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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연구 ① SK

맞춤형 통합 마케팅 끝내주네

SK네트웍스 이질 업종 한꺼번에 운용 … 2010년까지 전 매장 고객 통합 서비스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맞춤형 통합 마케팅 끝내주네

맞춤형 통합 마케팅 끝내주네

주유뿐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된 통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SK네트웍스 반포주유소.

2007년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SK네트웍스 반포주유소. 40대 직장인 김모 씨가 지방 출장을 떠나기 전 주유와 차량 정비를 위해 들렀다. 차량에 부착된 칩을 인식한 주유소 입구 센서가 발랄한 인사를 건넨다. 자동 주유를 하는 동안 옆 건물에 있는 편의점 ‘OK마트’에서 쇼핑을 하는데, 김 씨 휴대전화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고객님, 토미힐피거 신상품이 나왔어요. 재작년에 구입하신 재킷보다 디자인이 더 좋아요. 그리고 휴대전화 오래 쓰셨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DMB폰으로 바꿔보시죠. ^^ 아, 엔진오일을 갈 때가 됐네요.”

주유소 내 ‘스피드메이트’에서 엔진오일을 교체하며 점검을 부탁한 김 씨는 커피전문점 ‘클립’에서 커피를 사 들고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수입차 전시장으로 가 재규어 신차종을 살펴본다. 일을 마친 뒤 출장지인 원주로 달려가는데, 부슬부슬 내리던 눈이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길을 잃을 위기에 처한 김 씨, 휴대전화로 사고 접수를 하자 스피드메이트의 ERS(Emergency Road Side Service·긴급출동서비스) 시스템이 자동으로 김 씨의 위치를 확인한다. 30분 내에 출동한 서비스 직원들의 안내로 김 씨는 무사히 출장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유일무이한 회사

이것이 가까운 미래, SK네트웍스(구 SK글로벌)가 실현할 맞춤형 통합 마케팅의 모습이다. SK네트웍스 홍보실 장세현 과장은 “SK주유소나 충전소, 스피드메이트, OK마트, SK텔레콤 대리점, 패션 매장 등 우리 회사가 관할하는 각 매장 이용 고객 2500만명의 정보를 통합 관리해, 2010년까지는 모든 고객이 전국 어디서나 이 같은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피드메이트와 패션 매장 이용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구축이 완료된 상태다.



맞춤형 통합 마케팅 끝내주네
1953년 창업한 선경직물이 모태인 SK네트웍스는 사실상 SK그룹의 모기업이다. 종합상사로 성장해오던 SK네트웍스는 1999년 컴퓨터 도매업 및 정보통신기기 복합매장 운영 업체 ㈜SK유통을, 2000년에는 주유소 운영업체 ㈜SK에너지판매를 합병한 뒤, 2002년엔 ㈜두루넷으로부터 전용회선망 및 관련 인·허가권까지 취득, 지금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SK네트웍스의 정만원 사장은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유일무이한 회사”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 한 회사가 정보통신과 에너지, 무역, 유통과 상품이라는 이질적 사업들을 한꺼번에 운용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것. 현재 SK네트웍스는 전국적으로 3400여개의 주유소, 1700여개의 SK텔레콤 단말기 대리점, 500여개의 차량 정비소, 400여개의 패션 매장 등을 통해 고객과 만나고 있다. 이 회사가 꿈꾸는 맞춤형 통합 마케팅 전략 또한 이처럼 독특한 사업구조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 사장은 “2010년에는 1조원 목표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를 제외하기 전 이익으로 기업의 실질적 수익 창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2000억원을 통합 마케팅이 담당하게 될 것이며, 이 같은 노하우를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라며 “통합 마케팅은 SK네트웍스를 읽는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통합 마케팅 회사로의 비상을 준비 중인 SK네트웍스지만 이른바 ‘SK사태’가 터진 2003년 여름엔 ‘부실기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결국 그해 10월 채권단의 공동관리(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갔고, 현재도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불과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SK네트웍스를 부실기업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SK네트웍스의 2004년도 매출액은 13조6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성장했고, 경상이익은 무려 525.8% 증가한 4606억원을 기록했다. EBITDA 역시 4488억원으로 채권단이 제시한 500억여원을 초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2004년도 국내 종합상사 중 수출실적·매출·순이익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C등급으로 추락했던 신용등급 또한 2005년 말 8단계를 뛰어올라 BB+를 회복했다. 성장세는 2005년에도 이어졌다. 아직 4/4분기 결산이 끝나지 않은 상태지만 약 14조6926억원의 매출과 4660억원의 EBITDA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SK네트웍스는 2005년 자회사인 SK생명 등의 매각, 보유하고 있던 SK증권과 SK텔레콤 주식 일부 매각 등으로 채권단과 체결한 양해각서 자구계획 목표 총액 1조538억원을 이미 13.4%나 초과 달성했다. 2007년으로 예정된 워크아웃 조기 졸업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적적인’ 비즈니스 턴 어라운드(Business Turn Around)의 이면에는 ‘사업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숨어 있었다. SK네트웍스는 2003년 사태 이후 의류·직물 등 4개 사업을 정리했고, 직원 800여명을 감원했으며, 무역 부문을 대폭 축소해 전체 해외지사의 절반이 넘는 23개 지사를 정리했다. 철저히 현금 창출에 도움이 되는 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개편했음은 물론이다. 국제 경쟁력을 가진 에너지·화학·철강 등에 주력했으며 종합상사의 전통 사업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진력했다.

부실을 불러온 불투명 경영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사외이사의 비중을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했고, 이사회 및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지원업무 강화를 위해 ‘이사회 사무국’도 설치했다. 또 이사회와는 별도로 채권은행단·회계법인·법무법인·자금관리단 등을 위원으로 하는 ‘경영추천위원회’와 ‘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 이사회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했다. 대표이사에 대한 견제와 경영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이사회 산하에 ‘이사회운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3개 위원회도 설치, 운영 중이다.

인터뷰 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

“신규 성장엔진 발굴과 육성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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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의 변신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문경영인 정만원(54) 사장이 있었다. 정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 동력자원부 법무담당관·통상산업부 구주통상과장 등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 1994년 SK그룹에 스카우트돼 이사, 상무, 전무로 승진을 거듭하며 마케팅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1999년 국내 최초의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인 ‘OK캐시백’ 개발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2003년 SK네트웍스 공동관리 채권단이 그를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그와 같은 마케팅 능력을 높이 산 때문이었다.

실제 정 사장은 취임 후 강력한 추진력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 중심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단행했다. 그 결과 2005년 채권단과 체결한 양해각서 자구계획 목표 총액을 초과 달성할 수 있었고, 워크아웃 조기졸업도 가시화하게 됐다. 정 사장은 “졸업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07년 말 이내에 채권단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안정적 재무구조는 갖췄지만 아직 자체 성장 원동력은 미진하다고 본다. 그런 만큼 2006년 이후에는 신규 성장엔진 발굴과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 사장은 “중국은 그 자체로 글로벌 시장이면서 또 하나의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며 “국내에서 성공한 통합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사장은 회사 경영의 곱이곱이마다 직원들 앞에서 애창곡을 부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선보인 노래는 전인권의 ‘사노라면’과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윤향기의 ‘나는 행복한 사람’ 등. 그는 “2003년 사태 후 의기소침해진 임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라면서 “최근 부른 ‘나는 행복한 사람’은 아픈 상처를 딛고 열심히 일해준 임직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선택한 노래”라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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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28일에 있었던 심양 SK 복합주유소 기공식과 상하이에 오픈한 스피드메이트 매장(아래).

다양한 자구 노력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맞은 SK네트웍스는 현재 중국 시장 진출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2005년 9월 국내 종합상사로는 최초로 중국 심양시에 지주회사를 출범시킨 것도 그 일환. 지주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박신호 상무는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심양시를 거점으로 복합주유소, 복합터미널, 스피드메이트, 패션 사업 등을 전개하고 신규사업 개발 및 지원, 투자 등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8월에는 중국의 자동차 정비장비 생산업체인 위안정과 합자법인 ‘상해원정SK자동차서비스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합자법인은 현재 상하이에 스피드메이트 1호점을 개설했고 앞으로 대형 복합매장 5곳을 포함해 2009년까지 상하이에서만 100개의 스피드메이트 매장을, 궁극적으로는 중국 전역에 1만여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최대의 자동차 관련 종합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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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사업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2005년 9월 베이징 소고 백화점에 ‘아이겐포스트’ 1호점을 연 데 이어, 상하이 빠바아빤 백화점에 2호점을 오픈했다. 앞으로도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 주요 도시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20~30개의 아이겐포스트 매장을 열고, 장기적으로는 최근 인수한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 ‘엑조’ 등 다양한 신규 명품 브랜드들을 런칭할 계획이다.

정만원 사장은 “중국을 시작으로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디아·중국 등의 신흥 경제국을 일컫는 말)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며 “2010년까지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세계적 통합 마케팅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005년 초 정 사장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좋은 후배 있으면 꼭 SK네트웍스에 취업하라고 말해달라”는 이야기를 건넸다고 한다. SK네트웍스가 가진 자신감의 크기를 가늠케 하는 말이다. 부실기업의 꼬리표를 떼고 세계 최고 통합 마케팅 회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그들의 대변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2006.01.17 519호 (p38~40)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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