도하려 했지만 대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전당대회는 물론 그 결과까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제자리를 맴도는 또 다른 원인은 전당대회 이후 내세운 정치 쟁점에서 한나라당에 밀리고 있는 것.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여정부 심판론’을 선거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부패한 지방정부 심판론’을 내걸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다.

정 의장의 최측근인 정기남 전 보좌관은 “선거는 인물과 구도 싸움이다. 당 지지도가 낮아 인물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구도 싸움에서도 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의 참여정부 심판론을 무력화할 폭발성이 큰 이슈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 동시에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무엇으로 묶어낼지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

절치부심하던 정 의장이 최근 꺼내든 카드가 ‘국민과의 정책데이트’다. 전국 16개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에 적합한 정책을 현장에서 발표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3월7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둔산동 오페라 웨딩홀에서 열린 ‘정책데이트’ 행사장에 시민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100여 명의 참석자 대다수가 충남과 대전 지역 당 소속 기초단체장과 당원들이었던 것. 국민과의 정책데이트가 아닌 ‘당원 단합대회’나 다름없었다.

정 의장을 비롯해 김한길 원내대표, 강봉균 정책위원회 의장, 김혁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발표한 정책도 대부분 오래전부터 추진돼왔던 정책을 재포장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의장의 또 다른 고민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고스란히 혼자서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는 것. 전당대회 이후 당과 청와대는 정 의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3·2 개각을 통해 4명의 현직 장관이 지방선거에 나서게 된 것도 정 의장이 2월23일 노무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뒤 나온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내 대권 경쟁자인 김근태 의원도 전당대회 이후 정 의장 체제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노 직계그룹이나 개혁당 출신들도 마찬가지. 지방선거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에서 괜한 불협화음을 일으켜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쓸 필요는 없다는 계산에서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우세 지역은 두 곳뿐

김근태 의원은 그러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의 승패에 당의 미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에 완패할 경우 당의 존폐 위기가 올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 의장을 도울 수밖에 없다. 개인의 진로보다 당의 진로가 더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

김 의원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 의장이 선장이 됐으니 그 공(功)은 정 의장에게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정 의장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에 정 의장 정치생명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 승패의 기준은 어느 선일까. 현재 16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가운데 열린우리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곳은 전북과 대전, 단 두 곳뿐이다. 여기에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최소 1석을 얻어야 그나마 체면치레는 하는 셈이다. 수도권에서 2석 이상을 얻으면 당연히 승리다. 또 민주당 우세 지역인 전남, 광주와 한나라당 우세 지역인 부산, 대구, 경남북에서 1석 정도 얻으면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당내 자체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당 지지도 등 당 안팎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망은 비관적이다.

최근 정 의장이 고건 전 총리와 만나는 한편 염동연 사무총장이 민주당과 ‘낮은 단계의 연대’를 거듭 주장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근태 의원은 “지방선거 이전 민주당과의 통합은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지방선거 이후에는 곧바로 대선과 총선 체제로 가기 때문에 양당의 통합논의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선거에서 여러분의 가슴마다 승리의 붉은 장미꽃을 이 손으로 직접 달아드리겠습니다.” 정 의장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을 가장 크게 흔들어 놓은 말이다. 대의원 대부분이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이다. 정 의장은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양기대 수석부대변인은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만큼 조직표가 많은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안은 인물과 바람뿐”이라며 “새 인물을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바람을 일으키는 묘수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6.03.21 527호 (p12~1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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