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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前 주간동아|저예산 영화 ‘붐’

막강 자본 앞에 지금은 “음메, 기죽어”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막강 자본 앞에 지금은 “음메, 기죽어”

막강 자본 앞에 지금은 “음메, 기죽어”
영화 ‘왕의 남자’가 관객 수 1200만을 돌파했다. 연일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영화를 만든 감독과 출연 배우들로서는 당연히 환호작약(歡呼雀躍)할 일. 한데 그럴 처지가 아니다. 한국 영화 의무상영 일수(스크린쿼터) 축소를 둘러싼 정부와 영화인 간 싸움에서 ‘동네북’ 신세가 되었기 때문.

영화계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할 경우 ‘왕의 남자’와 같은 영화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왕의 남자’와 같은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는 것.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따로 없다.

결국 정부는 3월7일 국무회의에서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대폭 축소키로 결정했다. 영화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크린쿼터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영화계의 우려처럼 한국 영화는 외국의 거대자본에 밀려 철저히 짓밟힐까, 아니면 정부의 주장처럼 단순한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10년 전 한국 영화계에는 저예산 영화가 꽃을 피웠다. 박철수 감독의 ‘301, 302’, ‘내일로 흐르는 강’, ‘학생부군신위’ 등은 모두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와 김흥준 감독의 ‘정글스토리’도 완성도 높은 영화로 꼽혔다. 이처럼 저예산 영화가 꽃피웠던 배경은 영화의 예술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돈’으로부터 벗어나야 가능했던 당시 시대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박 감독은 당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들려는 영화를 제작자들이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개인적으로 대기업을 상대하기 싫다. 실무자들이 시나리오를 읽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 후 박 감독을 포함해 임 감독, 김 감독 등 촉망받던 감독들은 영화계에서 사라져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명언. 이제는 ‘예술은 짧고 돈은 영원하다’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주간동아 2006.03.21 527호 (p6~6)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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