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0

2006.01.24

“전교조는 가치파괴 집단”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 조전혁 상임대표 “국민 70%가 비판, 이젠 가치 창조 경쟁하자”

  •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입력2006-01-18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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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는 가치파괴 집단”
    연초부터 교육계의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반대하는 새 교원단체인 자유교원조합 추진위원회가 1월9일 기자회견을 열고 3월 중 정식 출범을 선언했다. 개정 사학법을 둘러싼 정부와 사학 관련 단체들의 힘겨루기도 여전하다.

    2005년 출범한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의 조전혁 상임대표(인천대 교수·경제학·사진)는 이 같은 대립구도의 한쪽 선봉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만 교육 현안에 관련된 각종 TV 토론, 세미나 공청회에 20여 차례 불려나갔다. 동아일보에 ‘토(討)전교조 격문(檄文)’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써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월11일 서울 강남의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에 출범을 선언한 자유교원조합과 조 교수가 대표로 있는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은 어떤 관계인가.

    “교육운동연합은 시민단체이고, 자유교원조합은 교원들만의 노동조합이다. 자유교원조합에 내가 지도위원으로 관여하긴 하지만 조언을 해주는 것 외에 달리 하는 일은 없다. 중요한 것은 두 단체 모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시민사회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교원노조 차원에서 이 가치를 추구한다. 두 단체는 앞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독립적인 별개 조직이다.”

    -당면 목표는 반(反)전교조 활동인가.



    “언론에서 자꾸 ‘반(反)전교조’라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전교조에 반대하기 위한 단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옹색하지 않은가. 앞서 말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내고 창조하겠다, 그런 면으로 봐주면 좋겠다. 언론에서는 우리에 대해 보수성향 단체라고 하지만, 우리야말로 진보단체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격변하고 있다. 국내 상황만 봐도 전교조가 당위성을 가질 수 있었던 반민주, 반독재 시대는 갔다. 그렇다면 교육도 차세대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바뀔 자세가 돼 있고, 그럴 실력도 있다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우리를 반(反)전교조 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전교조의 폐해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자유교원조합에 대해 전교조에선 “한나라당이 배후에 있다”고 폄훼하는 반응이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 자유교원조합이 오늘 성명을 냈다. ‘국민 여론의 70%가 전교조를 비판하는 현실에서 전교조의 다급함은 이해되나, 전교조는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정정당당한 경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전교조는 가치파괴 집단, 우리는 가치창조 집단이라는 점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한다. 전교조에 이젠 ‘가치창조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교조가 가치파괴 집단이라는 근거는?

    “교원평가제, 수준별 이동수업, 자립형 사립학교 등 교육 현안마다 전교조가 사사건건 반대해 무산시키거나 잘 안 되도록 한 것이 증거 아닌가.”

    -교육운동연합과 전교조 사이의 갈등은 달리 말해 자유주의와 평균주의 혹은 평준화의 충돌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아직도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평균주의로 가면 교육이 망한다’는 자유주의 측의 논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가수 보아나 축구선수 박지성과 같은 성공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젊은이들이 학창시절 국·영·수 문제풀이를 잘했을까? 공교육은 기초 학력이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채워주는 것으로 족하다. 나머지는 각자 개성을 키울 수 있도록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은 선택 폭이 오히려 좁아지지 않겠는가.

    “가난하지만 똑똑한 아이들이 훗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평준화교육 아래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반면 부자는 현행 교육의 규제를 회피할 수단도 많다. 왜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고액 과외가 성행하는가. 학교가 교육 수요를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교육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내 자식 잘 키우는 것과, 우리 미래 세대를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동안 첫 번째만 너무 강조됐고, 두 번째에 대해선 소홀했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공동체 자유주의다.”

    -사학 비리를 바로잡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여전히 많은 것 같다.

    “사학 비리, 물론 심각하다. 하지만 그것을 법 개정으로 규제하겠다는 방법은 대단히 위험하다. 얼마 전 일부 사학들이 법 개정에 반발해 신입생을 배정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정부가 기존 사학법을 동원해 사학을 굴복시키지 않았나. 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직무를 회피 내지는 유기해왔다는 증거다. 법을 개정까지 할 이유가 없다.”

    -사학 이사회에 전교조 출신이 한두 명 들어간다고 해서 사학이 전교조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나는 원칙의 문제라고 본다. 가령 내 집에 어떤 사람들이 제멋대로 들어와 설쳐대는 것과 같은 논리다. 비리는 사학에 대한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수단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다.”

    -앞으로 전교조와 교육운동연합 사이에 대립이 심화될 텐데, 관건은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시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가치 경쟁을 하자는 것 아닌가. 전교조는 이제 거대 독점 이익집단이 됐다. 아무도 이들을 견제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를 제어할 방법으로는 교사집단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거나 학부모가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은 더욱 폭넓은 시민운동 단체를 지향할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가 웬 교육운동이냐, 그런 소리를 듣지는 않나.

    “경제학자로서 중요한 경제 변수를 꼽아보라면 나는 시간과 교육, 두 가지를 든다. 시간 변수는 적절한 시점에 올바른 경제 변수를 선택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이건 작위적으로 안 되는 측면이 많고, 운에 좌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 변수는 컨트롤이 가능하지 않은가.

    내가 존경하는 경제학자 중 개리 베커(Gary Becker)라는 분이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로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이분의 연구 중 현대국가 국부(國富)의 75%, 즉 4분의 3이 인적 자산에 있다는 내용이 있다. 외환보유고나 금 보유량, 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이처럼 중요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다. 그런 점에서 경제학자도 교육 분야의 자원을 배분 관리하고,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일에 관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교육의 국가 독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수십만명 학생들이 똑같은 국어, 사회, 수학 교과서를 배우는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밖에 없다. 그것도 모자라 과목별로 첫 주, 첫 시간에는 무엇을 가르치라는 등 세세한 커리큘럼까지 국가가 독점하고 있다. 언젠가 학생들을 1등부터 40만 등까지 줄 세우기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정부다. 내 주장은 그 줄을 1만개, 2만개, 10만개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줄끼리 경쟁하게 하는 것이 다양성이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겐 학교 선택권을, 사학에는 학생 선발권을 줘야 한다. 경쟁만큼 좋은 자기정화 장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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